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보경이 또 다른 이미지 혹은 얼굴을 갖게 됐다.
사실 김보경이라는 배우는 지난 2001년 영화 '친구'의 여고생 록밴드 레인보우의 매력적인 멤버로 기억됐다. 이후 '아 유 레디?' '청풍명월' '어린 신부' 등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아직 김보경은 그렇게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 11일 막을 내린 MBC 특별기획 드라마 '하얀거탑'은 그가 새로운 이미지와 얼굴을 갖는 무대로 다가왔다. '쿨'하고 세련된 하지만 감정의 앙금을 끝내 감추지 못한 채 장준혁(김명민)을 떠나보내며 전화기를 붙잡고 애써 눈물을 참아내던 '하얀거탑' 속 강희재의 모습은 오래도록 또 다른 기억으로 김보경을 시청자들의 추억 속에 앉힐 터이다.
"이렇게 긴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걱정도 많았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긴장은 그 만큼 더 컸다."
그런 그가 "한때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순간, 배우로서 살아가는 일상의 쉽지 않은 안타까움을 읽어낸다.
올해 초 개봉된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 스물아홉 여자의 때론 이기적이고 또 때로는 한없이 순정한 사랑을 그린 영화를 통해 김보경은 세밀한 감성을 드러내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러기까지 겪은 마음 고생도 적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은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연기를 하면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과정은 연기에 관한 작은 회의를 불러왔던 셈이다.
미술 공부를 위해 프랑스 파리 유학을 가기로 작정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다. 그런 찰나 '여름이 가지 전에'의 출연 제안을 받았고 김보경은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나섰다.
드라마 '하얀거탑'은 그런 마음을 다잡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난 아직 신인"이라고 생각했고 "남자에게 이용당하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끌고갈 줄 아는 영리함을 지닌 여자 그리고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통찰력을 지닌 여자"라는 희재의 캐릭터도 "강렬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20대는 사춘기다. 어떤 게 내 길인지 혼란스러웠"던 탓도 있었다. "이제 30대에 들어서며 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그는 "나는 나의 사랑을 너무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제서야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 영역을 침범당하지 않고 또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걸 알게 됐다"며 이제 연기자로서 자신의 길을 찾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제 새 영화 '기담'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2월 중순부터 촬영을 시작한 영화는 1940년대 경성의 한 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리공포물. 김태우 등과 함께 주연하는 김보경은 인텔리 신여성으로 의사인 남편을 사랑하는 지적이면서도 비밀을 간직한 그래서 극을 풀어가는 중요한 고리를 가진 여자로 등장한다.
시대물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들뜬 그는 "배우는 게 너무 많다"며 환한 웃음을 짓는다.
이윽고 한 마디를 잊지 않는다.
"아, 참 이젠 '하얀거탑'의 강희재 같은 사랑도 하고 싶다."
과거 1년여의 연애와 사랑 이후 몸과 마음이 아팠다는 그에게 사랑은 또 어떤 색으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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