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연기에 안일해지면 내가 떠날거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11.01.20 10:15
ⓒ류승희 인턴기자 ⓒ류승희 인턴기자


김명민이 귀여워졌다! 새 영화 '조선명탐정'(감독 김석윤)에서 코믹허당 천재탐정이 된 김명민은 무게를 빼고, 비장함을 덜었다. 대신 유머를 추가하고 생기를 더했다. 멋들어진 콧수염을 달고 짐짓 점잔을 빼다가도 이내 자뻑 본색을 드러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큭' 웃음이 터진다.


추리 사극으로 알려진 '조선명탐정'은 뚜껑을 열어보면 유쾌한 가족 어드벤처물 느낌이 풍기는 작품. 김명민이 맡은 명탐정은 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사건을 수사하고 추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뛰고 구르고 넘어져가며 사건 해결에 나선다. 2편 제작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연기의 달인 허당 '명민좌'의 코믹 시리즈물이 또 나올지를.

-유쾌한 영화다. 촬영도 재미있었겠다.


▶재밌는 만큼 정신 바짝 차려야 된다.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밝고 유쾌한 데 빠지다보면 가져가야 될 캐릭터의 날카로운 부분들이 무뎌지면서 어디까지가 허당이고 천재인 건지 모르게 될 수 있다. 극이 흘러가는 순서대로 똑같이 찍으면 모르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까 조절이 필요했다. 스릴러 같으면 진중하고 어둡게, 캐릭터에 빠져서 살 수 있는데, 촬영장까지 밝고 유쾌하니까 자칫 함정이 될 수 있다. 나도 모르게 오버하지 않으려고 했다.

-김명민이 코미디를 한다고 화제가 됐다. 강마에 느낌도 난다.


▶강마에는 그게 캐릭터고, 이번 명탐정의 허당 캐릭터는 일종의 위장이다. 정조의 밀사가 된 명탐정이 밀명을 숨기기 위해서인 거다. 코믹 연기에 부담이 없었냐고들 하시는데, 저는 이것도 명탐정이 스스로 허술하게 보이기 위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코믹연기를 하려고 했다면 힘들었을 거다. 수많은 슬랩스틱이 나왔을 거고 오버 액팅이 나왔을 거다. 제가 얼굴을 들고 볼 수가 없어서 정말 개구멍 파고 들어가고 싶은 순간들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철저하게 캐릭터 위주로 갔다.

-콧수염이 눈에 띄던데.

▶반대가 많았던 설정이다. 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면서 딱 떠올랐던 게 콧수염이었다. 무조건 해야 한다고 우겼다. 사실 조선시대 양반이 턱수염도 아니고 콧수염이라니 의아해하는 분이 많았다. 감독님은 배우가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니까 오케이 해 주신 거고. 회가 거듭될수록 '맞다'는 반응이 나왔다.


처음 콧수염 본을 뜨는데, 그런 걸 만들어본 적이 있나, 너무 '노멀'한 수염이 나왔다. 아니라고 제가 직접 그림을 그려서 '이런 콧수염이요' 하기까지 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서 두세 가지 모양 콧수염을 썼다. 기죽을 땐 콧수염도 약간 아래로 기울고, 기가 살면 콧수염도 약간 올라가고. 콧수염도 연기를 한 셈이다. 안 보일 수도 있지만.(웃음)

ⓒ류승희 인턴기자 ⓒ류승희 인턴기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김명민 영화다. 그 점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되나?

▶그건 아니다. 만약 제가 받은 시나리오 중에 정말 잔혹한 스릴러가 있어 거기에 꽂혔다면 그걸 했을 거다. 만들어놓고 보니까 이런 장점이 있네 하는 거다. 세 가지 이유 안에 안 든다.

-그럼 '조선명탐정'은 어디에 꽂혔나?

▶코미디인 줄 알았는데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하게 섞은 어드벤처 무비였다. 더욱이 안 해본 캐릭터라 도전 욕구가 생겼다. 그리고 읽다보니 '인디아나 존스'나 '007' 같은 시리즈물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수성 예민하고 스트레스 많이 받던 시절 유쾌하게 봤던 시리즈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온다면 좋겠다는 기대감이랄까. 물론 잘 됐을 때 얘기다.(웃음)

-자아도취형 자뻑 탐정이 꽤 매력적이더라.

