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정의 시네클릭]기특해 보이는 두 소년소녀, '귀를 기울이면'

강유정 영화평론가   |  2007.11.19 16:41


'지브리사(社)'라면 아마도, 고유명사 이상의 브랜드 환기력을 가지고 있을테다.

지브리, 하면 떠오르는 그림체가 있고 몇몇의 캐릭터 및 작품들이 있다. '반딧불의 묘', '마녀배달부 키키', '원령공주' 등등. 말랑말랑, 두근두근한 감성을 지브리사의 애니메이션이라면 제대로 그려냈을 것이라는 기대나 확신도 갖기 마련이다.

콘도 요시후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역시 그런 점에서 신뢰를 준다. 지브리사의 작품, 십대 소녀의 첫사랑, 자기 성장과 같은 키워드들은 이 작품이 극장에 개봉되길 기다렸던 관객들에게 훌륭한 보증이 될만하다.

중학교 3학년인 스키시마 시즈쿠(Shizuku Tsukishima)는 책 읽기에 빠진 소녀이다. 중학교 3학년이란 어떤 나이인가? 꿈과 이상, 공부와 현실의 갈등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시기가 아니었던가? 소녀 시즈쿠는 아직 꿈이라던가 이상, 계획이랄 것이 없는 천진난만한 '아이'이다. 그러니까 '귀를 기울이면'은 여자 아이가 소녀로 성장하는 이야기인 셈이다.

아이들은 무릇 좋아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열중하는 존재들이기에, 시즈쿠 역시 여름방학 동안 20권의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시즈쿠에게는 책읽기가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자 취미이고 여가이기 때문이다. 책을 빌리러 도서관에 간 시즈쿠는 자신이 빌린 책의 대출카드마다 먼저 기록된 아마사와 세이지(Seiji Amasawa)라는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이름에 동경을 갖는다.

어느 날 아버지의 도시락을 전하러 가는 길에 시즈쿠는 전철에 혼자 탄 고양이를 발견하고 고양이를 따라 골동품 가게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가게 주인 할아버지와 그의 손자를 발견하는데, 그 손자가 바로 아마사와 세이지. 시즈쿠는 세이지를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에 접근하게 되어 소설도 쓰게 된다.

'귀를 기울이면'은 십대 소녀가 꿈꾸는 첫사랑의 로망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 말이다. 티격태격하던 남자아이가 선망의 대상이었던 것, 결국 그 아이와의 사이에서 애틋한 감정이 싹튼다는 것. 이 소녀의 로맨스는 바이올린 장인을 꿈꾸는 세이지를 통해 훌륭한 성장드라마로 발전한다. 사람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말 그대로 이상적인 십대의 로맨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시험 성적에 전전긍긍하며 고교 입시에 매달리는 아이들은 일본이나 여기나 별 반 다를 바 없는 십대의 삶을 짐작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소설가나 바이올린 장인이 되리라는 꿈을 가진 두 소년, 소녀가 기특해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선택한 진로는 평범한 십대들의 미래와는 다르다. 영화 속 아버지는 "네가 선택한 길이 다른 것인만큼 힘들고 외로울 수 있단다"라고 말해준다.

꿈과 현재, 이상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유려한 시선들은 감독이 지닌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언덕 너머 자리한 환상의 공간은 일상의 경계에서 위안과 꿈을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를 다시금 생각게해준다. 이상과 현실, 꿈과 현재의 경계에서 삶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는 것, 그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라고 말이다.

/영화평론가,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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