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를 말하면 당연히 '노래'부터 떠올라야 한다. 그것은 일종의 각인된 이미지다. 가수에게서 그 이미지보다 다른 것이 먼저 떠오른다면 이미지 소진 방식에서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길을 잘못 들어선 가수는 일생을 음악으로 생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도 그 이미지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올해, 단일 음반으로 10만장의 판매량을 돌파한 가수는 5팀이 채 되지 못한다. 그 중 김동률, 브라운아이즈는 대중과의 소통방식에서 가수가 행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프로모션 방법으로 그 기록이 수립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요즘의 음반 홍보는 발표와 동시에 3개월 안에 모든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미디어 발달과 넘쳐나는 컨텐츠들로 대중은 수적으로 풍족한 문화 환경권에 놓여있으니 그 짧은 시간안에 승부수를 던지지 못하면 결국 판을 접어야 하는 운명과 직면하게 되었다. 80, 90년대에는 음반을 내고 1년 뒤에 곡이 서서히 알려지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났지만 이제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올해 1월과 6월에 발표된 김동률 5집과 브라운아이즈 3집은 소리 소문도 없이 베스트셀러가 된 음반이지만 그 이유가 다분히 존재한다. 좋은 곡들로 채워진 음반이라는 대중의 공통된 평가가 지배적이다. 또, 이들의 공통점은 방송 출연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것이고,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음반들이 베스트셀러였다는 점이다. 가수의 이름값으로 음반이 팔려나가는 시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는 징후는 이미 검증되었다.
김동률은 1994년 데뷔 이후 전람회 1, 2, 3집, 이적과 함께 했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 그리고 솔로 음반 5장을 발표했다. 지난 15년간 9장의 정규음반을 발표해 총 판매량 300만장을 기록하며 굴곡없는 행보를 이어왔다. 브라운아이즈 역시 2001년 첫 음반을 내고 밀리언셀러로 등극했지만 거리에서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오로지 가수로서의 생명력과 이미지는 노래와 공연장에서 자신을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 음반을 발표하고 방송 미디어에 얼굴을 노출하지 않으면서 이름을 알리는 일이 어떻게 쉬운 일이겠는가. 좋은 노래로 밀리언셀러 반열에 올랐다가 어느날 뒷전으로 밀려난 가수들의 컴백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일을 우리는 어렵지 않게 만나고 있다. 그러한 패착은 가수로서의 이미지 소진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누적되었기 때문이다. 가수에게서 기대되어지는 새로운 곡들에 대한 기다림보다 잘못 끼워진 이미지 소진의 짙은 그림자가 우선되는 상황은 가수로서의 생명력을 마감시키기 마련이다.
뮤지션십을 구축한 가수들에게 광고 제의는 관행상 들어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그간 김동률은 광고 출연 섭외도 수차례나 있었지만 결코 수락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음악만은 사용하게 했다. 그것이 자신의 음악 행보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달콤한 유혹 정도로 치부하는, '어설픈 이미지 소진'이라고 믿고 있었다. 귀기울일만한 믿음이다. <강태규 /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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