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혜진 "'은실이' 딱히 벗어나고픈 적 없었다"(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08.10.15 09:05
전혜진 ⓒ최용민 기자


"전혜진 씨요? 얼마 전에 결혼하셨다면서요?"

그랬다. 전혜진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 열에 아홉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은실이' 전혜진이라고 말해야 그제야 '아~'라는 반응이다.

1998년 11살 나이에 MBC 베스트극장으로 데뷔한 전혜진은 다음 해 SBS 드라마 '은실이'의 주인공 은실이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녀 앞에는 자연스럽게 '은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사실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발돋움하는데 가는 곳마다 '은실이'가 따라가는 부담감이 있으리라 지레 짐작, '이 부분을 파헤치리라(?)' 마음먹고 13일 전혜진을 만났다.

◆ "'은실이', 딱히 벗어나고 싶은 생각 없어."

-‘은실이’ 이미지가 너무 강해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딱히 그 이미지 때문에 제가 일하는 데 방해가 되거나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신경을 별로 안 쓰는 거 같아요. 고등학교 때도 인터뷰하면 '은실이' 이런 식으로 기사가 났거든요. ‘가문의 영광’ 제작발표회 이후에는 '전혜진' 이렇게 쓰여 기분이 좋아요. 딱히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어요. 사람들이 잘 몰라요. ‘그 때 걔가 쟤구나’ 하는 생각 못하세요. 지금 '가문의 영광' 선생님이나 이런 분들도 ‘걔가 너라면서?’ 이러시더라구요.

-‘은실이’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는데 그럼 거기에 덧붙이고 싶은 이미지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해요. 일본 작품을 좀 보는 편이거든요. 어느 하나 비슷한 캐릭터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청순, 섹시 이렇게 막 나눠져 있잖아요. 딱 보면 특이해 보이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특이하면서도 좀 그런 게 제겐 특별해 보이는 거 같아요. 아오이 유 나오는 드라마나 오다기리 조 나오는 드라마를 많이 봐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봤는데. 암튼 부러워요.

-연차가 10년인데 아쉬움 같은 건 없는지.

▶제가 하고 싶을 때하고 학교 다닐 때 학교 다니고 그래서 별로 그런 욕심은 없어요.

-연기에 대한 욕심은 원래부터 없다는 소린지.

▶아뇨. 그런 건 아니죠. ‘과거에 일을 좀 열심히 했다면 내가 지금 더 전혜진으로서 알려졌을텐데’ 하는 스트레스가 없다는 거죠. 원래부터 욕심이 없는 건 아니에요. 제 욕심은, 모두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매력이 없는 캐릭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지금 크게 해서 사람들에게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선생님 연기자들 나이가 되도 연기를 하고픈 게 평생 꿈이에요. 당장 코앞을 보고 욕심내지는 않아요.

-성격이 무난한가 보다.

▶성격이 활발하고 솔직해요. O형이라서.

-‘아역 연기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역들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 장점도 있이요. 또래와 어울리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방법을 알게 하고 또래 친구를 많이 사귀는 게 진짜 좋을 거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거의 중학교 2,3학년 때부터 매니지먼트에 들어갔는데 어느 정도 성장을 한 후에 들어간 거거든요. 저희 엄마가 학교를 보내려는 욕심이 강하셨어요.

-연기하면서 학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니 공부 잘했나보다.

▶공부는 못하지는 않았어요, 중간정도.

전혜진 ⓒ최용민 기자


◆ '가문의 영광' 혜주의 바라만 보는 짝사랑, "저도 2년 반 짝사랑 경험"

-‘가문의 영광’ 극 중 캐릭터를 설명해 달라.

▶강석(박시후 분)의 동생 혜주로 나와요. 돈도 있고 족보도 좀 있으면 생기고 좀 긍정적인 집안이에요. 아들 강석도 그렇고 유일한 흠이 저에요. 좀 있는 집이니까. 까칠한 강석이 유일하게 신경을 쓰는 존재가 동생이에요. 동생의 짝사랑을 되게 안타까워하고.

-‘가문의 영광’에서 짝사랑하는 역할로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짝사랑의 경험 같은 거 있나.

▶네 있어요, 짝사랑 경험. 지금 제 역할이 혜주거든요, 혜주는 짝사랑을 하는 거는 맞아요. 근데 다른 사람이랑 방법이 다르거든요. 다른 사람은 남자랑 사랑을 하면 어떻게 잘해볼까 생각하는데, 혜주는 이 사람을 멀리서 바라보고 그걸로 만족을 하는 거에요. 그 사람이 하는 거 하나하나보고 즐거워하고 그걸로 된 거에요. 저는 2 년 반 동안 말도 못하고 짝사랑을 해본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뭐 그 때의 감정이 지금 제가 이성을 보는 거랑 많이 달라요. 아무래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때로 돌아가서 순수한 연기를 할 거 같아요, 캐릭터가.

