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정연주 사장 "밖에서 방송독립 위해 싸울것"

최문정 기자  |  2008.08.12 10:17
정연주 KBS 사장 ⓒ이명근 기자

정연주 KBS 사장이 12일 오전 마지막 성명서를 내며 KBS와의 작별을 고했다.

11일 대통령에 의해 해임이 결정된 정연주 KBS 사장은 12일 "동지들을 뒤로 두고 떠납니다"라는 제목의 KBS사원에게 보내는 인사 글을 남기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정연주 사장은 이글에서 "5년 여 전인 2003년 봄, 초록의 생명력이 차고 넘치던 여의도의 KBS에 발을 들여 놓던 때가 떠오른다. 엊그제 같기도 하다"고 소감을 전하며 서두를 열었다.

정연주 사장은 "그 날 저는 '독점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으로', '집중에서 분산으로', '폐쇄에서 개방으로'라는 세 가지 시대정신을 이야기했다"며 "저는 이 세 가지 시대정신을 KBS에서 실현하기 위해 ◇ KBS 사장의 제왕적 권력을 해체하고 ◇ 회사 지도부에 집중되어 있는 독점적 의사 결정 구조와 경직화된 관료주의 조직의 폐쇄성을 없애는 한편 ◇ 일선 직원들의 독창력과 창의력을 억압하는 과거의 틀을 깨고, 자율과 자유의 공간을 최대한 넓히기 위해 지난 5년여 동안 노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저는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며 "KBS 조직구조를 수직적 위계질서에서 수평적 관계로, 자율과 자유가 제약받지 않는 조직문화로 바꿔, 그 속에서 보도에 성역이 없어지고 프로그램이 풍성하게 된 것만으로도 제 소임의 상당부분은 성취되었다고 보고, 지난 5년여를 행복하고 보람된 제 삶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 간직한 채 이제 떠나려 한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정연주 사장은 또한 "지금 거센 광풍으로 휩싸여 있는 공영방송 KBS를 둘러싼 이 엄혹한 현실에 대해서도 그리 큰 걱정을 하지 않는다. 여러분을 믿기 때문이다"며 "90년 방송민주화 투쟁 이후 그동안 여러분들이 보여준 공영방송에 대한 치열한 의식과 열정과 헌신을 믿기에, 지난 5년 여 동안 여러분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키워온 자율과 자유의 정신을 믿기에, 그리고 광풍이 휘몰아 쳐도 그 속에서 굳건하게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려는 여러분들의 굳건한 의지를 믿기에 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제 떠나려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정연주 사장은 "제 문제를 둘러싸고 그 동안 회사 내에서 있었던 일부 갈등과 분열을 이제는 모두 극복하고, 오로지 방송독립을 위한 선한 싸움에 모두가 단결된 모습으로 나설 것으로 믿는다"며 "언론의 자유, 이를 구체적으로 지키기 위한 필요조건인 방송의 독립, 그리고 그것이 바탕이 되는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아니 그보다도 공영방송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하나로 뭉쳐 이 광풍을 헤쳐나가리라 저는 확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연주 사장은 "저는 강제로 '해임'된 뒤 사장실에서 농성을 하면서 계속 싸워볼까 하는 생각을 절실하게 한 적이 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며 "인터넷을 통해 공영방송 독립을 간절하게 원하는 국민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정권의 퇴행적이고 파괴적인 방송 장악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는 말로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그런 생각을 접었다. 여러분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킬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며 "그래서 여러분들이 공영방송 KBS를 지키는 일에 저의 존재와 이를 둘러싼 문제가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여러분들이 그동안의 견해 차이와 갈등을 극복하고 하나로 뭉치게 하는데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사장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정연주 사장은 "5년여를 되돌아보면, 가슴 아픈 일도 많았고, 터무니없는 비난과 음해도 많았다. 그리고 그런 비난과 음해를 통해 오히려 더 강해지고 여유로워지는 역설도 경험했으며, 조악한 권력집단이 되어버린 노동조합 집행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도 있었다"며 쉽지만은 않았던 5년을 되새겼다.

이어 그는 "지난 8일 공영방송 KBS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침탈되고 유린되는 현장을 보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저미게 고통스러웠다. 그날 여러분들이 3층 복도에서 처절하게 싸우는 모습을 사장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보았다. 혼자 많이도 울었다. 여러분들의 분노와 절규는 제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며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마다 가녀린 촛불 하나씩 들고 회사 앞을 지켜온 그들도 잊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로 비통한 심정을 전했다.

또 이글을 통해 정연주 사장은 "지난 5년여 동안 KBS에서 참으로 좋은 벗들, 참으로 훌륭한 동지들을 많이 만났다. 살아가면서 이보다 더 큰 축복이 어디에 있겠나. 저는 이 축복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앞으로 저의 삶은 그만큼 풍족해질 것이며, 그만큼 덜 외로워질 것이다. 정말 행복하다"며 과거 5년여의 행적을 하나하나 되짚었다.

이어 정연주 사장은 "비록 몸은 KBS를 떠나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이곳에 머물 것이다. 밖에 있으면서 그동안 방송 독립을 위해 지키고자 했던 원칙이 법정에서 확인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며, 글과 활동을 통해 언론의 자유, 방송의 독립,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노력을 다할 것이다"라는 말로 사장의 자리에서는 비록 물러나지만 사외에서 법적 싸움은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천명했다.

한편 정연주 사장은 지난 11일 KBS에 출근한 이후 밤새 짐 정리를 하고 마지막 글을 쓰는 등 퇴근을 하지 않고 현재까지 KBS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주 사장은 이 글을 마지막으로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난 5년 여간 지켜온 사장 자리에서 내려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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