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사랑', 진부함과 절절함 사이에서

김현록 기자  |  2008.01.08 11:43

기대속에 출발한 KBS 2TV 월화드라마 '못된사랑'(극본 이유진·연출 권계홍)이 드라마 중반이 넘어가도록 이렇다할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며 한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10회가 방영된 지난 7일의 시청률은 8.7%(TNS미디어코리아 집계). 권상우·이요원 등 스타들의 이름값에도 불구하고 3사 월화드라마 가운데 3위, 2위 '왕과 나'의 반토막에 가까운 수치다.

'못된사랑'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악평과 '절절한 멜로드라마'라는 호평이 공존한다. 정통 멜로로 승부수를 걸었지만 젊은 이들의 감성에 어필하면서 차별화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정통', 바꿔 말하면 너무나 익숙한 멜로드라마적 설정을 답습하고 있다는 게 드라마에 대한 불만의 요지다.

구시대적이란 평가는 진부한 설정과 배경, 너무 힘이 들어간 대사에서 나온다. '못된 사랑'이 첫 방송때부터 지적받은 부분이다.

주인공은 재벌집의 반항아.(기업경영엔 관심이 없지만 능력있다) 여주인공은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다 호된 값을 치른다.(첼로도 더이상 못하고, 미혼모가 될 뻔 했다) 회장 딸과 결혼한 유부남은 능력만 있는 야심가(결혼생활은 엉망, 게다가 여주인공을 못잊고)에 그 아내는 잘난 덕에 사이코 기질까지 있는 안하무인(폭탄퍼머머리로 막말을 일삼는다)이다. 넷은 같은 곳에서 우연히 재회하고, 남녀 주인공의 사랑은 과거 때문에 꼬인다.

여기에 더해 사랑에 대한 잠언집, 혹은 명대사 열전을 연상시키는 대사들은 3년만에 제작된 '못된사랑'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무에게 말하는 사랑고백 등은 '요새 저렇게 사랑고백 하는 사람이 있나?' 싶을만큼 감정이 과하고 힘이 들어가 있다. 반면 정통 멜로의 팬들에게는 절절하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가 가득하다는 호응을 얻기도 한다.

이는 '정통멜로'에 대한 기대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극 사이에서 '못된사랑'이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지난 KBS 멜로드라마처럼 차별화된 젊은 멜로로 어필하길 바랐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울 터다. 오히려 '못된 사랑'은 일본 한류팬들이 좋아하는 전형적 멜로드라마의 느낌이 강하다. 반면 그때문에 '사랑이란 다 그런 것'이라며 '정통멜로란 어느 정도 클리셰를 안고 가는 장르'라며 손을 들어주는 이도 무시할 수 없다.

다행히 '못된 사랑'은 초반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은 초반부를 스피디한 전개로 뛰어넘은 뒤 후반부로 갈수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드라마가 진부함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자 드라마의 장점으로 꼽힌다. 멜로로 돌아온 권상우와 이요원의 어울림이 그럴듯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권상우가 그려내는 남자주인공은 실제 권상우의 모습을 보는 듯 자연스럽다.

사극과 홈드라마의 열풍 속에서 여러 전작들의 시청률 실패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등장한 정통멜로는 그 존재만으로도 반갑다. 그러나 그러므로 의미있다 평가하기엔 시청자들의 눈은 까다롭고 정교하다. 멜로드라마의 진부함과 절절함 사이에서 방황하던 '못된 사랑'이 멋진 역전극을 벌이며 시청률 상승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드라마 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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