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난 6일 오후 4시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시드니룸.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 공식 상영작인 강동원 주연, 이명세 감독의 영화 'M' 기자회견이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협소한 공간에 무려 3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기자회견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발디딜 틈도 없이, 사진 촬영은 물론 취재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에서 일부 기자들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급기야 "뭐하는 거냐?", "영화제를 몇 년 동안 했느냐?"는 등 막말에 가까운 비난도 터져나왔다.
젊은 기자들의 이 같은 항의에 김동호 위원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장면 2
이튿날 오후 부산 해운대 스펀지 5층 부산국제영화제 프레스센터. 지난 4일 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한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의전'과 '예우'에 대한 불평을 품고 급거 출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자들은 영화제측 등에 이와 관련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며 분주했다. 그리고 이는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가면서 엔니오 모리꼬네에 대한 기사가 영화제 관련 보도의 커다란 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발점이 됐다.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2일 막을 내렸다.
지난 몇 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현지에서 취재한 기자의 입장에서 올해 만큼 말도, 탈도 많았던 적은 없었다. '관객에 의한, 관객을 위한, 관객의 영화제'라는 측면에서 매년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여전히 제대로 개선되지 않는 문제점 등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적인 시선은 거둘 수 없다.
하지만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하면서 커다랗게 다가온 아쉬움 가운데 하나는 일부 언론의 '미숙한' 취재 및 보도 행태였다.
김동호 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문화부 차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그는 지난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취임한 뒤 오늘의 부산국제영화제를 있게 하는 데 가장 큰 공헌자이다.
그는 정부와 부산시 등 '관'의 입김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행사, 영화 관계자와 관객을 위한 마당, 아시아 영화의 축제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해왔다. 오늘날 부산국제영화제가 누리는 영광이 있다면 그것은 온전히 김동호 위원장에게도 중요한 몫으로 주어져야 한다.
그런 그에게 퍼붓는 일부 젊은 기자들의 '성난' 목소리는 일면 정당해보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버릇없음'의 그것으로도 들려왔다. 운영상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 영화제 운영 책임자인 집행위원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 그 같은 비판에 영화제측의 깊은 고민과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비판은 정당한 방식과 품격을 갖춰야 한다. '막말'에 가까운 비판은 비난일 뿐이다. 더욱이 '영화제를 몇 년 했는데 이 정도 밖에 안되느냐'는 투로 비난하는 방식은 그야말로 '그건 아니다'였다.
엔니오 모리꼬네 관련 '파문'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파문'에 얽힌 과정의 진실 여부야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측과 엔니오 모리꼬네를 공식 초청한 업체의 입장 등을 통해 밝혀졌지만 그 같은 뒷맛은 여전히 '미숙한' 언론의 보도 행태에 다다른다.
엔니오 모리꼬네 '파문'이 불거지고 영화제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언론 보도 속에서 그야말로 '준비도 되지 않은, 미숙하고 부실한, 형편없는, 오만한' 영화제가 되고 말았다.
물론 관객에게 불편을 줄 수도 있는 미숙한 운영 방식과 잘못된 시스템 등은 분명 개선되어야 하지만 거의 모든 언론이, 별다른 '팩트'(사실)도 없이 매일 그것도 하루에 몇십건씩 비난과 비판 일색으로 보도하는 건 아니었다.
많은 매체가 같은 목소리로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말할 때, 그 비판의 준엄함은 깊이와 매서움을 더할 것이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팩트'로, 아니 새로운 사실을 발굴하지도 않은 채, 문장과 표현 그리고 제목만을 달리하는 보도로 일관할 때 그것은 '꺼리'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 언론', '선정성'에 빠진 매체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잘못된 시스템과 운영상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과 비판은 마땅하다.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언론보도의 잘못된 관행과 방식에 대한 비판 또한 정당하다고 믿는다.
내년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 같은 문제들이 개선되고 언론 또한 그 보도 방식의 예의와 매너 그리고 품격을 갖추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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