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vs안정환, 타고난 스타 본능

김보형 기자  |  2008.08.23 08:30
↑스타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승엽과 안정환

스타는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을 때 그 바람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베이징 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의 '영웅' 이승엽이 바로 그 예다. 그런데 이승엽을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이가 있다. 바로 ‘반지의 제왕’ 안정환이다.

◆역전 본능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 이전 경기까지 이승엽은 홈런은 커녕 1할대 빈타에 허덕였다. 2회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이승엽은 4회 무사 1,3루에서도 2루수 앞 병살타를 때렸다.

0대2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팀의 4번 타자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였다. 다음 타석도 마찬가지. 히트앤드런 사인이 났음에도 이승엽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고 2루로 뛰던 김현수는 태그 아웃 됐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이승엽 개인은 물론이고 한국야구도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

마지막 기회가 왔다.

2대2 동점이던 8회 1사 1루. 이승엽은 투수 이와세의 가운데 직구를 걷어올려 우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쳐냈다. 승부를 사실상 결정짓는 쐐기 홈런이었다. 일본 벤치에는 적막만이 흘렀다. 이후 승부는 사실상 결정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타고난 스타 본능이라고 할 밖에. 2002년 한일월드컵 16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안정환도 마찬가지다. 부진을 딛고 결정적 순간에 집중된 실력을 발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당시 안정환은 대표팀에 발탁되기 전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길들이기를 당했다. 히딩크 감독은 "아무리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며 안정환을 깎아 내렸다. 때로는 "안정환은 소속팀에서 베스트11으로 뛰지 못하므로 완전한 세리에A 선수가 아니다"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러나 스타는 달랐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비에리의 골로 종료직전까지 1대0으로 끌려가던 한국은 설기현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연장 후반 12분 사건이 터졌다.

좌측에서 올라온 프리킥을 안정환이 갈기머리를 휘날리며 그대로 헤딩슛으로 연결시켰고 볼은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 골든골은 FIFA(국제축구연맹)에 의해 세계 8대 골든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반지에 입을 맞춘 독특한 골 '세리머니'는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소속팀 국가를 침몰시킨 것도 공통점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일본을 무너뜨리는 역전 홈런을 쳐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일본야구의 '스승'인 호시노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을 침몰시켰다. 요미우리팬의 입장에서는 이승엽의 활약을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안정환은 실제로 이탈리아전 골든골이 ‘화근’이 돼 돌아왔다. 당시 안정환이 뛰고 있던 페루자의 루치아노 가우치 회장은 이탈리아가 패하자 "배은망덕한 안정환은 두 번 다시 이탈리아 땅을 밟지 못할 것"이라며 인신공격을 해댔고 결국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방출됐다.

네티즌들은 이승엽의 홈런이 '감격 그 자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판타롱'이라는 네티즌은 "이승엽 선수가 아무리 부진해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적이 없었지만 사실은 걱정했다"며 이승엽의 스타 본능을 감탄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통점 때문일까. "일본을 침몰시킨 이승엽도 안정환처럼 소속팀에서 방출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는 네티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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