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1일까지 이어지는 올 추석 연휴, 가족과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길어도 너무 길다. 그렇다고 딱히 어디를 다녀오기도 애매한 사람들에게 극장은 더할 나위 없는 휴식처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00가 가장 좋은 것 같아’ ‘그래도 역시 000야’라고 하기에 충분한 기간이기도 하다. 최대 1000만 시장이라 불리는 올 추석 극장가, 그렇다면 어떤 영화를 봐야 할까.
입맛대로 찾을 수 있는 길라잡이를 소개한다.
#추석에는 역시 한국형 코미디라는 당신에게
가족 관객이 유달리 많은 추석 극장가에서 언제나 승자는 코미디 영화였다. 비록 지난해 ‘타짜’가 최고 흥행을 거뒀지만 ‘가문의 부활’ 역시 2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서울 관객과 지방 관객의 취향 차이가 두드러지고 있는 요즘, 올 추석 극장가에서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해도 코미디 영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현재 추석 초반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전국구 스타’ 나문희의 원맨쇼 ‘권순분여사 납치사건’이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열혈 시청자와 ‘주유소 습격사건’의 김상진 감독 팬들에게는 ‘강추’이다. ‘뻥’하고 터지는 한 방은 없지만 오순도순 가족들이 즐기기에 별 무리가 없다.
‘왕의 남자’와 ‘라디오스타’를 보고 이준익표 영화에 꽂힌 당신이라면 ‘즐거운 인생’은 결코 돈이 아깝지 않은 선택이다. 한 번쯤 일탈을 꿈꿔봤을 40대들은 영화를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아내와 자식 손을 잡고 보기에도 흥겹다. 그 흔한 욕 한번, 야한 장면 하나 없다.
‘두사부일체’ 시리즈를 빠지지 않고 본 사람들에게 ‘상사부일체’는 비교하는 맛이 있다. 정준호가 없는 ‘두사부일체’ 시리즈가 과연 ‘앙꼬’ 없는 찐빵인지 극장을 찾으면 알 수 있다. 분명한 건 2탄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추석이라고 데이트를 안할 수 없다는 당신이라면
추석이라고 데이트를 안 할 수는 없다. 팝콘을 나눠먹으며 한바탕 웃다가 어느새 연인의 손을 잡고 싶다면 ‘두 얼굴의 여친’이 적당하다. 정려원에게 넋을 잃을 남자친구를 용서할 마음이 충분하다면. 남자들은 봉태규에게 정신 못차릴 여자친구는 별로 없을 테니 여자들의 심리를 엿보는 데 주안점을 두는 게 좋다. 괜히 영화보고 싸우기 싫다면.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걸 다 버리는 사랑, 분명 판타지고 옛 이야기인 것 같지만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친구’의 자글자글한 부산 사투리와 죽어도 좋다는 사랑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곽경택 감독의 신작 ‘사랑’은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주진모와 박시연, 김민준의 연기가 미심쩍다는 사람들은 선입견을 깨는데도 좋다. “자기도 나를 위해 저럴 수 있어”라는 말에 “물론”이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남자라면 예매는 주저말고 극장 문을 두드리길.
여자친구의 눈물을 보고 싶은 남자들에게는 ‘마이파더’도 괜찮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한국에 왔지만 사형수로 감옥에 있다는 상황이 벌써 울 준비를 하게 만든다. 거기에 다니엘 헤니와 김영철의 말이 안통하면서도 통하는 교감을 보게 된다면 손수건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다니엘 헤니에 여자친구가 반하는 것을 참아낼 수 있다면 말이다.
#통쾌한 액션과 남들이 안보는 영화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올 추석, 극장가에 다크호스는 뭐니뭐니해도 ‘본 얼티메이텀’이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설마 추석 극장가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되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본’ 시리즈가 극장에서 크게 재미를 못본 것도 이런 관측에 한몫했다. 무엇보다 제목이 어려워 나이 많은 관객들은 찾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본 얼티메이텀’은 이런 예측을 비웃듯 ‘추석 빅3’라 불리는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두 얼굴의 여친’ ‘즐거운 인생’과 맞붙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액션에 신물이 난 관객들이 몸과 몸이 우직하게 맞붙는 이 영화에 열성적인 환호를 보내고 있다. 1등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에 올해 추석 최강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멀티플렉스를 찾지 않고 한적한 곳에서 남들과 다른 영화를 보고 싶다, 거기에 딱히 함께 영화를 볼 사람도 없다, 그런 당신이라면 남다른 영화들이 준비 중이다.
우선 오다기리 죠라는 이름만 들으면 가슴이 쿵쾅거리는 팬들에게는 ‘무시시’가 있다. 신비한 존재인 벌레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구하는 내용이라 원작인 만화 ‘충사’를 보지 않는다면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은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인 ‘원스’는 골방에서 홀로 음악 듣기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가난한 뮤지션들의 기교 없는 소박한 음악은 귀보다는 가슴이 떨리게 만들 것이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내 인생의 영화로 꼽는 사람들에게는 로베르토 베니니의 ‘호랑이와 눈’을 보는 것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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