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에는 기대를 모으는 한국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한다.
특히 6월과 7월에는 규모와 캐스팅, 소재에서 화려한 면면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즐비하다. 스타뉴스는 '강철중:공공의 적1-1'를 비롯해 '크로싱'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님은 먼곳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까지 한국영화 다섯 편을 총5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올 여름 유일한 여성 영화..수애의 재발견
'님은 먼곳에'는 올 여름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유일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강철중'부터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을 비롯해 '눈에는 눈,이에는 이' '다찌마와리'까지 남성 활극이 중심을 이룬 올 여름 극장가에 '님은 먼곳에'는 유별나다.
최근 여성들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들이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감각을 따라가지 못해 침몰했던 터라 '님은 먼곳에'를 보는 시각은 위태롭기도 하다.베트남전쟁을 여성의 시각으로 본다는 설정이 자칫 '올드'하다는 편견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님은 먼곳에'는 그런 편견을 깨뜨릴 만큼 드라마가 강조돼 있다.
한 여인의 성장담이자 흥겨운 공연 이야기이자 전쟁 영화이며 또 반전영화이다. 겹겹히 쌓여있는 이야기의 중심에 순이라는 여자 주인공이 있다.
그동안 여성을 도구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준익 감독은 '님은 먼곳에'에 자신이 이상화시킨 여성을 그린다. 마치 미야자키 하야오가 여성을 구원의 대상으로 이상화시키는 것처럼.
때문에 남성 활극이 주는 시각적 쾌감과는 달리 '님은 먼곳에'는 여자 주인공에 동화되는 감성적인 쾌감을 맞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순이를 연기한 수애의 연기 변신은 놀랍다. 시작부터 감정이 발화되는 지점까지 관객을 온전히 몰입시킨다. 수애의 공연 장면은 보너스이다.
#노래의 힘..추억을 귓가에 맴돌게 해
'님은 먼곳에'는 '라디오 스타'와 '즐거운 인생'에 이어 이준익 감독의 음악영화 3부작이라고 불릴 만큼 풍성한 노래를 자랑한다. 주인공 순이가 남편을 찾기 위해 베트남 위문공연단에 들어가기에 그 시대 노래가 가득하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님은 먼곳에'를 비롯해 '간다고 하지 마오'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등 당시를 풍미했던 노래부터 '수지Q'와 '오 대니 보이' 미국국가까지 등장한다.
각각의 노래들은 영화 상황을 대변하며 많은 이야기를 대신한다. 님이 먼곳에 있다는 설정 자체를 대변하는 '님은 먼곳에'부터 한국군을 위문할 때 경쾌하게 들려지는 노래들은 70년대 한국 문화를 추억하게 만든다.
순이가 베트공에 붙잡혔을 때 부르는 '님은 먼곳에'는 노래가 주는 힘이 이념과 국가를 초월하는 평화를 그릴 수 있다는 감독의 생각을 은유한다. 미군의 총구 앞에 순이와 위문공연단이 놓여있을 때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르는 미국국가와 '오 대니보이'는 그 자체가 대사와 다름없다.
전쟁에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아일랜드 민요인 '오 대니보이'는 전쟁터에 불려간 미군의 어머니가 부를 만도 한 노래이다. 이주일이 불러 국내에도 유명한 '수지Q'는 평화를 노래한 우드스톡 페스티벌 노래들과 정반대에 놓여있는 노래이다. 흥겨운 리듬과는 달리 이 노래가 사용된 순간이 순이에게 가장 힘든 결정의 때라는 점에서 '수지Q'가 가지는 상징을 확인할 수 있다.
#'님은 먼곳에',이준익 월드의 성립
'황산벌'부터 '즐거운 인생'까지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천만 영화인 '왕의 남자'도 천만 영화가 될 정도로 힘을 들인 영화는 아니었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는 입체적이다. 우직하게 이끌어가는 이야기들이 겹겹히 쌓여가면서 사건을 정당화시킨다는 점에서 한 영화를 여러 갈래로 보게 만든다. '왕의 남자'가 반복 관람이 많았으며, 해석이 분분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루저에 대한 짙은 애정은 이준익 감독 영화의 특성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같은 눈높이를 가진 인물들에 고른 애정을 나눠준 것은 한 때 이준익 영화가 산만하다는 단점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 원숙해져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 요인이 됐다.
'님은 먼곳에'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체계가 정립된 작품이다. 루저의 대한 애정과 음악영화에 대한 공, 이야기의 세공이 더해져 '이준익 월드'의 세 꼭지점을 완성시킨 영화이다.
드라마 흐름이 느슨해질 무렵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투 장면은 이준익 감독이 영화 흐름을 조율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이준익 월드'는 '올드'하다는 선입견도 있다. 그가 찾는 이야기가 통속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속에서 비범한 순간을 찾아내는 감독의 솜씨는 낚시 9단의 그것과 맞닿아 있다. '님은 먼곳에'가 올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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