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크섬의 비밀' 송재정 작가.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똑바로 살아라'에서 '거침없이 하이킥'까지 히트한 시트콤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그는 멜로 남우였던 노주현을 허세 배우로, 느끼남 박영규를 미달이 아빠로, 영조대왕 이순재를 '야동' 순재로 만들었다. 그의 미세한 심리 묘사는 '심술쟁이' 할아범 신구부터 '하숙생' 범이까지 존재감을 부여한다.
그만큼 캐릭터 설정에 능한 그는 권오중-김소연, 서민정-이민용-신지라인같은 멜로 라인과 오지명-박영규, 박정수-이홍렬, 박해미-나문희에 이르는 권력 관계를 적절히 사용하며 극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그래서 그의 캐릭터는 방송이 끝난 후 오히려 득을 보기도 한다. 각종 시상식이나 CF를 통해. 이래저래 방송국에는 시청률로 연기자에게는 인기를 주는 작품을 쓰다보니 송작가의 차기작에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다.
그의 차기작인 '크크섬의비밀' 역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코믹 어드벤처 스릴러 시트콤이란 기괴한 장르에 부서 직원들이 무인도로 난파당했다. 왜? 송재정 작가와 지난 14일 크크섬에서
만나 '크크섬의비밀'에 대해 물었다.
-더운데 촬영장은 자주 오나.
▶고생하는 스태프들도 보고 싶고 대본이 촬영되는 것도 보고 싶어서 종종 들른다. 자주 오고 싶지만 멀기도 하고 대본이 밀려서 오기 힘들다.
-코믹 어드벤처 스릴러 시트콤이라는데 생소하다.
▶야생을 배경으로 해 어드벤처. 근데 그냥 웃기기만 하면 긴장감이 떨어지니까 스릴러라는 장르를 섞은 것이다. 특히 여름에 하는 시트콤인만큼 시원함을 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심각한 공포를 주는 건 아니고 우리는 재미를 주는 게 목적인만큼 재밌게 봐주면 좋겠다.
-어느 정도까지 완성됐나.
▶마지막까지 시놉은 다 있고. 대본은 4분의 3정도 썼다.
-연장 계획은 없나.
▶현재로선 없다. 국내에서 다양한 시즌물이 시도된 적은 있지만 좀 더 완벽하게 만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두달 분량 40회로 탄탄하게 만들었다.
또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특성상 다양한 줄거리를 만들기도 어려운 점이 있다. 이번에 잘된다면 다음 '크크섬의 비밀' 시즌 2에서는 겨울이 무대가 될지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반응이 좋으면 시즌물로 이어갈 예정이다.
-원래 편성에서 5분 줄은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그래서 극이 뚝뚝 끊어지는 게 있다. 러브라인에서 감정선을 살려줘야 하는데 다져가지 못하니까 아쉬운 게 있다. 원래 드라마에 가까웠는데 만화처럼 뚝뚝 끊어지는 게 있다. 근데 오히려 보는 분을 감질나게 하는 효과가 있더라.
-내용 전개상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몰입이 되기 어려운데. 올림픽 기간동안 결방되는 게 아쉽지 않나.
-기존에 가족 중심에서 회사의 부서 직원들이 주인공인데. 그렇게 잡은 이유는.
▶한 회사에 보면 '꼭 이런 인물있다'라는 사람들을 캐릭터로 잡았다. '찌질남' 윤상현같은 경우 꼭 회사에 보면 짜증나는 인간이 한 둘 있다. 김부장도 노처녀 히스테리 가득한 상사고. 김부장도 기러기 아빠에 '낙하산' 신과장을 질투하는 인물. 흔히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인물 아닌가. 그래야 공감대를 살 수 있고 유머가 나온다.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묻지 말아달라. 다 좋다. 이번 시트콤은 누구하나 쏠리는 거 없이 캐릭터 모두가 마음에 든다. 방송으로 보면 어떤 사람이 기준점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시놉 전개가 그럴 뿐 뒤늦게 캐릭터 비중이 커지는 경우도 있으니 지켜봐달라. 김시후 캐릭터 같은 경우도 첫 주에는 비중이 없다가 지금은 커졌지 않나.
-기존 시트콤에서 차용한 캐릭터가 있는가. 신성우가 자꾸 넘어지고 어리버리하게 착한 성격이 '거침없이 하이킥'의 '꽈당' 서민정과 닮았다.
▶조금 다른건데 서민정은 끝까지 같은 캐릭터라면 신성우는 무인도 생활을 하면서 변해간다. 비슷한 캐릭터가 있을 순 있지만 무인도에 들어온 이상 캐릭터 상에 조금씩 변화가 있다. 이게 재미다. 그래도 김과장 캐릭터가 변하면 시청자들이 싫어할 거다. 하하.
김부장 캐릭터는 사랑을 하니까 조금 물러진 면이 있다. 그리고 섬에 오래 갇혀지내다보면 계급이 없어질 수 밖에 없다. 다른 조직같으면 벌써 와해됐겠지만 '로스트'처럼 태평양 한 가운데 떨어진 게 아니라 구조될 거라 생각하고 회사 돌아갈 때를 대비해서 질서를 지키는 상황이다.
-이다희, 윤상현, 심형탁을 주축으로 한 멜로라인이 있는데.
▶멜로가 없으면 재미가 있나. 청춘 남녀가 섬에 갇혔는데 담배만 쫓고 있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당연히 러브라인이 있을 수 있다. (김부장은 정말 신과장 좋아하나?) 비밀이다. 비밀로 먹고 사는데.(김과장은 러브라인이 생길까?) 기러기 아빠 김과장이 러브라인이 생기면 불륜이다. 또 여배우들이 허락할 지 모르겠다.
-캐스팅이 참 잘됐다는 평을 듣는데.
▶신성우와 윤상현은 원래부터 염두에 두고 있던 배우다. 나머지는 극 중 캐릭터에 맞는 배우를 섭외했다. 김광규는 자체가 김과장이란 캐릭터와 잘 떨어졌다. 김선경은 카리스마 있는 여자를 찾던 중 '태왕사신기'를 보고 섭외했다.
젊은 친구들 중에는 배역이 꼭 맞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신인들은 자기가 뭘 잘하는 지도 모르고 이런 경우 사전에 미팅을 할 때나 방송되는 걸 보고 배우에 맞게 캐릭터를 수정한다. 갈수록 변화가 되는 캐릭터가 있을 거다.
-평은 좋은 데 시청률이 좀 아쉽다. 시간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던데.
▶시청률이 안나와서 아쉽긴 하다. 아직 생소해서 그러려니 생각한다. 방학 기간이라 우리 시간대에 '크크섬'을 보기도 좀 어렵고.사실 심야 시간이 더 어울리는 극이긴 하다.
또 우리 시트콤이 20,30대 직장인이 많이 보는 걸로 아는데 밤 11시나 그분들이 퇴근하지 않나. 어르신분들은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보지 않고 아주 어린애들은 이해가 안가고. 타겟과 시간이 안맞는 건 아쉽긴 하다. 근데 지금 바꾸면 시간을 몰라 더 문제되지 않을까.
-'크크섬의비밀'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나와 함께 오래 작업하던 PD나 스태프들이 모두 30대가 됐다. 우리의 향수에 남아있는 어릴 적 재밌게 읽던 '보물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인물들이 섬에 갇히면서 살아간다는 설정. 그렇다고 무겁지 않다. 결국 코미디로 풀린다. 재밌게 모험하듯이 즐겨주길 바란다. 시즌물로 작정하고 만든 만큼 탄탄하게 뒤를 준비하는 '시즌제 1호'가 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