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섭 "요즘 아이돌그룹 다 똑같다" 쓴소리

김원겸 기자  |  2007.10.25 10:53

적당히 기른 곱슬머리에 도톰한 볼, 작은 눈에 해맑게 웃는 모습은 80년대 후반 혜성같이 등장해 순식간에 ‘발라드의 왕자’에 올랐던 예전 모습 그대로다. 다만 필드에 묻혀 살아 피부가 좀 그을렸을 뿐이다. 2000년 결혼해 일곱 살, 다섯 살 두 아들을 둔 예비 학부형의 모습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앳된 얼굴이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지만 세월은 그를 비껴간 듯 하다.

외모도 예전 그대로지만 그가 새롭게 발표한 음악도 1, 2집에서 보여준 옛 느낌 그대로다. 변진섭은 최근 3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인 11집 ‘드라마’에서는 ‘홀로 된다는 것’ ‘로라’ ‘숙녀에게’ ‘너에게로 또다시’ 등에서 보여줬던 감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변진섭이 새 앨범을 낸 건 3년 만이지만 실제 그의 공백은 더 길게 느껴진다. 이는 2004년 발표했던 음반으로 활동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10집 수록곡 ‘미안해요 고마워요’가 KBS 드라마 ‘부모님 전상서’에만 삽입됐을 뿐이다.

활동을 못했던 건 야심찬 아이디어가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당시 음악이 너무 성인취향이어서 활동을 못할 것 같았어요. 또 해도 안 될 것 같았죠. 당시는 새로운 스타일로 보여 ‘향후 10년간 이런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지만 잘못된 선택이란걸 깨달았죠. 그래서 4개월 간 고민 끝에 활동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그는 10집이 완성도가 높고 10년이 지나서 봐도 작품성이 손색이 없을 정도의 좋은 음악이어서 그 선택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진섭은 그러나 “팬들은 나의 1, 2집때의 모습을 가장 많이 기억한다. 그때 가장 많이 사랑을 받았다. 대중은 그게 내 색깔이고 또 내게서 원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1, 2집 때의 느낌으로 돌아가려 했다”고 설명했다.


변진섭은 이번 앨범에서 신예 작곡가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1~3집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김지환과 함께 80여곡을 받아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15곡을 추렸다.

타이틀곡 ‘사랑을 보내고’는 록밴드 모던주스 출신의 미누키의 작품으로 ‘변진섭 표’ 팝발라드의 깊이를 한눈에 읽어 내릴 수 있다.

첫트랙 ‘평생을’은 프러포즈를 하는 마음을 담았고, ‘엔젤’은 아내를 위한 노래다. 직접 가사를 쓴 변진섭은 ‘당신의 존재’에 대한 감사를 나타내고 있다. 고 김현식의 ‘눈 내리던 겨울 밤’도 리메이크 했다. 원곡의 느낌을 살리려고 김현식과 함께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최호섭을 피처링 가수로 참여시켰고, 부가킹즈가 랩을 맡았다. 결국 최호섭-변진섭-부가킹즈 3세대가 조화를 이룬 곡이다.

변진섭은 이번 음반활동에 임하는 각오로 “나를 아껴가며 활동하겠다”고 했다.

“대개 가수들은 한두 번 방송나오고 안되면 곧바로 접고 그러죠. 스스로도 심판을 빨리 내버리고 또 활동도 빨리 끝나고 마는데, 전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활동하겠어요. 대박이 난다 안난다에 연연하지 않고 꾸준히 천천히 오랫동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20년을 발라드 왕자로 군림해온 변진섭은 요즘 가요계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요즘 아이돌 그룹을 보면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멤버들을 분간을 못하겠어요. 그만큼 개성이 없고 다 똑같다는 말인데, 문제가 좀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가수들은 모두 저마다 자기 색깔이 다 있었는데. 요즘 음악이 너무 획일적이니 내 음악이 오히려 더 신선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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