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여배우들이 돌아온다.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연기파 배우들이 저마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들을 들고 스크린을 찾는다. 여름 내내 부진했던 여배우들의 저력을 찬바람과 함께 확인할 때다.
그러나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던가. 속속 스크린 컴백을 앞둔 여배우들에게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달라진 패션이다. 영화의 배경에 따라,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완전히 바뀐 배우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세인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래서 살펴봤다. 가을 스크린에서 다시 보게 될 여배우 4인의 달라진 패션을. 이름하여 '가을 여배우, 패션으로 말한다.'
칸의 여왕 전도연은 이윤기 감독의 신작 '멋진 하루'에서 하정우와 호흡을 맞춘다.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이후 그녀가 선택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는 '멋진 하루'는 돈 300만원 때문에 다시 만난 옛 연인의 하루를 그린다.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하는 것으로 이름난 이윤기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전도연 하정우라는 연기파의 만남이 기대된다.
단 하루의 이야기이기에 영화 속 전도연의 의상은 단조롭기 그지없다. 와인색 터틀넥 셔츠에 몸에 잘 피트되는 검정 바지, 무릎 길이 반코트 하나가 전부다. 의상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깊어진 그녀의 눈매다. 검정 아이라이너와 아이섀도우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시도했다.
진한 스모키 메이크업은 상처받기 두려워 스스로에게 보호막을 친 극중 희수의 캐릭터와 닮아있다는 것이 전도연의 설명. 전도연은 "메이크업 담당자가 스모키 메이크업을 제안한 순간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진한 화장은 전도연의 앳된 얼굴과 짧은 단발머리와 어울려 더욱 독특한 이미지를 만든다.
극중 김혜수와 신민아의 직업 역시 의상에 화려함을 더했다. 김혜수가 맡은 여인 조난실은 경성 최고의 멋쟁이이자 가수로 미스터리한 매력을 간직한 인물이다. 신민아는 당대 최고의 인기 여성밴드를 이끄는 보컬 미미로 분했다.
김혜수는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가 강조되는 의상으로 1930년대 최고의 멋쟁이를 그렸다. 덕분에 시대 특성상 별다른 노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패션과 완벽한 몸매로 평소에도 늘 주목받는 김혜수의 글래머러스한 매력이 잘 살아난다. 의상과 완벽한 짝을 이루는 색색의 모자, 신여성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짧은 단발도 역할을 표현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반면 신민아는 과감하고도 자유로운 의상으로 1970년대 열광의 무대를 그려낸다. 극중 신민아는 화려한 스팽글이 수없이 박힌 미니 원피스 드레스나 당시 유행하던 모즈 룩을 적용한 캐주얼 차림으로 등장한다. 역시 당시 최고의 유행이었던 부풀린 퍼머도 재현했다. 늘씬한 몸매, 주먹만한 얼굴 덕분에 화려한 패션이 잘 살아난다.
'미스 홍당무'의 공효진은 패션센스가 빵점인 못말리는 여선생으로 우회한 케이스다. 평소 옷 잘입는 스타로 정평이 난 공효진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어찌할 수 없는 심한 곱슬머리에 늘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으로 눈길을 받는,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운 스물아홉 처녀 양미숙 역을 맡았다.
양미숙은 안면홍조증까지 있어 긴장하면 주체할 수 없이 빨개지는 얼굴을 어찌하지 못한다. 공효진은 "귀엽게 망가지는 게 아니라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인물 수준인데다 내 주위에 없었으면 하는 사람"이라고 양미숙을 설명하며 "내가 뛰어난 미모의 소유자가 아니다보니 역시나 저렇게 못생겼구나 할까봐 더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분장 뒤에 가려진 그녀의 진짜 매력을 오해할리야 있을까.
그녀들의 변신이 있기에 가을 스크린이 더욱 화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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