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톱10..왜 이리 많이 죽었나?

김관명 기자  |  2007.07.10 09:08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죽음이 불러일으킨 비장감과 뜨거운 눈물 때문일까.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을 그린 김지훈 감독의 '화려한 휴가'가 시사회를 통해 폭발적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역대 한국영화 흥행작의 최대공약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건 바로 주인공들의 '죽음'이다.

'전국관객 500만명 이후 흥행성적은 신(神)만이 안다'는 게 영화계 속설이지만, 40대 이상 남성관객이 봐야 '터진다'는 게 정설인 것도 맞다. 그만큼 먹고 살기에 바쁜 40대 이상 대한민국 가장들이 볼 만큼 사회적으로 파장과 신드롬을 불러일으켜야 소위 '대박영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건 마치 뒤통수를 내려친 해머의 충격처럼, '죽음을 동반한 서사적 비극'이어야 한다는 것. 사실 알콩달콩 그들만의 사랑이야기나, 애절한 멜로 끝에 연인 하나가 죽는 것은 '유효기간'이 뻔하지 않은가. 그리고 여기에 그 서사적 비극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면 금상첨화다. 물론 '웰메이드'는 기본이다.

먼저 지난해 전국관객 1301만명을 불러모으며 역대 흥행 1위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괴물'.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한국영화에서는 좀체 보기 힘들었던 이 SF 판타지에서 괴물은 물론 사람도 죽었다. 언제나 넉넉했던 아버지 변희봉과, 아빠 송강호 눈에는 눈에 넣어도 안아팠던 어린 딸 고아성. 특히 괴물에 납치됐던 고아성을 결국 저세상으로 보낸 송강호의 애끓는 부정은 잔뜩 괴물의 행동거지에 달떴던 관객의 눈물을 쏙 빼내기에 충분했다.

역대 2위인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1230만명) 역시 과감히 말한다면 여자보다 예뻤던 이준기를 비롯해 그 이준기를 사랑했던 감우성 등 영화에 나온 광대패는 모조리 다 죽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는 그토록 동생 원빈을 아꼈던 형 장동건이 결국 죽었고(애인으로 나왔던 故 이은주도 죽었다), 실존 북파부대를 배경으로 한 '실미도'(1108만명)는 부대원들 대부분이 서울 가는 버스안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818만명이 본 역대 5위 영화 '친구'에서도 장동건은 "고마해라 많이 묵었다"라는 단말마와 함께 쓰러졌고,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웰컴투 동막골'(800만명)에서도 순박하기만 했던, 그래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남북한 군인들 모두 폭사했다. 684만명이 본 '타짜'에서는 고니 조승우를 키운 평경장 백윤식이 배신과 질투의 칼을 맞고 비명횡사했다.

1999년작 남북분단 현실을 배경으로 한 '쉬리'(620만명)에서는 한석규가 자신의 손으로 약혼녀인 김윤진을 죽였고, 심지어 조폭코미디 '투사부일체'(610만명. 10위)에서도 다소 앞뒤 안맞기는 했지만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던 한효주도 죽었다. 결국 사람 안죽은 역대 흥행 톱10 영화는 8위의 로맨틱 코미디 '미녀는 괴로워'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독특했다'는 평가를 받은 걸까.

해서 다시 '화려한 휴가'로. 26일 개봉을 앞둔 지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기자들이 눈물까지 흘린 건 꼭 이 영화가 잘 만들어져서, 김상중 안성기 이요원 이준기 박철민 등 배우들의 연기가 출중해서가 아니다. 계엄군의 탱크와 무차별 총격에 꽃잎처럼 스러져간 시민군의 아픔과 무수한 죽음이, 불과 27년전 그 참혹한 광주의 현실이 소스라치게 무섭고 애달프고 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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