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서 금요일, 다시 목요일 그리고 수요일에서 월요일까지. 야금야금 앞당겨지는 영화 개봉 요일이 한국영화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멀티플렉스의 등장과 주 5일 근무제 등의 영향으로 예전 토요일이었던 개봉일이 목요일로 고정되나 싶더니 점차 빨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 이런 현상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주도하고 있다.
'스파이더맨3'가 화요일인 5월1일 개봉한 것을 시작으로 '캐리비안의 해적-세상 끝에서'가 수요일인 23일, '슈렉3' 역시 수요일이었던 6월6일 각각 개봉했다.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도 수요일이었던 지난 11일 개봉했다. 목요일에 개봉한 '트랜스포머'가 의외일 정도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주도하는 개봉 요일 변경은 공휴일과 해외 개봉 순서, 방학, 연휴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지는 이런 전략에 대해 딱히 나쁘고 좋다는 식의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적어도 왜곡된 현행 배급 시스템이 아니라면 말이다.
관객들이 기대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개봉일을 앞당기면 한국영화들도 그에 맞춰 개봉일을 앞당길 수 밖에 없다. 지난해 '다빈치코드'를 위시로 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도, 올해처럼 한국영화 개봉 요일도 앞당겨졌다.
문제는 첫 주말 관객이 적을 경우 대부분의 멀티플렉스가 해당 영화의 간판을 내리거나 교차 상영으로 돌린다는 데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따라 개봉일을 앞당길 경우 외화에 관객이 몰려 상대적으로 한국영화는 관객이 적게 든다. 그렇게 되면 주말까지 가지도 않고 멀티플렉스에서 영화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한국영화가 경쟁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제대로 된 출발선상에 놓여 공정한 '게임'을 하지 못해 구조적으로 관객의 외면을 받게 되는 상황이 되버리는 것이다.
올해 여름 개봉하는 한 영화의 관계자는 "개봉 요일이 앞당겨져도 극장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면 관객이 돌아온다. 그런데 현행 시스템에서는 바로 영화의 간판이 내려지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영화, 작품성이 뛰어나지만 화제가 부족한 영화를 관객이 볼 기회조차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로 인해 올해 만큼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적은 없었다. 800개를 넘어 900개까지 스크린을 장악한 영화까지 출연했다. 최근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과 '트랜스포머'의 경우도 전국 상영관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개봉 요일 변경과 함께 현행 배급 시스템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이다.
스크린쿼터라는 안전장치가 절반으로 줄어든 한국영화계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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