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출범 후 5년 차, 두 차례 준우승,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정상에 섰다. 그동안 친구들의 우승을 응원하며 꿈을 키웠던 백민주(27·크라운해태 라온)가 드디어 화려한 피날레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백민주는 27일 밤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PBA 3차 투어 '하나카드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에서 김세연(휴온스 레전드)을 세트스코어 4-3(11-0, 1-11, 2-11, 7-11, 11-7, 11-6, 9-3)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프로 출범과 동시에 LPBA 무대를 밟은 백민주는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아 PBA 팀리그에서도 꾸준히 활약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절친한 사이인 김세연은 3차례나, 강지은(SK렌터카 다이렉트)과 김민아(NH농협카드 그린포스)가 두 차례씩 정상에 서는 동안 백민주는 늘 그 옆에서 부러움 섞인 눈으로 그들의 우승을 축하해줄 수밖에 없었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4강에만 5차례 올랐으나 늘 끝이 아쉬웠다. 번번이 우승자 출신 선수들을 격파하고도 웃지 못했다. 지난 시즌 5차 대회에서도 8강에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엔젤스), 4강에서 김가영(하나카드 원큐페이)라는 두 거함을 잡아냈으나 결승에서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히가시우치 나츠미(웰컴저축은행 피닉스)에게 1-4로 패했다.


이전 대회들과 달리 우승자들은 피했으나 쉽지만은 않았다. 8강에서 김진아(하나카드)와 5세트 접전 끝에 3-2로, 준결승에서도 정은영에 3-2 역전승으로 가까스로 결승에 올랐다.
다시 찾아온 우승의 기회를 잡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1세트는 8이닝까지 5-0으로 앞서가던 그는 9이닝에서 하이런 6점으로 11-0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2세트에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세연이 2이닝에 하이런 7점을 뽑았고 5이닝 만에 11-1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순식간에 흐름이 넘어갔다. 3,4세트 백민주는 12이닝 동안 3득점에 그쳤고 이 사이 김세연이 흐름을 타고 역전했다. 5세트엔 먼저 하이런 5득점하고도 흐름을 내주며 패했다. 한 세트만 더 뺏기면 우승을 내줄 위기.
백민주는 집중력을 살려 반전의 서막을 알렸다. 5세트 5-6으로 끌려가던 백민주는 차근차근 점수를 쌓더니 13이닝 4득점하며 세트스코어를 2-3으로 만들었다. 6세트엔 애버리지 1.222로 이날 가장 좋은 경기력으로 승부를 결국 풀세트로 끌고 갔다.
7세트 초반 3득점에도 5이닝 김세연에게 3-3 동점을 허용했으나 7,8이닝 연달아 3득점씩을 거두며 결국 왕좌에 올라섰다. 특히 챔피언샷은 절묘한 옆돌리기 3뱅크샷(2점)으로 장식해 더욱 짜릿했다.


우승 상금 3000만 원과 함께 PBA 전용구장인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 1호 우승 선수라는 타이틀도 거머쥐게 됐다.
PBA에 따르면 백민주는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아직도 너무 얼떨떨하다. 드디어 노력한 결과가 나왔다. 조금씩 현실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한데 정말 제 스스로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너무도 간절했던 우승. 백민주는 "크라운해태 팀의 윤영달 회장님께 너무 은혜를 갚고 싶었다. 트로피 올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팀리그 선발될 때 정말 실력이 좋지 않았다. 4년 간, 또 이번 년도에도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 후원해주시는 것이 너무 감사해서 우승이 정말 절실했는데 이렇게 보답해드리게 됐다"고 웃었다.
진중하기보다는 밝고 장난이 많은 성격. 신중히 샷을 해야하는 당구에선 독이 될 수도 있으나 백민주는 "성격은 고치지 못할 것 같아 연습량으로 승부했다. 우리 팀의 마르티네스를 보면'어떻게 저렇게 침착하게 칠까' 싶은데 그렇게는 못할 것 같았다"며 "(주변에서) '너 정말 무식하게 당구 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습했다. 잠자는 시간 빼고 모든 시간을 당구대 앞에 있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당구장 영업 제한이 있을 땐 하루에 7~8시간 잔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시간은 당구를 쳤다. 그러다보니 허리에 무리도 왔다. 매일 한의원과 훈련장만 오갔다. 정말 이 악물고 연습했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결국은 해냈다. 포기하지 않은 마음가짐이 힘이 됐다. 본인의 장점도 "긍정적인 에너지"라고 꼽은 그는 "'쟤가 왜 그러지' 싶을 정도로 긍정적이다. 오늘도 긍정의 힘으로 첫 우승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절친한 동료들이 우승을 할 때도 낙담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동료들로 인해) 압박감은 없었다. 김세연, 김민아, 강지은 선수는 항상 저에게 정말 사랑하는 친구이자 존경하는 친구들"이라며 "그들이 우승했을 때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고 응원석에서 생각했다. 부담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 당구장에서 아르바이르틀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바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부모님 또한 무얼하는 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그러나 이젠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딸이 됐다. "프로당구가 생기고 나서 관심을 조금씩 가져주셨다. 20대 초반엔 제가 뭐하고 다니시는 지도 몰랐다"며 "PBA가 생기니까 선수들도 다 아신다. 결승 앞두고는 '우리 딸 파이팅'해주셨다. 어머니도 나처럼 해맑으시고 긍정적이시다"라고 설명했다.
하나의 장벽을 넘었다. 이젠 창창한 앞길이 기다리고 있다. PBA 전용구장의 첫 우승자라는 점도 특별한 의미다. "마음이 놓였다. 아마추어 시절 체육관 시합을 하면 천장도 높고 매일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전용구장에서 하니까 뭔가 조명도 더 잘 보이는 것 같고 모든 것이 편하고 괜찮더라. 마음이 좋아졌다. 안심이 됐다. 낯선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앞으로 계속 전용구장에서 경기를 할 테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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