▶평소에 못하니까 캐릭터로….(웃음) 그게 배우의 직업이 주는 매력이다.

-오달수와의 콤비 플레이는 어땠나? 작품에서 콤비를 만난 게 처음이나 다름없다.

▶맞다. 항상 반대 세력이 있었지 나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없었다. 콤비가 있으니 신이 났다.

-'오달수는 여배우 같다'는 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정다워 보인다.

▶저도 깜짝 놀랐다. 달수 형은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정말 수줍음 많은 여배우다. 처음엔 음식으로 접근했다.(웃음) 그런 예상을 깨는 달수 형의 스타일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더 끌렸다. 먼저 제 마음을 열고 했더니 받아주시더라. 그러고 나니 정말 사람이 좋아지는 거 있지 않나. 촬영장에 안 나오면 생각나고 옆구리가 허전하고 그랬다. 둘이 굳이 사전에 리허설하고 하지 않아도 '형은 이렇게 해', '너는 이렇게 해' 하면서 자연스럽게 했다.

-후속을 한다면 그 때도 오달수와?

▶당연히 같이 해야한다. 콤비인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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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줄곧 영화만 해오고 있다. 드라마는 안 하나?

▶연기가 따로 있나, 똑같다. 어려움이 있다면 드라마는 큰 마음을 먹고 들어가야 한다. 수명 단축되는 게 느껴진달까. '베토벤 바이러스' 할 때는 하루에 한 시간 잤다. 지휘 연습 한번 더 하면 그만큼 나오는데, 안 할 수도 없고 환장을 한다. 정말 큰 마음 먹고 하는건데, 아무거나 잘 못하겠는 거다.

-수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사랑 내곁에'에서 수척해졌을 때는 김명민 수명 줄어들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때는 솔직히 수명 깎아먹는다는 생각은 못 했다. 그건 기획한 사람 문제지, 배우는 그런 역할이 주어지면 한다. 김명민만 하는 게 아니다. 배우는 진짜로 한다. 물론 내가 집어들긴 했지만, 그건 운명인 거고. 내 앞에 놓여지는 캐릭터는, 어떤 시나리오가 많은 배우들 중에 나한테 온 것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고사하지 않고 내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도 운명이다.

-오래오래 연기하려고 하는 준비가 있다면?

▶오래오래까지는 생각을 못한다. 다음 작품을 위해서지. 체력 관리는 기본이다. 보디빌딩 했다가 후회한 사람이라 보디빌딩은 안 하고, 조깅하고 그런다. 한 10년은 안했다. 그 땐 보디빌딩을 해서 '뜨거운 것이 좋아'에 캐스팅됐고, 매회 샤워신이 나올 정도였지만 그 뒤엔 수많은 장애를 안겼다. 집 짓듯이 얹어진 근육이 배우가 릴랙스하고 연기하는 데 얼마나 방해가 되는 지를 깨달았다.

그런 몸이 필요한 역할은 정해져 있다. 운동선수 역할이 아닌 다음에야 대개 장애가 된다. '하얀거탑' 때도 식스팩이 일부 남아 있어서 샤워신을 뒤에서만 찍었다. 천재 외과의사에 식스팩이 말이 되겠나. 해외를 봐도 연기파 중에 몸 좋은 사람이 없다.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 몸 좋은 역할을 맡으면 그때 만들면 된다.

-언제까지 배우를 해야지 하고 생각하나.

▶솔직히 모르겠다. 언제까지 배우를 할 지. 두 화가가 책상을 그린다고 치자. 앉은 자리에서 뚝딱 그리는 천재 화가 A가 있고, 한 달에 걸쳐 고심하면서 그려나가는 다른 화가 B가 있다. 둘 다 잘 그렸더라도 B의 그림에서 어떤 영혼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어떨까. 내가 어느 순간 훅 돌아서 안일하게 작업하려 하면서 A처럼 뚝딱 뭔가 해내려 한다면, 그런 때가 온다면 내가 배우를 떠날 것 같다. 만들고 고민하고 창조하려고 노력하는 걸 계속한다면, 그게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계속 (연기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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