-캐릭터는 이해되나.

▶이해 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내 안에 있는 최대한 여린 여자의 순수함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익숙하지 않은 걸 끌어내려고 해요. 연기할 때 동안에는 대사가 없거든요.

-작가가 캐릭터에 대해 뭐라고 주문한 건 없나.

▶드라마가 한 번에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요. ‘혜진 씨 가 좀 많이 혜주에 대해서 만들어 주는 부분이 컸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쟤 이상해, 쟤 왜 저래’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근데 그것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게 하는 건 제 몫인 거 같아요.

-'가문의 영광'을 통해서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또 다른 캐릭터를 내 스스로 만족하긴 물론 어렵지만 내 역할을 사람들에게 의도한 만큼 인식을 시켰으면 좋겠어요.

-주연에 대한 아쉬움 이런 거는 없나.

▶주,조연을 떠나 제가 원하는 캐릭터는 욕심을 내는 편이에요. 딱 보면 같은 또래 나이가 많이 나오는 작품일지언정 여태까지 제가 싫어하는 캐릭터를 한 적은 없어요. 그것에 대해 감사해요. 저는 내가 잘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가문의 영광’ 찍으며 특별히 잘해주는 사람이 있나.

▶다 잘해주세요. (윤)정희 언니도 의외로 털털하시고 제가 어리니까 챙겨주려고 하시더라구요. (박)시후 오빠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고해서 잘해줘요.

◆"일 빼고는 사실 다 허당이에요"

-닮고 싶은 배우가 있나.

▶전부 다 존경스러워요.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신 데도 ‘가문의 영광’ 신구 선생님 같은 경우에도 에너지가 확실히 다르시더라구요.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그런 게 느껴지더라구요. 솔직히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거잖아요. 제가 유난히 선생님들하고 붙을 기회가 많아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선배들이) 멋있는 거 같아요. 좋아하는 이미지가 있어요. 밀라 요보비치, 히스 레저, 조시 하트넷 좋아해요. 작품을 보면 가벼운 영화를 한 배우들이 아니잖아요. 그냥 좋아요. 히스 레저 같은 경우는 캐릭터를 다양하게 소화해서 좋아요. 이미지가 한가지인 배우보다는 (이미지 변신에 있어) 모험심이 강한 배우가 좋아요. 히스 레저 같은 경우는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는데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에요. 저는 사람들에게 질리고 싶지 않아요. 그게 제일 어려운거 같아요. 여러 가지(캐릭터를)를 다 가질 수 있다는 게.

-생각이 나이에 비해 성숙한데.

▶아뇨. 제가 일에서만 이래요. 어차피 이건 직업이구 당연히 그래야 하잖아요. 일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일 빼고는 사실 다 '허당'이에요(웃음). 집안 분위기가 자유로워요. 오빠가 있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오빠보다 저를 아들처럼 키우시는 거 같아요. 저를 믿으시는 건지. 전 제 의사 표현이 확실한편이에요. 막내라서 그런지 집안이 시끄러워요, 저 때문에.

-영화하고 드라마하고 어떤 게 본인의 적성에 맞는 거 같나.

▶영화요. 영화가 더 좋아요. 제가 모니터를 하고 시간을 갖고 합의점을 갖는 경우가 있잖아요. 드라마는 시간에 쫓겨 그냥 넘어가는 때가 있어요. 그게 안타까워요.
내년에는 영화로 찾아볼 예정이에요. 지금 찍고 있어요.

-한창 이성과 교제할 시긴데.

▶남자 친구 없어요. 만들고 싶은 맘은 있는데. 얼마 전에 가수 비 씨가 이러더라구요, MBC 스페셜에서. ‘연애 못한 거에 대해서 가끔 생각할 시기가 있는데 가끔 아쉬울 때도 있다. 나는 그거 대신에 얻은 게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경험해보지 못한 걸 경험했다‘는 그런 말을 했어요. 그래서 ’나도 저렇게 말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어느 순간 배우 전혜진으로 보일 수 있을 때 그때 사랑을 하자’고요. 그 방송이 (저를)다시 돌아보게 했어요.

-나 전혜진은...

▶나 전혜진은... 백짓장이다. 저는 되게 매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배우이기를 떠나 주변사람들이 기분 좋아지는 게 하고 싶어요.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소릴 많이 듣는데 전 그게 좋아요. 평범한 사람, 좋은 사람을 떠나 어디에 내놔도 동화되고 이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랬다. 인터뷰 갖기 전 마음먹었던 전략(?)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혜진은 어릴 적부터 남의 삶을 많이 살아봐서인지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을 '허당'이라고 얘기하며 웃는 전혜진. 혹 모른다. 세월이 흘러 그녀가 존경한다는 '신구 선생님'처럼 에너지 넘치는 '전혜진 선생님'이 돼 있을지.

전혜진 ⓒ최용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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