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혜가 본 '밤과낮' "'사랑과 전쟁' 보듯 봐달라"

김태은 기자  |  2008.03.04 13:30


홍상수 감독의 8번째 작품 '밤과 낮'(2월28일 개봉)의 여주인공 유정(박은혜 분)은 '욕망의 모호한 대상'이다.

처음 피운 대마초 때문에 파리로 도피한 화가 성남(김영호 분)가 현지에서 반한 젊은 미술학도 유정은 성남에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다. 잡히고 나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녀는 "여자랑 사귀면 사귀었지, 유부남하고는 안사귀거든요!"라고 딱 자르지만 룸메이트와의 신경전 끝에 은근히 성남의 손을 먼저 잡기도 한다. 자기 돈은 안쓰려는 이기적 구두쇠인 것도 같다. 미니스커트를 즐겨입는 것이 남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도 간다.

주변인들의 평가에 듣다보면 보이는 것이 과연 유정의 실제일까, 내숭일까, 알 수 없다. 성남의 옛애인은 그녀가 지나가자 "밤마다 남자가 바뀐다"며 "재수없어"라고 뒤통수에 대고 욕을 한다. 그녀가 다닌다는 유명미술학교 보자르는 마침 방학이라 문을 닫았다. 보자르에서 표절로 퇴학당했다고 '뒷담화'를 하는 이도 있다.

예쁜 외모에 재능까지 뛰어난 그녀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루머인지, 아니면 '학력위조사건'의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가 연상되는 '팜므파탈'인지. 영화는 정답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저 무수한 논란만 낳았을 뿐이다.

유정을 연기한 박은혜는 자신의 역할, 또 이 영화가 그리는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감독님이 나를 비우고 오라했고, 또 한국이 아니라 프랑스라는 낯선 곳이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는 박은혜는 철저히 유정의 편에 서있었다. 4월 결혼을 앞두고 있기 때문인지 '바람피는 유부남'을 성토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의미들이 생성되는데, 그게 참 좋아요. 보는 사람에 따라 이 영화를 다르게 보더라구요. 특히 남자와 여자의 평가는 전혀 달라요.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까 싶을 정도로요.

제가 볼 때 여자는 피해자에요. 보고 나면 속상한 영화죠. 감독님의 영화 설정은 언제나 나쁜남자와 착한여자라고 생각해요. 여자가 언제나 불쌍하죠.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남자들이 뉘우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뉘우치지 않더라구요. 남자들이 평상시에 생각하는 걸 현실로 보여줬다고 할까, 바람피고 싶은 남자의 숨겨진 욕망을 이해하더라구요.

평소 KBS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을 즐겨보는데 거기에 나쁜 며느리가 나오면 그 같은 며느리가 보고 뉘우치리라고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그 며느리 편을 들겠구나' 싶더라구요.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동생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남의 얘기 들여다보듯이 자주 봐요. 재밌잖아요. 시청률도 30%씩 나오고."
↑영화 '밤과 낮'의 한 장면.


유정에 대한 한없는 편애는 계속됐다. 지난달 참석한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현지 여기자들로부터 "여자의 캐릭터가 와닿았다. 여자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고 했다.

"유정이 보자르를 그만 뒀다는 에피소드는 저도 영화를 보고 알았어요. 감독님이 나중에 삽입하셨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누구 말이 맞을 지 진실은 알 수 없는 거잖아요. 유정이 집 앞의 노숙자에게 샌드위치를 사다주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이 유정이가 사람들이 떠들 듯 그런 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 신을 만드셨다고 했어요.

유정은 팜므파탈 아니예요. 성남은 나쁜남자죠. 여자만 보면 '사랑한다'는 말을 남발하니 시사하던 독일 기자들도 다 웃더라구요. 유정은 착하기 때문에 그런 성남을 믿어주는 척 하고, 순수하고 계산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성남을 마음껏 사랑하겠다고 얘기한거구요."

박은혜는 "우리가 몰랐던 사람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점"을 이 영화의 미덕으로 꼽기도 했다.

"유정이 성남에게 아르바이트 하다가 현지 사람에게 무시당했다고 털어놓다가 바로 '나 가서 잘래요' 해버리잖아요. 엉뚱하다고 생각했는데, 엄마한테 혼나는 순간에도 머릿 속에서는 다른 일들이 생각나잖아요. 사실 심각한 상황에서도 딴 생각이 드는게 사람 아닌가요."

흥분하던 박은혜는 결국 "'밤과 낮'도 '사랑과 전쟁' 보듯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그래도 악역은 없다"는 지론으로 마무리했다.

"홍콩배우 여명과 함께 영화 '천사몽'을 촬영할 때, 제가 영화 '첨밀밀'에서 정말 나빴다고 얘기를 했었어요. 그때는 어린 마음에 이해를 하지 못해 약혼녀를 두고 다른 여자와 감정을 나누는 나쁜 남자라고 했는데, 그게 아닌거잖아요. 악역도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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