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한국영화 최고 대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개봉함과 동시에 ‘시네마테크 서울’에서는 27일까지 셀지오 레오네 회고전이 열린다. 아마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찡그린 표정을 사랑하고,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련한 멜로디에 가슴이 뛰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4시간짜리 완전판을 기대했던 사람들, 그리고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의 오랜 팬들이라면 이처럼 더 좋은 일이 있을까.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 '황야의 무법자'(1964. 사진)로 시작된 스파게티 웨스턴은 존 웨인으로 대표되던 할리우드 서부극의 근엄한 신화와 상반되는 변칙성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족이나 지역사회를 지키는 보안관보다 현상금을 노리는 킬러들이 득시글댔고, 등 뒤에서 총 쏘는 것도 아무렇지 않아하던 패륜 총잡이들의 세계였다.
미국 감독이 아닌 이탈리아 감독들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황야를 돌며 미국 서부라고 속여서 완성한 ‘짝퉁’ 서부극이었지만 그 전복적 쾌감과 영화적 재미는 엄청 났다. 이후 '쟝고'와 '내 이름은 튜니티' 시리즈로 이어지며, 특히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장르이기도 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황야의 무법자'를 시작으로 '속 황야의 무법자'로 소개됐던 '석양의 건맨', 그리고 영어 제목상으로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모티브가 됐던 세 번째 영화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까지 흔히 ‘달러 3부작’ 혹은 ‘무법자 3부작’이라 부르는 시리즈의 주인공을 도맡았다.
무법자 3부작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늘 이름 없는 총잡이로 나왔다. '황야의 무법자'에서는 한 마을의 불량한 양쪽 세력을 오가며 이득을 취했고, '석양의 건맨'에서는 오직 현상금만 노리는 냉정한 킬러로 나왔으며, '석양의 무법자'에서는 투코(일라이 워락)와 동업으로 돈을 벌다 우연히 20만 달러의 돈이 묻혀있는 곳을 알게 되면서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는 애칭 ‘블런디’(금발머리)로 나왔다. 투코와 함께 했던 일이란, 현상금이 걸려있는 투코와 짜고서 그를 잡아 넘기고는, 그가 교수형 당하려는 순간 멀리서 총으로 줄을 쏴 다시 투코를 구해주고 함께 달아나는 걸 계속 반복하는 일이었다.
멕시코식 판초 상의를 걸치면 바로 배위까지 밖에 안 오는 190cm가 넘는 훤칠한 키에 기나긴 다리, 주름의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잔뜩 찌푸린 듯 무표정한 얼굴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느릿느릿한 동작은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과 더불어 스파게티 웨스턴의 얼굴이었다. 한 손으로 딱성냥을 켜 시가에 불을 붙이는 모습마저 뭇 남성들의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너른 시네마스코프 화면이 만들어내는 사막의 모래바람은 그야말로 황량한 그의 표정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그보다 더 고독한 남자의 이미지는 없었을 거다.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직접 감독으로 데뷔를 했고 '무법자 조시 웨일즈'(1976), '용서받지 못한 자'(1992) 등 그 역시 많은 서부극을 만들었다. 거기서 그의 이미지 역시 레오네의 영화로부터 빌려온 것들이 많다. 그만큼 셀지오 레오네와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원한 동반자였다. 임권택 감독보다 6살이나 더 많은 그는 한국 나이로 치면 무려 79세의 현역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는 건 노인에 대한 예의가 아닌 걸까.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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