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다. 그러나 TV로 접하는 2008 베이징 올림픽은 한국만의 축제에 불과한 것 같다.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 메달 유망 종목을 일제히 중계하면서도 정작 세계적인 명승부, 화려한 볼거리는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은 호나우두, 호나우딩요 등 초특급 스타들이 출전한 브라질의 축구 경기를 하이라이트로 확인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 윌리엄스 자매 등 테니스의 톱스타들도 볼 수 없었다. 이 와중에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치른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의 은퇴 경기 역시 어느 방송사에서도 중계하지 않았다.
금메달의 순간만을 지겹도록 반복 재생하는 천편일률적 올림픽 중계에 넌더리를 내는 시청자들도 허다하다. 휴가 기간과 올림픽이 겹쳤다는 회사원 김형진씨(30)은 "올림픽 때 말고는 보기 힘든 체조나 다이빙, 싱크로나이즈 경기를 기대했는데 10초짜리 하이라이트 말고는 볼 수가 없었다"며 "한국 선수가 잘 하는 건 좋지만 그것 때문인지 여타 종목들은 중계조차 안한다"고 투덜거렸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좋아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들이 들죽날죽 편성을 감수하고 같은 박태환의 자유형 예선·결승, 남여 양궁, 유도와 역도를 지켜봐야 했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 속에 올림픽 열기가 높아지자 순차방송 합의까지 깨져 17일 연장 승부치기까지 이어진 한국과 중국의 야구 예선에는 3사가 모두 달려들었다.
올림픽 초반 이어진 흥분중계·막말중계 논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채널을 돌려도 바뀌지 않는 올림픽 방송 덕에 더욱 진땀을 흘리는 건 중계석에 앉은 캐스터와 해설자다. 올림픽 초반 송출하는 똑같은 영상으로 3사가 경쟁하다 보니 해설 외에는 차별화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올림픽을 무색케 하는 우물안 올림픽 중계는 언제쯤 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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