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사장 "법적투쟁 통해 권력의 오만 고발"

최문정 기자  |  2008.08.11 11:47

정연주 KBS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해임 결정과 관련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연주 사장은 11일 "대통령의 해임 조치에 대한 정연주 사장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저에 대한 해임 사유는 언젠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에게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며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성과 반역사성을, 그리고 초법적 행위를 함부로 저지르는 권력의 오만과 무지를 고발하는 싸움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연주 사장은 이 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결국 저를 '해임'했다"고 밝히고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뿌리 째 흔들고 민주주의 가치를 내 팽개치는 일을 아무런 부끄러움도, 주저함도 없이 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다 '국정 철학과 국정 기조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KBS 사장으로 앉힘으로써 KBS를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확보하는 일이 더 시급했던 것 같다"며 "공영방송,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연주 사장은 이어 "저를 '해임'시키기 위해 동원된 논리, 즉 임명권이 있으니 해임권도 있다는 주장도 해괴하고 천박한 논리다"며 "그렇게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다면 그냥 저를 쉽게 '해임'하면 될 일을 왜 그동안 온갖 권력기관을 총동원하여 할 짓, 못할 짓을 다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당당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정연주 사장은 또 "저를 해임하기 위해 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관들을 동원했다. 그런데도 '개인 비리'가 나놓지 않자 무슨 '부실 경영'이네, '인사권 남용'이네 하면서 공영방송 독립성을 뿌리째 파손시키는 사장 '해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에게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이라는 저에 대한 해임 사유는 언젠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에게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책임의 크기로 볼 때 KBS의 이른바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은 대한민국의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정연주 사장은 "이 모든 일은 역사가 반드시 심판을 할 것이다"며 "허위와 왜곡과 자의적 해석을 감행한 감사원 직원들을 포함하여 저의 '해임'에 동원된 인물들은 역사가 그 죄를 엄중하게 물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한 가운데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 역사에 방송독립을 파괴한 인물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킨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한편 정연주 사장은 이 글을 통해 "저는 앞으로 두 가지 싸움을 하겠다"고 밝히고 앞으로의 대응 계획도 공개했다.

정연주 사장은 첫째로 "법적 투쟁을 통해서 공영방송 독립성을 파손시킨 이번 해임 조치의 부당성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허위와 왜곡을 밝혀내겠다"며 "이와 함께 공영방송 KBS 사장 해임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성과 반역사성을, 그리고 초법적 행위를 함부로 저지르는 권력의 오만과 무지를 고발하는 싸움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명박 정권의 이런 조치를 취하는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집단과 인사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며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우리사회와 역사 앞에 해야 할 당연한 책무다"고 밝혔다.

정연주 사장은 이에 더해 "그 동안 저의 거취문제로 있었던 일부 의견 차이와 분열, 대립을 이제는 모두 극복하고, 힘을 모아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여러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 위해 이 선한 싸움에서 여러분은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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