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남다른 '패밀리' 사랑

[최작가의 토마토스토리④]

최정현 방송작가  |  2007.10.10 15:32
소위 '패밀리'들을 위해 잔치국수를 만들고, 이들과 뜨개질을 즐기는 일상에서의 최진실

얼마 전, 지인의 생일 모임에 갔다가 연기자를 준비 중이던 한 동생을 만났다.

필자는 일일시트콤으로 바쁘답시고 그간 연락 한번 못한 게 미안해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친구와 항상 함께 다니며 연기 준비를 했던 단짝의 안부를 물었더니,"OOO요? 드라마 좀 하더니 이제 유명한 애들하고만 놀아요, 몇 달 동안 연락해도 전화도 잘 안 받는데요 뭘..." 하며 헤헤 거린다.

"그렇구나... 바빠서 그랬나보다" 라고 하자, 대답이 놀랍다.

“에이~ 언니도 참... 이제 저랑 놀급이 아니다 그거죠 뭐... 괜찮아요, 상관 안 해요.”

필자는 상관 안한다는 그녀의 강한 부정 속에 왠지 더 큰 비장함이 들어있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급이 달라져 이제 놀지 않는다...? 양쪽의 말을 들어봐야 알겠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의리 없는 친구임을 알게 된 데 감사하고, 마음을 접으라 할 것이고, 그것이 그녀의 소심한 오해라면 패밀리답게 먼저 문을 두드려 풀어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이다.

성골, 진골 뼈를 따지던 신라시대도 아니고 반상(班常)이 존재하던 조선시대도 아니지만 사실 연예계엔 소위 '급'이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공공연하게 존재한다.

하다못해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어도 '급'되는 스타를 잡아야 반은 성공했다들 말하고, 시작도 전에 일단 시청률에 한숨 놓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그 급이라 불리는 것이누군가 의도해서 정한 것도 아니고, 그 기준도 정확하진 않지만 다들 어떤 종류의 방법을 썼던 간에 각자의 피나는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기에 억울하다 따질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적으론 충분이 그 급이 존재한다 치더라도 마음을 나눌 친구를 정하는 것에까지 그것이 기준으로 끼어들어야 한다면, 사는 게 참 빡빡하고 슬퍼지지 않겠는가.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우리는 진짜 피를 나눈 가족의 의미는 아니지만 그에 버금갈 만큼 마음을 터놓고 믿음을 나눌 소위, 패밀리라 칭하는 사회적 무리를 만들고 찾게 된다.

특히나 가족이나 학교와 같은 공동체보다도 평생 살아갈 직업을 갖고 뛰어드는 사회라는 집단을 경험했을 때, 사람들은 더욱 이 패밀리의 존재에 절실해 지는 것 같다.

사회는 어쩔 수 없이 각자의 이해관계가 우선인 이익 집단들의 결정체이니, 그 전쟁터에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돼 총부리를 겨눈다한들 놀랄 일이 아니니 말이다. 흔히 어르신들이 "사회생활 하다보면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 아무도 못 믿어" 라고들 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가족은 이익을 따진다한들 아깝지 않고 어떤 경우라도 무조건 내 편이 돼주는 혈연 집단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아무리 신뢰도 100%인 엄마, 아빠, 형제자매라 한들 내 직업을 기준으로 펼쳐진 집단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통하는 언어나 정서,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모두 이해하고 희로애락을 나누긴 힘들다.

마치, 방송을 만드는 PD가 집에 들어가 나이 드신 어머니를 붙들고 편성이 어떻고, 편집은 깃까기가 안 맞고, PPL은 안됐고, 외주제작사로 옮겨버려? 라고 말한들, 그저 어머닌 지금 아들이 기분이 좋다, 나쁘다 눈치는 챌지언정 진정한 대화 상대가 돼주긴 힘든 것처럼...

그래서 사람들은 집 밖을 나서는 순간, 특별한 이익관계 없이도 자신의 일이나 사랑, 또는 불안한 미래에 대해 터놓고 얘기하고 서로 믿을 만한 제2의 패밀리를 찾게 되는 건 아닐까.

