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탄이 절로 나오는 중견수 수비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온 환상적인 캐치에 LG 트윈스 외국인 선수들조차 90도 폴더 인사로 존경심을 나타냈다.
LG는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한화 이글스에 5-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LG는 개막 3연승으로 삼성 라이온즈, SSG 랜더스와 함께 공동 1위를 유지했고, 5년 만에 개막전 승리를 따냈던 한화는 2연패로 주춤했다.
양 팀 1선발급 투수들의 역투에 경기 개시부터 6회말까지 8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특히 8회초까지 양 팀 합쳐 5안타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호수비가 계속됐는데 그중에서도 LG 중견수 박해민의 수비가 압권이었다.
박해민은 6회초 1사 1루에서 김태연의 타구를 외야 중앙 우측에서 시작해 좌측 뒤쪽까지 몇 m를 뛰어가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이 수비에 LG 선발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박해민을 향해 90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한화를 울린 캡틴의 슈퍼 캐치는 8회초에도 이어졌다. 박해민은 8회초 2사 1루에서 권광민이 친 타구를 오른쪽 뒤편에서 왼쪽 앞까지 또 한 번 달려와 몸을 날려 잡아냈다. LG의 1-0 리드를 유지함과 동시에 뒤이은 빅이닝으로 분위기를 잇는 환상적인 캐치였다. 이번에는 1루수 오스틴 딘이 직접 박해민이 더그아웃까지 오는 걸 기다린 채 고개를 숙여 존경심을 표현했다.


경기 후 박해민은 "안타 못 치고 이렇게 인터뷰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야구가 공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조금은 보여드린 경기인 것 같아 뜻깊다"고 웃으면서 "두 타구 모두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8회초에는 1루에 주자가 있고, 타석에 장타를 칠 수 있는 선수가 있어 장타를 막기 위해 조금 뒤에서 수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시리즈만큼의 임팩트는 아니지만, 짜릿했다. 안타가 되면 투수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어쨌든 좋은 수비가 나와서 상대의 흐름을 잘 끊은 것 같아 기분 좋다. 투수들이 정말 잘 막아주고 있어서 야수들이 뒤에 가서도 힘을 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투수들에게 고마움을 돌렸다.
6회초 수비 후 에르난데스의 인사에 대해서는 "스페인어로 해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고마워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다. 야수로서 투수들이 호수비 했을 때 고마워하는 표현을 해주면 정말 뿌듯함을 느낀다"고 미소 지었다.


이에 에르난데스는 "나도 흥분한 상태에서 머릿속에 있는 언어가 섞여 나와 뭐라고 했는지 모르겠다"며 "상대에서도 류현진이라는 좋은 투수가 올라와서 수비수들이 집중한 것 같다. 우리 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한화 쪽에도 수비를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이날 박해민뿐 아니라 양 팀에서 호수비가 많이 나왔다. LG 1루수 오스틴과 3루수 문보경은 여러 차례 한화 타구를 직선타 처리하며 맥을 끊었다. 한화에서도 유격수 심우준과 중견수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한 차례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양 팀 선발 투수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LG 에르난데스는 7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한화 선발 류현진은 6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마크했다.
박해민은 "양 팀 다 에이스가 던지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집중하고 수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작은 것 하나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집중했고, 그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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