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수록 놀랍다. 단순히 잘하는 것을 넘어 마치 베테랑처럼 노련하게 경기를 풀어간다. 이러니 '완성형 투수'라는 평가 속에 전체 1순위로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정현우(19·키움)는 18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72구를 던져 3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시범경기 3차례 등판에서 11이닝 동안 6피안타 5볼넷 10탈삼진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ERA)이 0.82로 경기당 1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리허설을 마쳤다. 패배 없이 2승은 덤이었다.
덕수고를 졸업한 정현우는 최고 시속 150㎞를 육박하는 패스트볼과 함께 커브, 슬라이더는 물론이고 완성도 높은 포크볼을 구사하며 당장 프로에 와도 즉시전력감으로 뛸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의 선택을 받았고 계약금 5억원을 품에 안았다.
앞서 두 차례 경기에선 더 완벽했다. 지난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쳐 모두를 놀라게 한 정현우는 13일 SSG 랜더스전에선 4이닝을 투구하며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으로 호투를 이어갔다. 피안타가 늘었지만 위기 때마다 헤쳐나갈 수 있는 능력까지 선보이며 완벽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시범경기 마지막날인 롯데전에도 선발로 등판한 정현우는 처음으로 실점을 경험했다. 초반엔 운이 좋지 않았다. 정현우는 1회말 2루수 실책으로 내보낸 타자가 나승엽의 안타 때 홈을 밟으며 시범경기 첫 실점을 했다. 그러나 실책으로 출루한 주자였기에 자책점으론 기록되지 않았다.
2회 선두타자 윤동희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세 타자를 차례로 아웃시킨 정현우는 3회에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4회 위기를 맞았다. 첫 타자 빅터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맞았고 1사에 1루에서도 윤동희에게 안타를 맞았고 제구가 쉽게 되지 않으며 박승욱에겐 볼넷을 허용했다.
시범경기 최대 위기였다. 한태양을 상대로도 3구 연속 볼을 던졌다. 그러나 여기서 정현우의 위력이 나타났다. 4구로 카운트를 잡은 뒤 5구를 존 상단에 밀어넣으며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유도했다.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아웃카운트 하나와 맞바꾸며 피해를 최소화했다.

정보근과 타석이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찬가지로 3구 연속 볼을 던졌으나 4구를 존에 밀어 넣었고 5구는 파울이 나왔다. 6구 결정구는 역시 포크볼이었다. 바깥쪽 위주로 승부를 펼치던 정현우는 몸쪽 가장 낮은 코스로 포크볼을 구사했고 정보근은 볼이라 판단해 잘 참아냈다. 그러나 공은 ABS존을 아주 미세하게 걸친 스트라이크로 판정을 받았다. 정보근으로선 도저히 방망이가 나올 수 없는 코스였으나 그 코스를 정현우는 공략해내 만루 위기에서 벗어났다.
경기 전 "만족, 불만족이라는 표현보다는 대만에서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를 통해서 본인이 계획한 대로 페이스를 잘 끌어올렸다만 표현하면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하던 홍원기 감독은 경기 후 "선발 정현우는 신인답지 않게 패기 있고 여유 있는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자신의 투구를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개막에 맞춰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정현우는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정규 시즌에 들어가기 전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모두 해 본 것 같다"며 "초반 3이닝은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아 투구수를 적게 가져가며 효율적인 투구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4회부터 볼이 늘어나면서 어렵게 승부를 가져갔다. 오늘 잘 되지 않은 부분을 복기해 정규시즌에는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경기를 되돌아봤다.
충분히 프로의 세계를 간접경험할 수 있었다. "경기에 내보내주신 덕분에 시범경기 동안 많은 경험을 쌓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그는 "이제 정규시즌까지 남은 기간 동안 컨디션을 잘 조절해 팬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투구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다. 앞서 주장 송성문은 "현우 정말 좋다 .일단 제구나 변화구 제구 능력이나 이런 게 확실히 신인답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면서도 "정규시즌 때는 타자들이 전력 분석도 많이 들어올 것이고 끈질기게 승부를 하려고 하기 때문에 확실히 적응 기간이 필요하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잘 던지는 것을 넘어선다. 주자 견제 능력도 뛰어나고 신인답지 않은 운영 능력도 돋보인다. 지난 13일 SSG전 견제로 2루 주자를 잡아냈던 것을 두고는 "현우가 신인인데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이 확실히 신인답지 않다"며 "공은 솔직히 아직 1년을 겪어보지도 않았으니까 모르는데 마운드에서 여유나 제구를 잡는 것도 멘탈도 확실히 최근에 본 신인들보다는 뛰어난 것 같다"고 감탄했다.
키움은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투수 대신 타자를 2명으로 구성하는 강수를 뒀다. 타선 약화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고육지책이었는데 정현우의 가세로 확실히 힘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케니 로젠버그와 하영민, 김윤하에 정현우가 4선발로 안착해 이제 남은 건 5선발 자리만 정하면 되는 상황이 됐다.
단 3경기, 11이닝으로 왜 전체 1순위, '5억팔'이 됐는지를 보여줬다. 나아가 신인답지 않다는 평가가 늘 따라다닌다는 게 더 기대감을 키운다. 히어로즈 소속 최초 신인왕 희망을 키우는 초대형 신인인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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