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도 사람이다.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울며 겨자먹기로 홍보를 하기 마련이다. 반면 열과 성을 다했고 그에 맞는 작품이 나오게 되면 절로 흥이 나서 조금이라도 영화를 알리려 발품을 판다.
개봉 일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영화 마케팅은 시사회에 앞서 배우들의 인터뷰를 갖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사회가 끝나고 하기도 하지만 그럴 때 배우들의 반응은 각양 각색이다.
시사회에 앞서 인터뷰를 가졌다가 시사회에서 처음 영화를 보고 할 말을 잃고 홍보는 나몰라라 하는 배우도 있고 침을 튀겨가며 홍보에 힘쓰는 배우도 있다.
14일 개봉하는 '추격자'의 김윤석이 지금 그렇다.
'추격자'는 이번 영화로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하는 나홍진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김윤석과 하정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입봉' 감독에 스타가 눈에 띄지 않고 시사회 전까지 연쇄살인범을 쫓는 영화라는 점 외에 별다른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던 터라 '잘 나왔다'라는 영화계의 입소문이 있었지만 대중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기자시사회 이후 영화계 안팎에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덩달아 관계자들도 목소리에 힘을 내고 있다.
김윤석은 이런 분위기가 좋으면서도 조금은 불안한 기색이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사흘이 지나 만난 그는 "나홍진 감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주고 싶었다"고 대뜸 말했다.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반응을 보고 "여러분의 진심이 느껴져서 부끄럽지 않은 자리를 마련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던 김윤석이었지만 그는 들뜨기보다는 차분했다.
김윤석은 "영화에 감내놔라 밤내놔라하는 사람들이 있다보면 배가 산으로 가기 마련"이라면서 "그런 분위기가 예술혼을 꺾기도 한다. 난 그것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윤석이 '추격자'를 만난 것은 '타짜'로 충무로에서 재발견된 뒤의 일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의 작품을 맡게 됐고,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직후의 작품이라 그 역시도 차기작 선정의 고민이 컸음은 당연지사였다. 김윤석은 '추격자' 시나리오를 받고서 무릎을 치고난 뒤 나홍진 감독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어떤 압력이 들어와도 내용을 바꾸지 마라."
하정우가 합류하고 지난해 8월부터 5개월 동안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매일밤 서울 밤거리를 헤매고, 거의 매신마다 비를 맞으며, 피칠갑을 했다.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은 전직 경찰이자 출장 마사지 포주 역을 맡은 김윤석은 연쇄 살인범 역을 맡은 하정우와 말그대로 녹초가 됐다.
김윤석은 "처음 일주일에는 '야, 이거 잘못 걸렸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장편이 처음인 감독과 하정우와 함께 미치도록 이야기를 하고 또 하며 위기를 넘겼다. 나중에는 "이럴 줄 몰랐어"라며 힘들어하는 다른 동료들과 웃고 말았다.
"현장에서 내가 가장 나이가 많은데 힘들다고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무조건 가는 거였죠."
그렇게 보낸 시간들이 김윤석에게는 영화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줬다.
김윤석은 "이 자리까지 올라오니 또 다른 경지가 보이더라구요. 영화는 단지 배우가 연기만 잘한다고 되는게 아니라 감독과 스태프, 제작자, 배급자까지 힘을 모으는 종합예술이니깐. 그런 것까지 고려하고 또 책임을 줘야 하더라구요"라고 말했다.
편한 지점까지 왔다고 생각했더니 더 많은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이다.
애드립도 거의 없으며, 액션은 서로의 리액션으로 이뤄져야 하기에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그는 "'추격자'로 영화를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회상했다. 상대역인 하정우에게도 백점 만점에 120점을 줬다. 나이는 차이가 나지만 생각의 깊이와 호흡에 있어서 친구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홍진 감독이 차기작을 함께 하자면 99.9% 확률로 다시 할 것이라는 김윤석은 "일부러 이 영화에 매진하도록 다른 시나리오가 들어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면서 "촬영할 때 어느순간 이 영화는 개봉할 때까지 일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추격자'를 통해 극예술연구회 시절 초심을 돌아보게 했다는 김윤석. 그는 말한다.
"이 영화는 청소년관람불가로 만들어야 할 작품이었다. 괜히 혹시 15세를 받을 수도 있는데라는 말을 누군가가 해서 개입하면 영화가 산으로 간다. 그래서 지켜주고 싶었고 그렇게 했다."
그는 시사회가 끝난 뒤 마치 스태프처럼 감독과 스태프와 함께 영화 사운드와 콘트라스트 등 미장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또 했다. 누구는 월권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영화에 참여하는 스태프로서 이런 자세가 바른 자세라고 이번에야말로 확신하게 됐다고 말한다.
'타짜'에서 거무튀튀한 일본도 같은 연기를 펼친 그는 '추격자'에서는 빨간 녹이 잔뜩 슨 도끼 같은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그렇게 가슴에 칼을 품고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 칼의 기능이 이번에 더욱 넓어졌다.
김윤석의 한 판 칼시위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밸렌타인데이에 '추격자'는 극장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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