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천하가 끝나자마자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예년에 비해 사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는 유달리 짧은 편이지만 극장가엔 다양한 영화가 준비돼 있다.
올 추석에는 연휴가 짧아 추석 시즌을 겨냥한 한국영화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연휴가 너무 길어 오히려 사람들이 다른 여가 활동을 찾아 극장가가 썰렁했던 지난해를 비교하면 올 추석 극장가 전망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올 추석에는 사극과 액션, 코미디로 무장한 한국영화들과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만화원작을 바탕으로 한 일본 영화 등 다양한 외화들이 극장에서 관객을 유혹한다. 귀향길 자동차에서 영화를 즐기는 DVD족과 합법적으로 영화를 다운받아 보는 VOD족, 그리고 안방극장에서 추석명화를 관람하는 방콕족까지 올 추석영화를 즐기는 길을 안내한다.
#한국영화 삼파전: 블록버스터부터 코미디, 액션까지
4일 개봉한 '신기전'(감독 김유진, 제작 KnJ엔터테인먼트)은 올 추석 시즌을 겨냥한 영화 중 유일한 대작이다. 총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신기전'은 세종 시대를 배경으로 화력무기 신기전을 둘러싼 조선과 명나라의 다툼을 그린 영화이다.
'신기전'은 민족주의 정서를 바탕으로 적당한 코미디와 멜로, 액션을 버무린 오락영화이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영화 내용을 정재영과 한은정이 닭살 넘치는 애정 행각으로 이완시켜 준다. 이미 지난달 30일과 31일 가진 유료시사에서 23만명이 관람해 흥행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중국 응원단의 횡포가 거슬렀다면 '신기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11일 개봉하는 '울학교 이티'(감독 박광춘,제작 커리지필름)는 추석에는 한국 코미디라는 공식에 충실한 작품이다. 10년 동안 체육만 가르친 선생님이 퇴출 위기를 맞아 영어 선생님으로 변신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히 선생님의 고군분투만 그리는 게 아니라 학생들과 선생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보고 있으면 웃다가 눈물이 난다"는 네티즌 평처럼 웃음 끝에 감동이라는 한국 코미디 공식을 잘 따랐다. 추석에 극장으로 가족 나들이를 하려는 관객들에 '강추'다. SBS '패밀리가 떴다'에 '김계모'로 활약하고 있는 김수로가 개성파 연기자 이한위, 백성현 등 신예들과 조화를 이뤘다.
'울학교 이티'와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는 영화다'(감독 장훈, 제작 김기덕필름, 스폰지이엔티)는 소지섭 강지환 두 스타를 극장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돈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배우를 꿈꾸는 깡패와 깡패보다 지독한 배우가 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입대했던 소지섭의 복귀작이며 '쾌도 홍길동'으로 스타덤에 오른 강지환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영화는 영화다'는 김기덕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김기덕 감독에게서 사사를 받은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상업적인 장점이 눈에 띈다. 두 남자배우에 쏠리는 멋스러움이 오버스럽기보다는 90년대 홍콩영화처럼 자연스럽다.
조폭영화와 영화 속 영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의 뒷이야기도 잘 녹아있다.
#할리우드와 일본 영화: 뮤지컬부터 액션, 마니아까지
추석 극장가를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는 인기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맘마미아',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을 맡은 액션영화 '방콕 데인저러스', 그리고 '스타워즈' 시리즈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스타워즈-클론전쟁'이다.
그 중 추석 극장가에 가장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영화는 '맘마미아'이다. 결혼을 앞둔 소피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어머니의 젊은 시절 연인을 자신이 살고 있는 그리스의 섬으로 초대한다는 내용이다.
메릴 스트립부터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등 호화 캐스팅에 '아이 해브 어 드림' '땡큐 포 더 뮤직'까지 아바의 히트곡들이 스크린에 넘실거린다. 명절을 맞아 가족이 관람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11일 개봉하는 '방콕 데인저러스'는 니컬러스 케이지가 용병 출신 킬러 역을 맡아 태국 갱두목의 의뢰를 받고 방콕에 도착했다가 오히려 살인을 의뢰했던 갱두목에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을 그린다.
공포영화 '디 아이'를 연출한 중국계 태국감독 대니ㆍ옥사이드 팡 형제가 연출을 맡았다.
'스타워즈-클론전쟁'은 '스타워즈' 2편 '클론의 습격'과 3편 '시스의 복수'의 중간 지점을 애니메이션으로 재연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전설처럼 회자됐던 클론전쟁을 그렸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반가울 법 하다.
단 '스타워즈' 시리즈가 국내에서는 큰 재미를 본 적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힐 수 있다.
11일 나란히 개봉하는 일본 영화 두 편은 국내에도 큰 인기를 모은 원작 만화를 영화화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20세기 소년'과 '꽃보다 남자'가 바로 그 주인공.
어릴적 공상대로 지구가 멸망의 위기에 처하자 친구들과 힘을 모은다는 '20세기 소년'과 꽃미남 부잣집 남자 4명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는 남성과 여성 취향으로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이 관심거리다.
국내 극장가에서는 맥을 못췄던 일본 영화가 추석 극장가에서 얼마나 선전을 펼칠 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아이들에게 환경 문제를 짚어주고 싶은 가족 관객들에게는 다큐멘터리 '지구'도 추천할 만하다. 영국 BBC 등이 제작한 동물 다큐멘터리 '지구'는 전 세계에서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그만큼 유익하며 볼 만 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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