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김수현 드라마'라는 덫

김관명 기자  |  2008.02.04 09:19


흔히 말한다. 김수현 드라마의 매력은 등장인물들의 '속사포 같으며 파격적인 대사'라고. 일견 맞는 말이다. "당신, 부숴버릴거야"(청춘의 덫)라든지, "누구 하나 꼬챙이 껴서 빙빙 바베큐 하면 좋겠어"(내 남자의 여자) 같은 대사는 얼마나 파괴력이 컸었던가.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아니 '김수현 드라마'의 본질은,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삶의 작가적 깊은 관찰에서 오는 '공감'이다. 그것도 엄청 울림이 큰. 이같은 울림 내지 공명은 2일 첫방송을 해 지난 3일 2회 방송만에 시청률 30%에 육박한 KBS 주말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과장되게 말하면, 첫회 장녀인 '잘난' 변호사 신은경 에피소드가 나온 후 '못난 엄마' 김혜자의 독백 내레이션이 흐를 때부터, 이 드라마는 '반은 먹고 들어갔다'. 배우지 못했고 잘 살지도 못했으며 죽어라 고생만 한, 아, 그 어머니구나, 이런 느낌. 이 드라마가 유한마담의 그렇고 그런 드라마가 아니라, 바로 내 곁에서 땀으로 젖은 속옷 입으신 채 그냥 돌아누우시던 그 어머니 이야기구나, 하는 기대.

3일 가슴을 아리게 한 김혜자의 내레이션 한토막. 하나 있는 아들(김정현) 사고쳐서 애 생기고, 창졸간에 며느리(김나운)까지 생긴 이 기막힌 인생이 한스러워 부엌 한 켠에 쪼그려 읊는 대사다. 잘난 변호사 딸은 말끝마다 논리와 이성을 앞세워 제 어머니 무슨 가정부마냥 여기며 기를 팍팍 죽이고.

그래도 시아버지(이순재)는 위로해주긴 한다. "누군들 제 인생이 마음에 들겠어?" 하지만 그게 영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 어머니, 아니 그저 한 명의 온전한 여자의 서운한 마음이다.

"중학교 간신히 졸업하고 철공소 직공에 인쇄소 조판공, 그리고 운전기사로 그렇게 평생 살아오신 아버지 말씀을 난 안다..그래, 누군들 자기 인생이 마음에 들겠어?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알면서도 나는 내 인생이 마음에 안든다..휴"

전작인 '내 남자의 여자'도 그랬다. 드라마 외피는 친구(배종옥)의 남편(김상중)과 불륜을 저지른 여자(김희애)의 이야기지만, 이 드라마 안에는 작가의 "맞아, 맞아" 스타일의 사골국 같은 인생론이 숨어있다. 난데없이 남편의 불륜이 다가왔을 때의 놀라움, 그것도 다름 아닌 내 친한 친구에 의한 불륜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배신과 충격. 만약 이 정도로 그쳤다면 그건 '김수현 드라마'가 아니었을 게다.

김수현 작가는 이러한 '1차원적인 감정'을 넘어섰다. 배종옥의 명랑하면서도 소심한 성격을 밑에 깔면서, 또한 누구한테 큰 소리 안낸 착한 인생을 엿보여주면서, 그 불륜에 의한 감정이 '비애와 무기력'으로, 그것이 다시 '분노와 폭발'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과정을, 말과 액션으로 보여줬다. 이런 것이 바로 시청자들에게 먹히는 것이다.

이제 겨우 2회가 방송된 '엄마가 뿔났다'. '엄마' 김혜자에 이어 앞으로 누가 어떤 액션과 독백으로 시청자의 가슴을 칠지... 무능력해보이기만 하는 '아버지' 백일섭일까, 푼수처럼 보이는 '시누이' 강부자일까, '제 잘난 맛에 사는' 신은경일까, 아니면 "뭐가 뭔지 잘 몰라 보이는" 며느리 김나운일까. 지켜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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