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프리선언, 약일까 독일까

김수진 기자, 김현록   |  2007.02.22 15:39
최근 프리랜서 선언이 불거지고 있는 김성주 MBC 아나운서(왼쪽)와 지난해 프리랜서를 선언한 강수정 전 KBS 아나운서

최근 MBC 김성주 아나운서의 거취를 놓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선언은 약일까, 독일까.

김성주 아나운서에 앞서 강수정은 지난해 11월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홍역을 치뤘다. 강수정은 당시 KBS 내에서 최고의 스타성을 지닌 아나운서로, KBS 예능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맹활약했다. 하지만 프리랜서 선언과 동시에 큰 '난관'에 부딪혔다.

KBS 아나운서 내부에서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에 대해 일정기간 출연을 금지해야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프리선언 아나운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강수정은 당시 진행하던 KBS 2TV 연예정보프로그램 '연예가 중계'는 물론, 2TV '무한지대 큐' 등에서 도중하차했다. 강수정과 비슷한 시기에 프리랜서를 선언한 김병찬의 경우도 마찬가지. 김병찬은 진행을 맡고 있던 '사랑의 리퀘스트'에서 하차했다.

강수정은 현재 KBS 2TV '해피선데이'의 '쾌남시대' 코너와 KBS 라디오 '강수정의 뮤직쇼'를 제외하곤 모두 하차했다. 현재는 SBS로 활동 영역을 옮겨 '야심만만'과 '결정! 맛대맛'의 MC로 활동중. 김병찬은 프리랜서를 선언한 이후 KBS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나 강수정 전 아나운서의 사례도 보는 시각에 따라 결과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거꾸로 해석하면 강 아나운서는 'KBS 프로그램 하차가 기본 방침'이라는 KBS측의 당시 입장 발표에도 불구하고, 3개월 넘게 KBS 라디오 및 TV 프로그램을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강수정의 프리 선언 당시 "하차방침"을 천명했던 KBS는 그러나 3개월이 훌쩍 지난 현재 강 전 아나운서의 교체에 유보적이다. KBS 라디오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강수정의 하차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다가온 봄 개편에서 '강수정의 뮤직쇼' DJ 교체는 현재 결정되지 않은 상태. 이를 두고 아나운서실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만 '하차'라고 방침을 밝혔을 뿐, 프리 선언을 한 전 아나운서를 그대로 유임시키는 관행은 여전하다는 볼멘소리도 높다.

아직 거취표명을 하지 않은 김성주 MBC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을 할 경우도 강 전 아나운서와 같이 MBC내에서의 활동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김성주 아나운서가 프리선언이 불거진 뒤 스타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프리선언과 관련 "이런 문제(프리선언)가 불거진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MBC에 죄스러운 마음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회를 주고 배려를 해 준 회사에 대한 고마움은 늘 잊지 않고 있다"며 "혹시나 내 신분이 바뀌어서 MBC가 어떠한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내가 다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고, 그렇더라도 MBC 프로그램에서 계속 일하고 싶은 마음이다"고 속내를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그는 이어 "조용히 혼자 고민하고 해결할 문제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동료들은 물론 윗 분들까지 모두 아시는 상황이라 어딜 가도 가시방석이다"며 "웃으며 바라보지만 그런 것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 저로 인해 조직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생각도든다. 그래서 어떤 결정이든 빨리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옳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에 대해 아나운서실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활동범위의 확장이라는 긍정적인 입장과, 스타성에 따른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 개인의 실리 추구라는 부정적 입장이 상충되고 있다.

모 방송사 아나운서는 "어느 한 아나운서가 스타성을 지니면 아나운서실 내부적으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아나운서와는 괴리감이 생기기 마련이다"며 "프리를 선언한 아나운서들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판의 시각으로 들이대선 안된다"고 밝혔다.

프리랜서를 선언한 아나운서나 방송사에 속한 일부 아나운서들이 느끼는 공통분모는 아나운서의 스타성 등을 고려, 적절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점. 운동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의 몸값이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아나운서실의 한 관계자는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이 개인에게 얼마만큼의 약이될지 독이될지는 이렇다 저렇다고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프리선언 이후에 더 잘 될 수도 있고 더 안될 수도 있다"며 "아나운서가 프리를 선언한 이후에는 '방송사 아나운서'라는 보조장치 없이 모험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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