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개그時代'...긴 호흡 코미디 부활 힘든 까닭은?

길혜성 기자  |  2007.07.18 09:14
MBC 개그 프로그램 '개그夜'의 인기 코너 '주연아'의 한 장면.
사진제공=MBC


영화 '디 워'의 심형래 감독이 이 작품의 미국 개봉과 맞물려 최근 미디어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80년대의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아직까지도 '감독 심형래'보다는 '명 코미디언 심형래'가 더 익숙할 듯하다.

그는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영구와 땡칠이', '변방의 북소리', '동물의 왕국' 등 올드팬들에게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인기 코미디 코너를 수없이 탄생시켰던, 그야말로 '국민 희극인'이었다. 이렇듯 심형래가 '당대의 명 코미디언'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 등 긴 호흡의 코미디를 선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수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이 같은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은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 그 자리를 현재 MBC '개그夜', KBS 2TV '개그콘서트',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대신하고 있다.

현재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영하고 있는 개그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빠른 호흡'이다. 1분 안에 시청자를 웃기지 못하는 코너들은 얼마되지 않아 사라지는 게 현실이며, 성공한 코너들 역시 방송 분량이 채 5분을 넘기지 못할 만큼 최근 개그 프로그램들은 빠른 호흡을 내세우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을 '코디미 프로그램'이 아닌 '개그 프로그램'이라고 부르는 것과, 출연자들을 '코미디언' 보다는 '개그맨'이라고 칭하는 데 익숙한 것도 각 코너들이 빠른 호흡을 뽐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방송 전문가들은 과거 '유머 1번지'와 같은 프로그램들이 자취를 감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시트콤의 등장'을 꼽는다.

국내 시트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SBS '오박사네 사람들'이 등장한 90년대 초반은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또 시트콤의 전성시대를 이끌기 시작한 MBC '남자셋 여자셋'과 SBS '순풍산부인과'가 혜성처럼 등장했던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아예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시트콤'이 원뜻 그대로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위력을 단단히 보여주며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기 시트콤의 주연들 대부분은 더 이상 코미디언들이 아닌 정통 연기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후 말 주변이 뛰어난 몇몇 젊은 코미디언들은 버라이어티 및 토크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 인기를 얻었지만, 빼어난 연기력을 자랑했던 코미디언들은 결국 시청자들과 이별을 하게 됐다.

90년대 후반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쿼터리즘'(quarterism)이란 말이 탄생할 만큼, 주 시청층인 젊은 세대가 빠른 감각의 영상을 선호하게 된 것 역시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된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럼 긴 호흡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은 불가능한 것일까? 이에 대한 방송 관계자들의 중론은 현재로선 '불가능' 쪽에 가깝다.

'개그夜'의 연출을 맡고 있는 노창곡 PD는 "현재의 인기 개그맨들이 빠르고 감각적인 부분에 관한 한 무척 뛰어난 재능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긴 호흡의 코미디를 이끌어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종적을 감추면서, 긴 호흡의 코미디를 이끌어갈 만한 인재 또한 양산해내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이후 몇 차례 재탄생됐던 긴 호흡의 코미디 프로그램들이 저조한 시청률과 함께 곧바로 막을 내린 점도 '유머 1번지', '쇼! 비디오자키'와 같은 프로그램들의 부활을 가로막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개그맨'이 아닌 심형래, 임하룡, 최양락, 이봉원 등과 같은 '명 희극인'을 또 다시 보고 싶어하는 올드팬들 역시 적지 않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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