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승천하는 것은 비단 용이 된 이무기만이 아니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도 욱일승천 기세다. 개봉 나흘째인 지난 4일까지 무려 전국 200만명. 300만, 400만명은 이제 따놓은 당상이고 벌써부터 '1000만 영화' 이런 얘기가 파다하다.
'디 워'의 관람법중 하나는 역시 영구아트만의 노하우로 재현한 CG에 주목해 여러 괴수 캐릭터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것. 특히 중반 이후 LA서 시작하는 악한 이무기 브라퀴의 습격신부터 숨막히는 막판까지는, 멀리는 1994년 '티라노의 발톱', 가까이는 99년 '용가리' 때부터 축적돼온 영구아트의 기술력을 체험할 기회다.
하지만 심형래 감독은 이 와중에도 관객 웃기는 것에 신경을 썼다. 80년대 방송 코미디 무대를 주름잡았던 '영구' 심 감독이었던 만큼 영화 곳곳에는 '영구'를 응용한 대사와 '변방의 북소리'를 떠올리는 몸개그가 도사리고 있다. 물론 오는 9월14일 미국에서 개봉할 때 이것이 제대로 이해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폭소가 터져나오는 장면은 브라퀴가 심야에 출몰한 LA의 한 동물원 신. 동물원 입구 정면에 'SIM'S'라는 커다란 네온사인 간판이 걸려있고 자막엔 '심씨네 동물원'이라고 떴다. 일종의 거대 동물원이 배경인 스티븐 스필버그의 '쥐라기 공원'이 '티라노의 발톱' 직전 개봉해 유형무형의 피해를 본 심 감독이었던 만큼, 이 장면은 유머인 동시에 심 감독 다운 가벼운 '복수'(?)인 셈이다.
이밖에 주인공 이든(제이슨 베어)의 헌신적인 동료 기자 브루스가 툭 내던진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냐?" "문신 얘기 했다가 나만 영구될 뻔 했다"나, 그 동물원 경비원이 자신의 괴물 목격담을 아무도 믿지 않자 내뱉은 "영구 됐다" 등은 적어도 한국 관객에게는 백발백중 먹히는 유머. 괴수들의 출몰에 얽힌 이든의 이야기에 누군가 "'전설의 고향' 찍냐?"라고 내뱉은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관객을 웃긴 몸개그로는 단연 무명 할머니의 철조망 관련 신. 이든의 출생비밀이 밝혀지는 조의 골동품가게로 쳐들어온 브라퀴 일당이 철조망을 스윽 '터미네이터' 식으로 통과하자, 이를 옆에서 본 할머니가 슬그머니 따라했던 것. 결과는? 최근 SBS '옛날TV'에서 심형래 감독과 유재석, 송은이 등이 재현한 '변방의 북소리' 몇몇 코믹 포졸신을 떠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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