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앵커계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20세기에 씨를 뿌린 페미니즘이 21세기 들어 발아하는 모양새다. 모든 면에서 남학생들을 능가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알파걸'의 선두에 선 '알파우먼'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30대 기혼 여성이 앵커석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SBS ‘8뉴스’에서는 유치원생 자녀를 둔 김소원 앵커가 4년째 안정적으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KBS는 주말 ‘뉴스9’에 두 아이의 어머니인 지승현 앵커를 발탁했다.
단독 앵커도 여럿이다. SBS가 기혼녀인 고희경 앵커를 심야 마감뉴스인 ‘나이트라인’ 단독 진행자로 기용했다. MBC는 육아휴직을 마친 김주하 앵커에게 역시 주말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을 맡겼다.
20세기 대표 앵커인 KBS 신은경씨와 MBC 백지연씨가 결혼과 동시에 ‘퇴출’된 것과 사뭇 달라진 상황이다. 결혼과 출산은 결격사유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연륜과 신뢰도를 높이는 순기능으로 작용하기에 이르렀다. 젊음과 미모로 남자 앵커의 왼쪽 자리를 차지하던 ‘꽃’에 그치던 시대는 갔다.
뉴스 프로그램에 국한된 형상도 아니다. MBC 해외시사프로그램 ‘W’는 최윤영 아나운서가 혼자 이끌고 있다. 최근까지 KBS ‘파워인터뷰’를 휘어잡은 프리랜서 아나운서 이금희, KBS ‘역사스페셜’을 진행한 중견 연기자 고두심 등도 남자 진행자 도움없이 당당한 카리스마로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금녀의 구역으로 여겨졌던 스포츠뉴스도 여자 아나운서에게 마이크를 내주기 시작했다. MBC 이정민 아나운서가 여자 아나운서 가운데 처음으로 ‘스포츠뉴스’를 단독 진행했다. 2003년 5월 스포츠뉴스 진행석에 투입됐던 이씨는 “방송 초기에는 여자라 스포츠 관련 전문성이 없다는 남성 시청자들의 편견 때문에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씨가 길을 닦자 이후 스포츠 뉴스로 여성들이 속속 진출하고 있다.
SBS 박은경 아나운서는 ‘오늘의 스포츠’, KBS 이선영 아나운서는 2TV ‘투데이 스포츠’, 새내기인 MBC 손정은 아나운서는 주말 ‘스포츠뉴스’를 각각 단신으로 맡고 있다. SBS 유영미, KBS 이지연씨 등 몇몇 아나운서들은 스포츠 캐스터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에서도 터줏대감 격인 남자 진행자를 대체하고 있는 우먼파워가 거세다. SBS스포츠 채널에서는 신지연씨가 농구, 축구 등을 중계방송하고 있다. MBC ESPN에서는 아기엄마인 김수한씨부터 이정민, 안진희씨 등이 미국프로농구, 야구, 축구 등 각 종목을 넘나들며 캐스터로 맹활약하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인 여자 앵커 바버라 월터스는 일흔이 넘어서도 현역이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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