
4대 구기종목 중 처음으로 남과 북이 만난다. 그것도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에, 5년 전엔 한 팀으로 뛰었던 여자 농구 대표팀이 격돌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으라 했지만 한쪽은 웃을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 대표팀은 29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부터 중국 저정상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북한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조별리그 C조 2차전을 치른다.
앞서 사격과 유도 등에서 남북 대결이 벌어지긴 했지만 구기 종목으로는 처음이다. 여자 농구가 그 첫발을 딛는다.
여자 농구 대표팀의 남북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5년 전 양 팀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성과도 뛰어났다. 남북이 하나로 합심해 은메달을 일궈냈다. 이는 국제종합대회 단체 구기종목에서 단일팀이 이뤄낸 첫 메달이기도 했다.

처음엔 언어도, 문화도 달랐고 서로에 대한 경계심도 없지 않았지만 동고동락하며 특별한 우정을 쌓았다. 대회를 마치고 해산할 때는 눈물을 흘리는 선수들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같은 조에 편성됐다. 한국에선 박지수와 강이슬(이상 청주 KB국민은행)와 박지현(아산 우리은행)이, 북한에선 로숙영과 김혜연이 다시 한 번 만나게 됐다.
5년 만에 상봉하게 된 '이산가족'이지만 분위기는 당시와 사뭇 다르다. 당시에 비해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 속 북한 선수들은 언론을 향해 입을 다물고 있고 선수단 간 접촉 또한 최소화하고 있다.
코트에선 결국 적이다. 북한을 꺾어야만 토너먼트 라운드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의 전력이 녹록지 않다. 북한은 지난 27일 조별리그 1차전 대만과 첫 경기에서 91-77로 승리했다.

신장 205㎝의 거구 박진아가 51점을 퍼부었다. 2018년 15세의 어린 나이로도 북한 평양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에 나섰던 박진아는 이젠 어엿한 북한의 핵심 전력이 됐다.
박지수의 어깨가 무겁다. 신장 198㎝로 국내 최장신인 그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유려한 기술을 갖춰 한국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다. 신장에선 다소 열세를 보이지만 노련함과 기술을 앞세워 박진아를 제압할 수 있을지가 북한전의 관건이다.
박지수는 태국과 1차전에서 16점 6리바운드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의 활약 속 한국은 90-56, 34점 차 대승을 거두며 기분 좋게 대회를 시작했다.
그를 도와줄 선수들도 탄탄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국내 최고 슈터 강이슬은 태국전 18점을 3점슛으로만 채웠고 여자농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박지현(우리은행)과 이소희(BNK)도 12점씩 올리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지난 6월 아시아컵에서 최종 5위에 그쳐 2024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을 얻지 못한 아픔을 딛고 아시안게임 포디움에 대한 희망을 키우고 있다. 한국 여자 농구의 금메달은 2014년 인천 대회가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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