특히나 남의 말하길 좋아하고, 믿을 사람 찾기 힘든 동네로 유명한 방송가에선 더더욱 그러하리라. 그 옛날, 거문고 소리만 듣고도 내 마음을 알아주던 백아와 종자기의 얘기나 관포지교의 우정까진 아니더라도, 때때로 방송가 사람들은 다른 이의 가벼운 말 앞에서도 나를 먼저 믿어주고, 비록 내가 하는 하소연이 다소 억지스럽다 해도 시시비비 따지기 전에 내 편이 되어 토닥여 줄, 제2의 패밀리에게서 용기를 얻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최진실, 그녀에게 이 제2의 패밀리의 의미는 참 특별하고 소중해 보인다. 소위 밖으로 알려진 최진실 사단을 포함해서, 그녀는 그 누구보다 자신이 패밀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진짜 가족처럼 아끼고, 그들에게 행복을 주며 거기서 기쁨을 찾을 줄 안다.

이미지로 만들어진 탓도 있겠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말해버리듯, 그녀는 잡초 같이 끈질기고 꿋꿋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상의 그녀는 뽑힐까 두려워 끈질긴 잡초가 아니라, 꺾일망정 웃으며 고개 젖히고 가을 하늘을 만끽할 줄 아는 들꽃 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친구의 사업을 축하하는 인사가 자료로 돌변해 홈쇼핑에 매일 나온다 한들, 전단지에 뿌려진다 한들,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며, 인기가 있건 없건, 떼돈을 벌었건 쪽박을 찼건, 내게 이익이 되던 안 되던, 패밀리들에게 만큼은 어떠한 상황에도 무조건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낼 것이다. 똑 부러지기는 커녕 바보 같다 싶을 정도로 마음이 약하다.

자신이 아끼는 패밀리의 일 앞에선 세상이 정한 최진실이란 연예인의 급은 사라지고, 따지는 법도, 계산기 두드려가며 재는 법도 없다.

몇 달 전, '무릎팍 도사' 녹화장엔 진풍경이 펼쳐졌다. 대기실이 꽉 차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그녀의 측근들이 녹화를 모니터하고자 기다리고 있었던 것. 혹시나 그녀의 주특기인 패밀리 사랑이 넘쳐, 재고 따지고 없이 솔직해져 상처받진 않을까 모두들 가슴 졸이며 말이다.

길이 멀어야 말의 힘을 알 수 있고, 날이 오래 지내야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녀가 최고의 자리에서 기쁨을 만끽했던 날에도, 또 자신이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날에도 그저 오랜 세월, 항상 곁에 있어주었던 그들이기에, 그걸로 패밀리의 이유는 충분하다.

인기란 것이 청룡 열차 같고, 한때 솜사탕 같은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이기에, 자신을 잘 모르는 이들이 가볍게 던지는 아픈 말이나 주변의 시선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으며, 오로지 가족을 비롯해 아끼는 패밀리들의 의견이나 시선을 더욱 소중히 여길 뿐이다.

그저, 곁에 있는 패밀리들과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거 보러 다니며, 챙겨주기도 짧은 세월이니, 어머님이나 이모님, 환희와 수민이에 대한 지극한 애정은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하고 소위, 패밀리라 불리는 측근들까지도 자연스레 그녀의 행복한 보살핌을 받게 된다.

2주전인가, 그녀에게 털실을 사러 가자는 전화가 왔다. 그녀는 요즘 한겨울을 대비해 한창 뜨개질에 여념이 없다. 모자랑 목도리랑 빨리 많이 떠서 패밀리들도 나눠주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다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녀가 뜬 모자나 목도리들은 색깔마다 예쁜 것도 예술이지만, 바보같다 싶을 정도의 그 무조건적인 정성이 들어가 더 따뜻하지 않을까 싶다. 뒤통수가 납작한 필자를 위해, 모자 뒤에 붙일 방울 술은 특별히 크게 달아야 겠다며 큰소리로 웃는 그녀가 필자는 그저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했다.

어느 주말 한때 무슨 가내수공업 공장도 아니고, 하루종일 뜨개질에 여념 없는 네 여자의 단순함이 우습다며 누군가 담아놓은 모습과, 그 와중에서도 동생들에게 얼큰한 잔치국수를 꼭 먹여보내야 한다며 분주하게 주방을 오가는 그녀의 모습이 예뻐 허락도 없이 욕먹을 각오로 올려본다

/방송작가 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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