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트렌드가 급변하는 방송계. 이 중에서 예능계는 가장 빠른 변화를 겪는 분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와중에 올해로 방송 20년째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 1988년 11월27일 첫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하 '일밤')가 바로 그 영광을 안은 프로그램이다.
꽁트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과 첫 만남을 가진 '일밤'은 이후 주병진 단독 MC 체제로의 변화와 함께 지금의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현재까지 '몰래카메라', '시네마천국', '인생극장', '대단한 도전', '브레인 서바이버', '우리 결혼했어요' 등까지 수많은 히트 코너를 탄생시키며 여전히 MBC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안으로 '1000회 방송 돌파'를 앞두고 있기도 한 '일밤'은 '산 증인' 한 명도 탄생시켰다. 1회때부터 현재까지 '일밤'과 무려 20년을 함께 하고 있는 강제상 작가(4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86년 대학생 시절 MBC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통해 예능 작가에 입문한 강작가는 88년 '일밤' 첫 회부터 '일밤'의 코너들을 기획하고 대본을 집필했다.
이 사이 강작가는 송창의, 주철환, 김영희 등 100여명의 PD는 물론 주병진, 이경규, 노사연, 김흥국, 조형기, 강호동, 이영자, 이휘재, 김국진, 김용만 등 인기 MC들과 함께 하며 '몰래카메라', '배워봅시다', '시네마천국', '인생극장', '대단한 도전', '브레인 서바이버', '돌아온 몰래 카메라',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 등으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일명 '일밤 귀신'으로도 불리는 강작가를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일산 MBC 드림센트에서 만나 '일밤'의 20년을 들어봤다.
▶'몰래카메라'부터 '우리 결혼했어요'까지
강 작가는 자신이 참여한 수많은 코너 중 '몰래카메라'를 가장 기억에 남는 코너로 꼽았다. '돌아온 몰래카메라'의 방영 기간까지 합치면 총 5년이나 방송됐고, 파급력도 엄청났기 때문이다.
"저는 새 코너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 2가지로 '남들이 안해봤던 것은 뭘까?'와 '사람들 재미있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90년대 초반의 '몰래카메라'는 그 당시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장르는 물론 연예 스타 뿐 아니라 각 분야의 저명 인사들도 참여시켜 시청자들의 재미를 배가 시킨 코너라 할 수 있죠. 참, 개인적으로 '몰래카메라'에는 '각종 권위에 도전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결혼했어요'는 3년 전에 기획했지만 너무 계산이 안서서 포기했던 것 코너예요. 새로운 것이긴 했지만 아무리 시뮬레이션을 해도 답이 안 나왔거든요. 가상 상황에 시청자들이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또 스캔들을 걱정하는 연예인들이 과연 이 코너에 선뜻 출연해 줄까하는 고민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가상 신혼 상황을 연출해 주니까 연예인 스스로가 마치 '소꿉장난'을 하는 것 같다며 너무나 재미있게 촬영을 하고 있어요. 저와 함께 일하는 여자 작가들 6명이 매회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는 것도 이 코너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죠."
▶잊을 수 없는 이름, 주병진과 이경규
강작가에겐 '일밤'과 관련 평생 잊을 수 없는 2명의 인기 개그맨 겸 MC가 있다. 주병진과 이경규과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저는 '일밤'하면 주병진씨가 가장 먼저 떠올라요. '일밤' 첫 회에 '미주알고주알'이란 꽁트 코너를 선보이며 '일밤'과 인연을 맺었던 주병진씨는 새로운 발상과 관련해서는 단연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 분은 회의를 할 때 "술 마시면서 방송해보면 어떨까?" "국회 앞에서 방송해보면 어떨까?"라며 다른 사람들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항상 내놓았어요. 저의 버라이이티 프로그램의 스승이자,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형이 바로 주병진씨죠."
강 작가는 또 '일밤' 첫 회부터 자신과 함께 한 이경규에 대한 평가도 잊지 않았다.
"이경규씨는 저와 가장 오래 일을 한 분인데, 이 분에게는 예쁜 면과 미운 면이 항상 공존해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는 게 이경규씨의 예쁜 점이라 할 수 있죠. 하지만 이경규씨는 일단 프로그램에 투입되면 '악마'로 돌변해요. 평소에는 인간적으로 너무나 친한 작가와 PD들에까지도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 서슴없이 '아이디어 논쟁'을 자주 걸어 오기 때문이죠. 이런 면에서 볼 때 이경규씨는 정말 프로페셔널이라 할 수 있어요. 또 후배들의 장점을 비상하게 캐치해 내는 장점도 있죠."
▶"내 젊음 송두리째 뺏은 '일밤', 그래도 좋아!"
강 작가에게 올해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자신이 첫 회부터 함께 한 '일밤'이 방송 20년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대학생 시절이던 지난 86년에 아르바이트로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작가를 했죠. 원래는 PD가 되고 싶었는데 당시 MBC의 송창의 PD께서 '너는 코미디 작가가 체질'이라며 예능 작가로 나설 것을 권했죠. 그래서 88년 11월27일 첫 방송된 '일밤'과도 인연을 맺게 됐어요. '일밤' 첫 회때는 주병진 이경규의 '미주알고주알', 박미선의 '별난 여자' 등 꽁트들이 방송됐죠. 그러다 주병진씨가 단독 MC를 맡게 되면서 지금의 코너 체제의 틀을 갖추기 시작했어요. 이후 '일밤'은 언제나 새로운 것은 추구하려 노력했고, 그래서 국내 최초의 영화 패러디 코미디인 '시네마 천국', 국내 최초의 드라마타이즈 코미디인 이휘재의 '인생극장' 등을 탄생시켰죠. '일밤'은 저의 젊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고 속도 많이 썩힌 프로그램이지만, 그래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제겐 너무 소중한 프로그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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