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줌마렐라를 넘어서 '노(老)마렐라'까지"(인터뷰)

이수현 기자  |  2008.04.27 08:26

배우 최진실은 여전히 '요정'이다.

잘나가는 가나 초콜릿 CF모델이 아닌 극중 '전직' 아나 초콜릿 CF모델을 연기했지만 그는 여전히 한국 트랜디 드라마 열풍의 주역이다. 사람들은 드라마 '내생애 마지막 스캔들'에서 최진실의 연기를 보고 '줌마렐라'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줌마렐라는 '아줌마'와 '신데렐라'의 합성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최진실이 완벽한 홍선희로 변신해 아줌마도 로맨스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은 트랜디 드라마를 다시 찍을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이 작품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제가 '줌마렐라'라는 희한한 말을 만들어냈지만 전 할머니가 돼서도 로맨스를 연기하고 싶어요. 그 때는 '노(老)마렐라'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을까요"

최진실은 연일 이어진 촬영으로 몹시 지쳐있었다. 꼬박 4박5일 동안 잠 한숨 못자고 드라마 2부 분량을 촬영했다. 원래 미니시리즈가 육체적으로 힘든 작업이라지만 이번 촬영은 강도가 좀 세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고생이 많긴 정말 많았어요. 잠도 못 자고. 하지만 너무 많은 분들이 작품이 좋다고 말씀해 주시니까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어요"

항상 시간에 쫓겨 촬영을 하다보니 드라마가 거의 생방송처럼 방영됐다고 한다. 그는 대본이 촉박하게 나오면서 대사 외울 시간이 적어져 고생이 많았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워낙 대사 외울 시간이 적어서 그런지 감독님이 대사 NG 냈다고 화내신 적은 없으세요. 촬영장에서는 서로 대사 잘 보이는 쪽으로 들어주기도 많이 해요. 정준호씨가 고생이 많았죠. 극이 후반으로 가면서 동철이(정준호 분)의 비중이 커져서 대사가 많이 늘었어요. 지금도 대사 외우고 있을거에요(웃음). 다들 대사가 3,4줄을 넘어가면 그 때부터 힘들어해요"

또한 함께 출연한 친구 이영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영자씨에게 너무 고마워요. 처음에는 제가 하자고 설득해서 시작했어요. 까메오처럼 출연하는 거였는데 연기를 너무 잘하다 보니까 역할도 커지고 등장 횟수도 늘어났어요. 대사가 많아지면 빨리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죽어가는데 영자씨는 말을 좀 빨리 하는 편이잖아요. 그래서 고생이 많았어요"

3개월 가까이 홍선희로 살면서 최진실은 실제로 홍선희가 된 듯 역할에 푹빠져 있었다. 그렇다면 홍선희가 본 홍선희와 장동철의 이야기는 어떨까.

"처음 시작할 땐 톰과 제리 같은 느낌이었어요. 항상 동철이는 자신이 선희를 놀린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선희가 한 수 위였죠. 하지만 둘은 굉장히 잘 어울리는 한쌍이라고 생각해요. 동철이는 이벤트도 자주 열어주고 유머감각도 풍부하고 얼굴도 잘 생기고 재력도 있는 멋진 신랑감이죠. 철이 좀 없긴 하지만 제가 철이 들었으니까 괜찮아요(웃음). 둘은 결혼 해서도 잘 살 거에요"

마지막 회 촬영만을 남겨둔 그에게 종영을 앞둔 소감을 물었다.

"마지막이란 게 실감은 잘 안 나요. 첫 스타트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이네요. 눈을 감으면 홍선희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흘러가요. 이 작품을 해서 손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배우에게도 스태프에게도 모두에게 제각기 의미가 큰 작품일 거에요"

최진실은 27일 촬영이 끝나면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도 많이 안아주고 좋아하는 사우나도 실컷 갈 예정이다.

"육체는 늙지만 마음은 늙지 않는다"고 말하는 최진실에게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세월의 흐름에서 나쁜 것은 비켜가고 좋은 것만 골라 그에게 찾아온 것 같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더욱 다양하고 깊이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그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케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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