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죄송해요" 비싼 나무배트 부러질까 맘껏 스윙도 못했다, 고교 타자 유망주의 아픔 '비목재 배트'가 해결할까 [긴급진단②]

김동윤 기자  |  2024.02.17 08:00
대전고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해 대통령배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대전고 야구부 선수들이 지난해 대통령배 우승 후 관중석을 향해 큰 절을 올리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투수가 던진 공이 배트 손잡이 부분에 직격해 방망이를 부쉈다. /AFPBBNews=뉴스1 투수가 던진 공이 배트 손잡이 부분에 직격해 방망이를 부쉈다. /AFPBBNews=뉴스1
"엄마, 죄송해요."


최근 고등학교 윈터리그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야구하는 아들이 방망이를 부러트린 후 집에 돌아와 사과할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한국 고교야구에 나무 배트가 도입된 후 20년 동안 야구하는 자식을 둔 가정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2024년은 한국 고교야구에 나무 배트가 도입된 지 20년이 되는 해다. 2004년 대한야구협회(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국제 무대 흐름에 따라 고교야구에 나무 배트를 전격 도입했다. 그해 국제야구연맹(현 국제야구소프트볼연맹)이 18세 이하 청소년 국제대회에서 나무 배트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기 때문. 도입 당시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선수들이 국제무대 및 KBO리그 진출 시 나무 배트에 빠르게 적응하게 하고, (알루미늄 배트가 만들어 낸) 강한 타구로 인한 부상 빈도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부분이 경제성이다. 보통 고등학교 경기에 쓰이는 나무 배트는 한 자루에 15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에서 가격대를 형성한다. 비싼 값에 비해 내구성은 한없이 약하다. 자칫 손잡이 부분에 빗맞기라도 하면 쉽게 부러져 그 배트는 그날로 수명을 다한다. 반면 합금(알로이) 배트는 나무 배트 한 자루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한 자루로 1년은 거뜬히 버틴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고교 타자 유망주들이 부모님께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한 아마야구 관계자는 "비싼 나무 배트가 부러질까 맘껏 스윙도 못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렇게 되면 스윙 메커니즘에도 영향이 간다"고 지적하며 "결국 타격 스탠스 자체가 소극적으로 변하고 장타보단 일단 공을 맞히는 데 신경 쓰게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미국의 야구 배트. /AFPBBNews=뉴스1 미국의 야구 배트. /AFPBBNews=뉴스1


국가적으로 출생률이 떨어져 유소년 스포츠의 파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시점에서 나무 배트의 높은 가격은 야구에 대한 진입 장벽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이미 배트 외에도 글러브, 스파이크 신발 등 각종 장비로 인해 타 종목에 비해 '비싼 스포츠'로 분류되는 야구다. 나무 배트의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미국 NCAA(미국 대학스포츠협회) 리그에서는 이미 50년 전인 1974년에 높은 비용을 이유로 나무 배트에서 비목재 혹은 금속 배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주 일부 단기 대학을 위한 시닉 웨스트 어슬레틱 컨퍼런스(Scenic West Athletic Conference) 등 극소수의 리그만이 나무 배트를 쓸 뿐이다. 미국 고교야구에서도 정식 대회에서 나무 배트와 비목재 배트 모두를 허용하고 있다.

비목재 배트와 여러 나무를 섞어 단가를 낮춘 혼합목재 배트는 선수들과 학부모의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춰줄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비목재 배트는 합금(알로이), 탄소섬유(컴포짓), 하이브리드 등 나무가 아닌 재료로 만든 것이다. 흔히 나무 배트의 반대 개념으로 언급되는 알루미늄 배트는 코인 배팅장에서 볼 수 있는 것으로 실제 야구 경기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재질에 따라 장단점이 확실하다. 흔히 한국 중학 야구까지 쓰이는 알로이 배트는 알루미늄과 다른 금속을 섞은 것으로 내구성과 반발력을 모두 갖췄다. 비목재 배트 중 가장 저렴한 데다 꾸준한 퍼포먼스가 보장된다. 하지만 다른 비목재 배트보다 스윙이 어렵고 손 울림이 만만치 않다. 미국 아마야구에서는 컴포짓 배트를 주로 사용한다. 컴포짓 배트는 나무 배트보다 손 울림은 적으면서 스윙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으나, 내구성이 약하고 다소 비싸다. 하이브리드 배트는 알로이와 컴포짓 배트의 장점을 합친 것으로 공이 닿는 부분은 합금으로, 손잡이를 탄소섬유로 만든다. 컴포짓 배트보다 내구성이 좋으면서도 알로이 배트보다 스윙이 편하다.

플로리다 대학의 와이어트 랭포드가 2023 대학 월드시리즈에서 비목재 배트 중 하이브리드 배트를 들고 타격에 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플로리다 대학의 와이어트 랭포드가 2023 대학 월드시리즈에서 비목재 배트 중 하이브리드 배트를 들고 타격에 임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비목재 배트는 목재 배트보다 상대적으로 내구성이 뛰어나기에 어린 선수들의 심리적 부담을 크게 낮춰준다. 또 나무 배트는 같은 제조사라도 목재의 종류와 질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그 탓에 자신에게 맞는 스윗 스팟과 배럴 타구 범위를 찾는 데 상당한 시행착오가 따른다. 반면 비목재 배트는 인위적으로 품질을 조절할 수 있어 성능이 균일하다. 또 나무 배트보다 스윙 메커니즘적으로도 한결 수월해 어린 선수들이 자신있게 휘두를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비목재 배트가 단일 목재 배트보다 반드시 경제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일반적인 시장 최고가 기준으로 컴포짓, 하이브리드, 알로이, 단일 목재, 혼합 목재 배트순으로 가격이 높다. 미국 매체 베이스볼호버에 따르면 단일 목재 나무 배트는 최다한 아껴 사용해도 3개월이 고작이다. 알로이 배트는 한 시즌, 컴포짓 배트 수명의 기준은 기간이 아닌 횟수로 1000번에서 2000번 정도 치면 내구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재질, 길이, 무게에 따라 가격대도 다른 데다 선수 개인의 연습량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이달 28일 오후 2시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개최할 '18세 이하 대회 사용 배트 관련 공청회'는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공청회에는 선수, 지도자, 학부모, 공인 업체 관계자 등이 참가하는 가운데 타자 유망주들의 남모를 고충을 해결해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긴급진단] 고교야구 나무배트 20년

① "재능 있어도 타자 안 시켜요" 거포 유망주도 투수하는 고교야구, 나무배트 도입 20년이 바꿔놨다

② "엄마 죄송해요" 비싼 나무배트 부러질까 맘껏 스윙도 못했다, 고교 타자 유망주의 아픔 '비목재 배트'가 해결할까

③ "알루미늄 쓰면 투수인 우리 애는요" 비목재 배트 향한 불편한 시선, 공청회 통해 해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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