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혁의 감, 강마에의 노력, 김명민의 오기(인터뷰)

용인(경기)=김현록 기자,   |  2008.09.23 07:36

용인 성복동의 조그마한 분수 앞. 한산하던 길목이 북적이기 시작한다. '알비노니 의 아다지오'가 울려퍼지는 이곳은 MBC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현장. 바삐 움직이는 스태프 사이로 언뜻 보이는 것은 정성스럽게 빗어 올린 굵은 웨이브 머리. 뒷모습만으로도 100m 밖에서 알아볼 수 있는 '강마에' 김명민이다.

까칠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실력파 지휘자 '강마에'로 분한 '명민좌' 김명민은 진지한 코미디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천재 음악가에 대한 열등감, 노력하지 않는 천재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는 '강마에'의 모습이 스스로 "모든 작품이 절박했다"는 김명민과 어딘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대단하다.

-초반인데 관심과 반응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저희 드라마가 갈 길이 멀다. 아직은 반응들에 기분 좋아하고 그럴 때가 아닌 것 같다. 조금 정진하고 매진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다.

▶다른 작품 속 롤모델이 있었나?

-캐릭터가 너무 강하다보니 자칫하면 한쪽으로만 비춰질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데우스', '카핑 베토벤', '불멸의 연인' 같은 작품을 보면 굉장히 까칠하면서도 어린애같고 한편으로는 외롭고도 고독한 쓸쓸한 면이 많더라. 우리 나라에는 그런 모델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 모습이 롤모델이라면 롤모델이다.

▶목소리 톤부터가 평소와 많이 다르다. 유지하기 힘들지 않나.

-요즘 잠을 못자서 무방비상태에서 촬영하다보면 그런 점이 노출되곤 한다. 항상 방심하면 안된다. 촬영이 피곤하지만 대기시간이 길더라도 눈을 감지 않는 스타일이다. 언제 슛이 들어갈지 모르니까. 힘들지만 어쩌겠습니까. 제가 김명민인데, 김명민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강마에처럼 '하얀거탑'의 장준혁도 오만함으로 똘똘 뭉쳐있다. 공통점과 차이점가 있다면.

-운동선수나 음악이나 마찬가지다. 타고난 것이 90% 이상, 나머지가 10%다. 하지만 그 10%를 하지 않으면 나머지 90%가 모두 묻힐 수 있다.

장준혁의 경우 100% 타고난 스타일이다. 수술에 대한 감이 뛰어나 수술 방식마저도 교과서를 따르지 않고 창조해간다. 거기에 따르는 노력이라면 끈이나 인맥 쪽이다. 실력이 있는데 못나가는 건 바로 인맥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반면 강마에는 90%보다 타고난 재능이 덜한 것 같다. 그 노력으로 리어벌을 어느 정도 따라잡았고, 그 때문에 천재에 대한 증후군이 생겨서 천재만 보면 온 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다. 노력하지 않는 게으른 천재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굳이 살리에리와 비교하는 건 아니지만 실력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는 장준혁이든 강마에든 같다.

▶배우 김명민의 재능과 노력은 어느 정도라고 스스로 생각하나.

-배우를 아직 하고 있는 걸 보면 분명히 재능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노력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쪽으로 일하는 데 대한 반대가 워낙 심해 성공을 해서 보여주겠다는 오기가 있었다.

같은 예능이라도 차별이 있다. 저희 누나가 피아노를 했는데 집에서 기둥 뿌리가 뽑히도록 밀어주면서도 저는 연극을 한다고 '딴따라냐', '왜 그걸 하냐'는 소리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노력하는 게 몸에 뱄다. 작품을 할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다, 나는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모든 작품이 성공한 게 아니고 안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절박하다. 열심히 성실히 하는 것보다는 그런 절박함, 목마름에서 나오는 게 많다고 본다. 물론 상황마다 다르다. 잘 될 땐 '내가 재능이 있어' 하면서도 이도 저도 안 될 땐 '나는 재능이 없어' 이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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