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특별기획 '불량커플'(극본 최순식·연출 이명우)이 서서히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한자리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불량커플'은 동시간대 경쟁작 MBC 특별기획 '에어시티'와 비등하게 상승세를 보이더니, 23, 24일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에어시티'를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이 같은 인기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드라마 주 시청층으로 떠오른 30대 미·기혼 여성들을 모두 한자리에 끌어모으는 미덕을 발휘했다는 점. 일적으로는 성공했으나 가정을 이루지 못한 커리어우먼과 자신의 삶보다는 가족을 앞세우며 사는 전업주부를 대립하는 인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 친구로 설정해 각각 감정이입을 하도록 설정했다.
미혼의 패션잡지 편집장 김당자(신은경 분)는 성공한 직장여성의 표본이다. 일을 위해 결혼은 회피하지만 자신을 닮은 혈육 하나는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은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의 공감을 낳았다.
자신보다는 항상 남편과 자식이 먼저인 가정주부 한영(최정원 분) 또한 결혼과 함께 집안 살림에 매몰된 또래 주부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그러한 한영에게 닥친 남편 김윤석(박상민 분)의 불륜, 그 앞에서도 이혼하기보다는 이를 덮고 가정을 유지하고픈 여자의 애처로운 마음도 잘 표현됐다.
여기에 여성들의 판타지를 한껏 상승시킬 백마탄 왕자의 등장이 대리만족을 준다.다소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캐릭터이지만 여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며, 여성들이 원하는 남성상을 섬세하게 그려내 눈길을 떼지 못하도록 한다.
김당자에게는 최기찬(류수영 분)이, 한영에게는 서준수(유건 분)가 있다. 김당자가 그야말로 '씨'를 받기 위해 선택한 '완벽한 유전자'를 지닌 최기찬은 서울대 식물학과 교수에 뼈대깊은 집안의 종손으로 반듯하고 따뜻한 심성을 지녔다. 게다가 멋진 외모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그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여자에게는 무조건 헌신하는 로맨틱 가이다.
서준수 또한 만만치 않다.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오래 생활해 세련된 매너와 감성을 갖춘 그는 아르바이트로 모델활동을 할 정도로 걸출한 외모에 스포츠센터를 직접 경영할 정도로 부를 갖췄다. 게다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파로, 한영과 계약연예를 통해 김윤석을 통쾌하게 약올리며 주부들의 환상을 자극하고 있다.
이러한 전개는 여성들의 욕구를 정확히 꿰뚫은 최순식 작가의 실력이다. 남성작가로서는 드물게 주부시청층을 타깃으로한 아침 연속극을 4번이나 집필한 그는 지난해 SBS '돌아와요 순애씨'를 통해서도 여자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읽어내 여성 작가가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당시에도 불륜에 빠진 20대 미혼여성과 남편을 빼앗긴 30대 전업주부의 몸바꾸기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가는 모습을 그렸다. 어울리지 못할 것 같은 여성들의 대립과 반목 대신 화해와 공존을 그려내며 호평받았다면, '불량커플'도 여성들의 아량과 우정을 감칠맛나게 그려나가며 여성 시청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불량커플'을 통해 처음으로 단독 연출을 맡게된 이명우 PD의 발랄한 연출력도 유쾌하다. 미국 유학파로 현지 영화사에서 일하기도 했던 이 PD는 다소 유치해 보일 수도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과 전원주의 '일곱쌍둥이' 설정 등을 재치있게 활용해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무엇보다 신은경의 열연, 류수영의 섬세한 연기력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9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신은경은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과 과장과 절제를 넘나드는 연기력은 드라마의 틈새틈새를 메꿔나가고 있다. 류수영 역시 어찌보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진실하고 감수성 넘치는 남자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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