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vs 심혜진, 스크린 '억척녀' 대결

김현록 기자  |  2008.05.28 10:56

블록버스터의 여름, 6월 반전을 꿈꾸는 '억척녀'들이 있다. '아이언맨', '나니아 연대기2', '인디아나 존스4' 등으로 이어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원투쓰리 펀치를 견뎌내려면 힘과 체력, 깡다구가 필요한 걸까. 대결을 준비하는 이들은 이미 검증을 거친 믿음직한 억척녀들. 3년만에 돌아온 사랑스런 '삼순이' 김선아, 이젠 초보 주부로 거듭난 매력적인 배우 심혜진이 바로 그들이다.

김선아는 다음달 5일 개봉을 앞둔 '걸스카우트'(감독 김상만·제작 보경사)로 처음으로 모성애 연기를 펼친다. 김선아가 맡은 역할은 증권이면 증권, 사업이면 사업, 손대는 족족 돈을 말아먹은 30대 어머니 미경. 유치원 봉고차를 몰며 다음 사업 밑천으로 애지중지 모은 곗돈을 모두 날린 두 도망간 계주를 잡으러 직접 나선다.

극중 미경은 안일한 경찰을 믿느니 직접 해결에 나서겠다며 돈 떼인 아주머니들을 가장 먼저 조직해 직접 봉고차를 몰고 나설 만큼 행동파다. 숨가쁜 추격전, 머리채 잡는 격투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적극적이다. 특히 남편과 헤어져 살면서 홀로 키우는 딸에 대한 일이라면 더욱 물불을 가리지 않을 정도가 된다.

김선아는 영화 '위대한 유산'과 '잠복근무',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떠올리게 하는 현실적이고도 유쾌한 캐릭터를 그대로 그려낸다. 그러나 처음 시도한 모성 연기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발길질을 몸으로 막아내면서도 애타게 딸을 찾는 장면에서는 시종 즐거웠던 영화 분위기가 일순 숙연해 질 정도다. 발로 뛰는 액션, 심한 구타를 당하는 장면에서는 김선아의 고생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에 맞서는 심혜진은 한주 뒤인 다음달 12일 개봉하는 '흑심모녀'(감독 조남호·제작 이룸영화사)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는다. '흑심모녀'는 모녀 3대가 아웅다웅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에 젊은 꽃미남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코믹물. 심혜진은 과일 트럭을 몰고 다니는 서른여덟의 억척녀 남희 역을 맡았다.

극중 남희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아나운서를 꿈꾸는 철부지 딸과 함께 살면서 홀로 생활을 책임지다시피 하는 주부 가장이다. 홀로 과일 장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사람들을 상대하다보니 느는 건 깡이요 악다구니뿐. 생트집을 잡는 동네 아주머니와 말싸움 끝에 수박을 던져 깨뜨려버릴 정도가 됐다. 그런 그녀에게 어딘지 꿈꾸는 듯한 젊은 남자가 찾아오면서 조금씩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도회적인 이미지를 간직했던 심혜진은 최근 생활 밀착형 캐릭터를 연이어 맡으며 코믹하고도 인간적인 매력을 더해가는 중이다. 생활력 강한 식당 주인으로 등장했던 영화 '국경의 남쪽', 남편의 애인과 몸이 맞바뀐 주부로 분한 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 등에서 선보인 아줌마 연기가 '흑심모녀'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난해 결혼, 진짜 유부녀가 된 뒤 펼치는 첫 아줌마 연기가 얼마나 더 맛깔스러워졌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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