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녹색 의자'로 선댄스영화제에 세 번째 초청을 받았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선댄스영화제와는 인연이 각별하다. 이번이 세 번째이기도 하고, 처음 신설된 경쟁부문에 초청됐고, 또한 한국 영화감독으로서는 처음 진출한 영화제여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사실 이번에 초청된 것도 부산영화제나 PPP를 통해 정식 제출했던 것이 아니라, 내 미공개 작품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베를린과 칸, 선댄스 등에서 보여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그동안 평론가들도 보여달라는 사람들이 많았어도 공개하지 않다가 비공식 DVD로 보여줬고, 그 뒤에 초청제의가 왔다.
베를린에서도 경쟁과 비경쟁이 결정되지 않았을 뿐 이미 초청을 받았고, 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칸영화제는 5월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제가 선댄스이다 보니 금년에 선댄스에 새로 생긴 경쟁부문에 출품하게 됐다.
- '녹색 의자'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일부러 숨겨왔다. 굉장히 은밀히 촬영을 했고, 외부에 전혀 공개를 안했다. 찍으면서 그리고 찍고 난 뒤에도 고민을 많이 했다. 30대 여성과 10대 남성의 격정적인 사랑이야기인데, 성행위 장면이 굉장히 익사이팅하고 리얼해서 실제 성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영화인데 이렇게 과감하게 내놓아도 되겠는가 하는 망설임도 있었고, 내심 마음을 다스릴 기간이 필요했다.
내 영화들이 좋게 말하면 '독창적이 영화'이고, 나쁘게 말하면 '관객과 쉽게 접하기 힘든 영화'가 아닌가. 한국의 배급환경도 마음에 들지 않고, 우선 해외 영화제와 마켓을 거친 후에 개봉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공개하지 않고 있으면 궁금해 하지 않겠나.
- 원조교제에 관한 실화를 다뤘다던데?
▶예전에 가십 기사로 소개된 소재다. 30대 유부녀가 10대 미성년과 성행위를 가졌고 법정구속을 당했다는 내용인데, 그 실화를 모티브로 삼았고 내용은 만나서 감옥에 갈 때까지의 과정이 아니라 그 뒤의 이야기다. '그들이 다시 만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했는데, 그 내용은 감독이 이랬으면 하는 바람일 수도 있다.
▶'이머시스'라는 대전에 있는 벤처 음향업체인데, 돌비사에 핵심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가 참여했다. 그 전에는 한국 영화들이 거의 사용을 안했었는데, 색다른 시도였다. 멜로 드라마이니까 청각적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덜하지만, 앞으로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했다.
- 충무로 토착 자본으로 만들었다는데.
▶여러 경로의 자본을 사용해봤는데 자유롭지 못했다. 영화자본은 다양할수록 좋은 거니까, 지금은 거의 사라진 충무로 토착 자본을 만나 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극장의 곽정환 회장과 손을 잡았다.
- '뉴 시네마 네트워크'(NCN)를 발족한 주인공인데, 잘 진행되고 있는가?
▶비로소 가시화가 됐다. 한 1년간 준비한다고 고생 좀 했는데, 내년 1월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네트워킹이 한중일 NCN 베이징, NCN 상하이, NCN 도쿄 등으로 확대되고 유럽과도 연계되고 있다. 발족할 당시만 해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점점 미래에 대해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내년엔 NCN을 통해서 영화를 다섯 편쯤 만들까 생각중인데, 힘들더라도 세 편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왜, 예전에 '박철수식 영화찍기'라는 말이 있지 않았는가.(웃음)
1979년 '밤이면 내리는 비'로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박철수 감독은 이후 '어미', '접시꽃당신', '물 위를 걷는 여자' 등으로 대종상 작품상과 최우수감독상, 영화평론가상 등을 수상했고, '301 302', '학생부군신위'에 이어 '녹색 의자'로 선댄스영화에 세 번째 초청됐다.
또 섭취와 배설에 관한 '301 302', 죽음에 관한 '학생부군신위', 탄생에 관한 '산부인과' 등 일련의 주제를 가진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고, 2000년에는 '봉자'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디지털영화의 기록을 세운 박 감독은, 작년 발족한 '뉴 시네마 네트워크'(NCN)를 통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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