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4일만에 6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열기를 넘어서 광풍 현상을 보이고 있는 영화 ‘디 워’에는 낯익은 한국배우가 등장한다. LA를 배경으로 영화가 진행되지만 조선 시대를 회상할 때 주인공 제이슨 베어의 전생인 인물이 등장한다.
이무기 군단에 맞서 여의주의 화신인 여인을 지키는 무사. 이 영화를 본 관객은 이 무사를 보면서 기시감을 느낀다. 분명 어디서 보긴 봤는데...
10분 안팎의 짧은 분량에 불과하지만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부지런히 인터넷을 뒤져 마침내 조선 무사를 찾아냈다. ‘대장금’ ‘파리의 연인’에 출연한 신인배우 현진이 주인공이다.
현진은 ‘대장금’에서 지상렬의 부하로 등장해 임현식과 함께 감초 연기를 펼쳤다. ‘파리의 연인’에서는 이동건의 직장 동료로 출연했다. ‘학교4’로 데뷔해 ‘논스톱5’에도 출연했지만 대중에 각인이 되지는 못했다.
그런 그였지만 이제 ‘디 워’의 인기에 힘입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인물이 됐다. 자신도 모르게 팬카페가 생기기도 했다. 어리둥절하지만 담담하기도 하다. 자신의 힘보다는 심형래 감독의 힘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현진이 영구아트의 문을 두드렸기에 생긴 일이기도 하다.
지금으로부터 3년 6개월 전, ‘대장금’에 막 출연했던 현진은 심형래 감독이 ‘용가리’ 후속으로 ‘디 워’라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배우 오디션을 실시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주위에서는 ‘개그맨 출신이 만드는 작품에 왜 경력을 낭비하려 하느냐’고 말렸다.
현진 스스로도 일말의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디션을 하면서 영구아트를 둘러보면서 그런 생각은 저만치 사라졌다.
“심형래 감독님과 처음 만났는데 굉장한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졌어요. 거기에 확 물린 것 같았죠. 영구아트를 둘러보면서 CG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제주도에서 일주일 남짓 진행된 촬영은 그야말로 정신없이 진행됐다. 드라마보다 빨리 찍다보니 모니터를 볼 수도 없었다. 그래도 심형래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머릿속에 담아놓고 있었고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대본 연습도 심 감독과 함께 하지 못했지만 워낙 확고한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심 감독님은 천재 같아요. 머리에 모든 그림을 다 담아놓고 있었어요. CG팀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까지 꼭 집어내서 이야기를 하고, 그러면 다시 CG팀이 보충하는 식이었죠. 그 바쁜 와중에도 스태프가 지치지 않도록 틈틈이 개그도 선보이셨어요.”
일주일 남짓한 시간이었고, 그 뒤로 영화 개봉까지 3년이 넘게 걸렸지만 현진이 꾸준히 심형래 감독과 연락을 가진 건 그런 심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LA 다운타운을 막고 탱크를 가져 놓은 뒤 촬영을 했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었을 때도 ‘역시 반드시 해내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1년, 2년, 3년, 개봉이 계속 늦어지고 스스로도 별다른 활동을 못하면서 초조함이 생긴 건 인지상정이었다.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컸지만 이제나 저제나 하는 마음도 컸다. 이렇게 엄청난 흥행을 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여러 사람들이 엔딩에 아리랑이 나오고, 심 감독님 에필로그가 나오는 데 비판을 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그 장면을 보고 굉장히 ‘찡’ 했어요. 애국심을 유발한다고 하지만 그게 무슨 문제가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어차피 영화는 감독이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담은 것이잖아요. 심 감독님도 역시 하고 싶은 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시사회에서 완성본을 처음 본 뒤 현진 스스로 민망한 부분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그건 자신의 연기에 관한 부분 때문이다. 당시는 연기 내공도 모자랐고, 부족한 게 많았다. ‘디 워’에 쏟아지는 평 중 연기에 대한 부분을 볼 때면 ‘내 잘못’이라는 생각도 한다.
‘디 워’ 팬들이 자신의 연기를 비판하는 글에 “‘대장금’을 한 번 봐라. 연기 잘하는 배우다”라고 반박하는 것도 봤다. 하지만 SF 영화였기에 과장된 연기와 표정을 한 것도 있지만 부족한 면이 없다는 건 스스로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현진은 “연기 공부를 무척 많이 했다. 활동을 중단한 동안 처음부터 다시 하자는 각오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런 현진이기에 어쩌면 심형래 감독은 닮은, 아니 닮고 싶은 인물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을 절치부심했고 마침내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닮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다.
“심형래 감독님에게서 열정이나 추진력 같은 것을 많이 배웠어요. 또 영화에 대한 사랑이 무척 크시거든요.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어요. 나중에 심 감독님이 한 번 더 불러준다면 기꺼이 하고 싶어요.”
현진은 심형래 감독이 ‘디 워’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했지만 샴페인을 벌써 따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심 감독이 원래 술을 좋아하지만 촬영 내내 술을 입에 담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심 감독이 ‘디 워’가 미국에서 성공했을 때 비로서야 축하연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
현진은 “심 감독님의 그런 모습이야말로 가장 배우고 싶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속사도 없는 현진이지만 이제 슬슬 활동에 기지개를 켜려 한다. ‘대장금’으로 인연을 맺은 이병훈PD가 “좋은 배역으로 연락하겠다”고 언질을 줬으며, 톱스타가 캐스팅된 드라마에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이제 시작이에요. ‘디 워’를 비롯해 ‘대장금’ ‘파리의 연인’ 등 그동안 대작에 출연한 행운을 누렸죠. 앞으로는 제가 출연해서 대작이 됐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에요. 꿈을 믿고 노력하면 이뤄지겠죠. 심 감독님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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