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영 "악녀밖에 못한다구요? 신경 안써요"

김현록 기자  |  2008.06.16 15:24
배우 유인영 ⓒ최용민 기자

"사실 드라마가 끝나고 너무 좋았어요."

유인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1TV 일일극 '미우나 고우나' 얘기다. 아직도 길에서 마주친 드라마 팬들은 그녀를 '수아'라는 극중 이름으로 부른다.

조동혁에 목매던 버릇없는 부잣집 딸 수아는 그만큼 인상적 인 캐릭터였다. 휘황찬란한 명품 옷, 늘씬한 각선미, 카랑 카랑한 콧소리, 비죽이는 입모양까지. '나쁜 남자' 조동혁 을 만나 온갖 맘고생까지 떠안았던 그녀는 부모 잘 만난 버릇없는 된장녀, 철없는 신상녀의 전형처럼 보였다.

유인영은 '쟤는 저런 거 밖에 못해, 평생 저런 역 밖에 못 할거야'하는 인터넷 댓글도 수차례 읽었다. 아마도 그건 그 녀가 너무나 실감나게 얄미운 캐릭터를 그려냈기 때문이리라. 다만 수아 역할을 오래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끝나자마자 수아 캐릭터를 던져버리고 싶었어요. 늘 예민해 있고, 곤두서 있는 게 싫었거든요. 그렇다고 수아가 그렇게 문제 있는 캐릭터인가요? '수아'같은 애가 어디있냐 는 얘기도 봤어요. 돈 많지, 일편단심에, 단순에서 조금만 토닥여주면 좋아라 하지. 그런 신부감이 어딨냐고.(웃음)"

유인영은 '수아가 미워 못 살겠다'는 악플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른 역을 맡으면 또 변화된 모습을 보게 되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유인영은 화장이며 의상에 따라 분위기가 카멜레온처럼 바뀌는 배우다. 전작 '눈의 여왕'에 서 늘 추리닝에 질끈 묶은 머리로 등장했던 그녀를 떠올린 다면 아마 누구든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배우 유인영 ⓒ최용민 기자

된장녀 수아가 슬슬 그리워질 즈음 유인영이 들고 온 새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그 변신의 폭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촬영을 마치고 부득이하게 창고에서 2년여를 보낸 영화는 당시의 유인영을 찬찬히 돌아 볼 기회이기도 하다.

포근한 인상의 포스터부터가 변화를 예고한다. 그녀가 지금 도 '아버지'라고 부르는 선배 배우 김상중의 어깨 뒤에 앉아 싱긋 웃고 있는 유인영의 표정은 어딘지 모르게 나른하면서도 편안한 기운을 풍긴다.

"시사회때 가선 '2년 전에 제가 이렇게 풋풋했어요' 그랬어요. 지금은 이렇게 성숙했는데 그땐 그랬구나,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땐 정말 아무 것도 몰랐는데 모두가 '인영아 너 잘해', '잘 할 수 있어' 그런 얘기만 해주셨어요. 그래서 '난 정말 잘 할 수 있어' 이러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작은 영화 냄새가 풀풀 나는 작품이었지만 유인영은 그 독특한 캐릭터에 푹 빠져 시나리오를 단숨에 읽고는 매니저도 모르게 감독과 출연을 약속했다. 그 영화가 2년만에 개봉하기까지 기다림도 컸다. 유인영은 "개봉이 안되면 혼자서라도 소장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애착이 강한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배우 유인영 ⓒ최용민 기자

사실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유인영이 친 가장 큰 사고 가운데 하나였다. 하고 싶다는 단순한 열정은 그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 유인영이 맡은 마리는 고교생 미혼모에 마리화나까지 피워보는 4차원 소녀. 하지만 그녀가 집에 들어온 뒤 투닥거리기만 하던 아버지와 아들의 집에는 어느덧 생기가 돈다.

"이런 거 하면 내 이미지에 타격이잖아,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잖아. 이런 생각 안해요. 그저 끌리는 대로, 그렇게 하다보면 2년전의 제가 지금의 제가 되었듯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겠어요."

엉뚱한 마리처럼, 유인영에게는 늘 생기가 감돈다. 제멋대로인 수아에게도, 전작 '눈의 여왕'의 보이시한 소녀 승리에서도, '강적'의 당찬 미래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버지와 마리와 나'는 지금껏 강한 캐릭터 속에서 가려졌던 그녀의 생기를, 아름다운 그녀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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