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아직은 낯설다. 그를 기억하기보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에 출연한 배우라는 설명을 하는 게 아직은 더 빠르다. 돈없고 '빽'없고 힘없는, 그러나 자신의 삶에 충실한, 이영훈은 '후회하지 않아'에 현재의 자신을 녹여냈다.
너무 연기를 잘했기 때문일까? 입방아 찧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영훈이 동성애자라는 뒷소리를 해대곤 한다.
이영훈은 어처구니없는 입방아에 휘들리지 않는다. 이송희일 감독을 정신적인 스승으로 여기고 있는데다 애초 편견이 있었다면 '후회하지 않아'에 출연하지도 않았다. 그는 다음 작품도 이송희일 감독과 함께 한다.
이영훈은 "내게 중요한 것은 연기이지, 사람들의 헛소리가 아니다"고 담담히 말했다.
인디영화계에 일찌감치 투신했던 그가 장편 상업영화인 'GP506'(감독 공수창, 4월3일 개봉)에 출연한 것은 배우에게나 감독에게나 둘 다 모험이었다. 잘알려지지 않은 신인을 캐스팅한다는 것과 인디영화계에서 쌓은 커리어를 포기한다는 것,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영훈은 'GP506'에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강상병 역을 맡았다. 북한군 GP가 불과 300m 떨어진 최전방 GP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GP506'은 이영훈에게 상업영화에 첫번째 도전이었다.
인디영화보다 훨씬 복잡하고 짜임새있는 촬영현장은 낯설었지만 더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이영훈에게 'GP506' 촬영장은 연기를 하는 공간이자 연기를 배우는 공간이기도 했다.
"(조)현재 형이랑 서로 애틋한 관계가 됐어요. 모르고 낯선 것에 대해 현재 형이 많이 챙겨주고 가르쳐줬거든요. 공수창 감독님은 선장처럼 진두진휘했죠. 현장에서 배운다는 말은 그래서 생겼나봐요."
마냥 신나고 재미있는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두 달 여 동안 촬영이 중단됐을 때 본의아니게 백수가 돼버렸다. 걱정도 됐고, 불안하기도 했다. 돈이 없어서 겪는 고민은 인디영화 때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이영훈은 "그래도 감독님이 언제나 중심을 확실히 잡고 있으셔서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영훈이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송희일 감독이 건넨 한마디가 컸다. 이영훈은 "이송희일 감독님이 스타가 되기보다는 주제를 정확히 알라고 했었죠. 그 말대로 천천히 그리고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운전병으로 전역한 뒤 공사 현장과 정육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시절, 그리고 보조출연자로 일하던 시절을 이영훈은 늘 되새긴다. 보조출연팀장을 하며 연기자를 꿈꾸던 시절이 있었기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누구보다 깊게 새기고 있다.
이영훈은 "없이 사는 애들 역을 많이 제의받는다. 또 그게 나와 맞는 것 같다. 부잣집 도련님보다 그냥 열심히 사는 것,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것이다"고 했다.
그의 푸른 꿈이 결실을 맺을 때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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