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 "'그날' 올까 걱정..그래도 톰 크루즈랑 동갑인데"

김현록 기자  |  2008.01.09 14:34
탤런트 최수종. ⓒ홍기원 기자=xanadu@


최수종은 올해의 첫날 큰 선물을 받았다. 2007 KBS 연기대상 대상 수상. 1998년과 2001년에 이은 통산 3번째. 1년반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영한 KBS 1TV 대하사극 '대조영'을 보며 최수종의 대상 수상을 점치지 않은 이가 있을까. 그러나 정작 최수종은 직전까지도 몰랐다.

"당일이 돼도 얘기를 안해줘요. 게다가 제가 네티즌상을 받았잖아요. '아, 예전에 받은 게 있으니까 이 상을 주시는구나 했어요.' 시간이 초과됐다고 수상 소감도 짧게 하라잖아요. 감사드릴 분도 많은데, 조금 서운해 하면서 상을 받고 나서는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시상식을 보고 있었어요. 수상 직전까지도 전혀 몰랐을 수밖에요."

그러나 사람들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고, 최수종은 그만 펑펑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못다한 감사는 울먹이며 전했다. 최수종은 "영광스럽다"는 한 마디로 소감을 대신했다. 드라마는 배우, 작가, 연출자 등 3박자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자신은 운이 좋아 좋은 사람을 여러번, 많이 만났을 뿐이라면서.

"무슨 말이든 조심스러워진다"

'대조영'이 끝난 지 약 1달. 해가 바뀌고 새 드라마가 시작했지만 최수종은 아직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다. 감사드릴 분들과 친구들을 만났을 뿐 뭘 해야 할 지도 몰라 아직 머리속이 멍할 정도다. 그가 홀로 134부를 이끈 대작이 생활 패턴과 마음가짐까지도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야채 위주로 된 식이요법은 드라마가 끝났어도 계속하고 있어요. 2년을 하다보니 이렇게 되네요. 머리 속에 '이렇게 안하면 살찐다' 하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긴장감도 더욱 커집니다. 연말 연초 이외에는 긴장의 연속이죠. 배우로선 이게 더 나은 것 같아요."

그같은 긴장은 2008년의 최수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될 것 같다. 연기대상 3회 수상의 대기록을 세운 베테랑 연기자는 조심스럽게 연기를 이제야 조금은 알겠다 하고, 지금껏 운이 좋았을 뿐이라면서, 어느 순간부터 무슨 말이든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가만가만 털어놨다.

"'하희라씨는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하면 '그럼 애들은?'이라는 식으로 딴지를 거는 분이 사실 참 많아요. 세상 모든게 조심스럽죠. 특히 2007년을 보내니 앞으로는 조금 더 조심하고 조금 더 낮아져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일하는 것도 보다 더 절실하게, 보다 더 봉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고요. 물론 공부도 더 많이 해야죠.

'대조영'을 할 때도 '모든 통치는 백성을 위한 통치, 백성들이 있어야 나라가 살고…' 하는 대사가 있었어요. 지금 대통령 당선인이 그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며 '분명히 드라마를 봤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 파급효과를 생각하니 그만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구요."

탤런트 최수종. ⓒ홍기원 기자=xanadu@


"봉사가 당연해지는 사회가 왔으면"

봉사는 그런 의미에서 최수종이 선택한 자기 몫의 과제다. 각종 NGO 단체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대표적 선행 연예인이기도 한 그는 "수천억 수조원을 버는 재물운, 나라의 왕이 되는 명예운은 타고나야 하는 지 모른다. 하지만 평범하게 살면서 남을 돕는 여유를 즐기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냐"고 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연예인들의 봉사가 뭔가를 나타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교육과 문화가 서서히 달라지면 외국 유명인들의 봉사활동에 감탄할 게 아니라 그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우리 생각도 바뀌겠지요. 그 일이 당연해지는 사회가 조금 더 빨리 오게 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해요."

이미 일정은 구체적으로 잡아놨다. 14일에는 네팔로, 다음달에는 캄보디아로 봉사 활동을 떠날 계획이다. 히말라야의 강한 햇살과 열대의 말라리아를 걱정하는 기자에게 최수종은 빙긋 웃으며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웃으며 응수했다.

표정만큼 마음까지 넉넉한 최수종이지만 그에게도 걱정은 있다. 배우로서의 걱정이다. 최수종은 절친한 대선배 이덕화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덕화 선배가 항상 주인공, 아니면 주인공 다름없는 배역만 하시잖아요. 어느날 선배가 그래요. 한 PD한테서 작품 같이하자며 주인공 아버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눈물이 핑 돌더라고. 아직 주인공도 하고 싶고 에너지도 있는데 이제 내가 이 위치에 섰나 싶으셨다고, 너도 그 때가 올 테니 그 때를 대비해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구요."

탤런트 최수종. ⓒ홍기원 기자=xanadu@


"나는 톰 크루즈와 동갑내기"

최수종은 나이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인터넷에 공개되는 배우의 나이에 민감한 네티즌과 시청자 덕에 우리 나라에만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라는 게 사실 서운하다고 털어놨다.

"그 날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배우로 자리매김을 해야하나 고민이 커요. 할리우드 배우들은 40대, 50대에 전성기를 맞잖아요. 연기가 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은데 이덕화 선배의 이야기가 남일같지 않게 다가와요. 사실 젊었을 때야 세상이 다 제것같았죠. 이게 정답이야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게 답이 아니었다는 걸 배웠거든요. 계속 배워나갈 따름이죠."

연기자로서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최수종은 이내 "내가 톰 크루즈랑 동갑"이라며 밝게 웃음을 지었다. 이런 그를 두고 '대조영'의 김종선 PD는 "절실하게 연기하는 배우"라 평가했다. '수종불패' 최수종의 힘은 바로 거기서 나오는 게 아닐까. 언젠가 그도 주인공의 아버지가 되고 삼촌이 되겠지만 아직 젊은 40대 최수종의 그 날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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