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바이벌' 가수들의 눈물은 남다르다

[기자수첩]

김지연 기자  |  2007.06.24 14:50

확률 50%, 흰 공을 뽑은 자와 검은 공을 뽑은 자가 저마다 자신의 색깔이 뽑히길 간절히 기도한다. 이들의 방송출연은 모든 것이 실력이 아닌 단순한 운으로 결정된다. 신인가수들 사이의 배틀로 유명세를 탄 MBC ‘쇼바이벌’의 한 장면이다.

지난 23일 방송에서도 룰렛이 흰색 바탕을 가리키자 검은 공을 뽑은 가수들은 좌절의 쓴 맛을 봐야 했다. 특히 확률 50%의 룰렛으로 결정되는 1차 관문에서 신인그룹 에이트는 4주 연속 ‘꽝’이 나오며 눈물을 삼켜야했다. 말 그대로 서러움의 눈물이었다.

순간 최근 개봉했던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극중 한 방송사는 왕년의 팝스타 알렉스(휴 그랜트 분)를 퇴물 취급하며 출연제의를 한다. 하지만 노래를 부를 것이라 기대하는 알렉스에게 방송사가 제의한 것은 그와 비슷한 입장에 놓인 한물 간 톱스타들과의 복싱. 복싱에서 1등을 한 사람만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물 간 스타와 막 데뷔한 신인들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들에 대한 팬들의 수요도 없고 톱스타와 같은 열렬한 반응도 없다. 때문에 방송사들이 그네들을 출연시키는 것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얼마 전 한 음악 방송은 톱가수 A씨가 3곡의 노래를 부르게 하기 위해 출연가수를 1명 줄이기도 했다. 또 MBC ‘쇼 음악중심’의 경우 기존 포맷에서 가수와 MC가 토크를 곁들이는 형식으로 바꾸면서 출연가수가 줄어들기도 했다. 토크에 할애하는 시간만큼 출연하게 되는 가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신인가수 입장에서는 이름을 알려야 하기에 무대에 설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런데 그나마 있던 무대마저 줄어들고 있으니 더더욱 홍보가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신인들에게 출연기회를 주겠다며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쇼바이벌’. 신인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확률 50%의 룰렛을 해야 하고, 그 후에도 OX 게임 등에서 틀리면 무대에 설 수조차 없다. 그리고 무대에 서도 그들이 부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노래다. 1등을 해야만 가수 본인의 노래를 부를 기회가 주어진다. 힘들어진 가요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음악방송에서 만난 가수는 “운에 의해 떨어지는 '쇼바이벌'의 성격에 대해 나쁘게 말하시는 분도 있지만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쇼의 성격이 가미되면서 시청률이 여느 음악 프로그램보다 높다. 때문에 그동안 수없이 무대에 서서 이름을 외친 것보다 더 빨리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뽑히지 못한 신인가수도 엄청나니 이들은 그나마 행운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23일 방송에서 1등을 했던 슈퍼키드는 방송 중 방송사에서 밴드라고 하면 좋아하지 않아 방송출연 한 번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슈퍼키드에게 이번 주 1위 자리를 내준 V.O.S 역시 완전 신인도 아닌데 왜 V.O.S가 여길 출연하냐는 사람들이 물음에 힘들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며 울먹였다.

많은 연예인들이 방송 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곤 하지만 이들의 눈물은 남달랐다. 그간 겪은 무명의 설움과 아픔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가슴에 와닿는 눈물이었다.

출연하는 모든 신인가수들에게 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면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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