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1년 만에 돌아온 남친 찬 적 있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8.10.18 14:33
ⓒ송희진 기자 songhj@


"1년 만에 돌아온 남자친구한테 No Thank you를 외쳐준 적 있죠"

정말 솔직했다. 마치 요정처럼 솔직하고 담박한 태도에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에서 실연의 아픔을 겪은 은수를 연기한 게 맞는가 란 생각이 들었다.

유진의 솔직한 눈빛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예전에 본적 있는 신기한 것을 정신없이 쳐다보던 어린 아이가 떠올랐다. 한번 입을 열자 도무지 멈출지 몰랐던 그 시간을 즐기고 있던 아이. 유진은 연기와 사랑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놓았다.

"연기는 재미있어서 해요", "실연극복이요? 글쎄요", "술은 못 먹는데…."

잘 보이려고 꾸며대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점이 좋았다. 어떤 진실이 담겨 있는 언어와 몸짓은 깊은 신뢰를 불러 일으켰다. 그녀의 생각을 가감 없이 옮겼다.

-'못 말리는 결혼' 이후에 두 번째 영화다. 어땠는지.

▶너무 하고 싶었던 영화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내용자체가 자극적이지 않고 일상을 담은 영화라 마음에 들었다. 마치 내 일상을 누가 찍는다는 느낌으로 편하게 촬영했다.

-이제 배우라는 직업이 당당할 듯하다.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예전에는 많이 기사화되고 긍정 반 부정 반이었는데 요즘은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은 것 같다.

-연기한 은주는 정말 자연스럽게 그려진 것 같은데.

▶실제 은주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공감도 하고 애착도 많이 가졌다. 성격도 비슷하고 실연 극복방법도 비슷하다.

-실연극복방법이 비슷하다는 게? 제작보고회에서는 실연 당했을 때 잠잔다고 했었다.

▶성격 자체가 아픔을 드러내놓고 표현하는 게 아니라 속으로 끙끙 앓는다. 남이 보면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악플에는 상처를 받는 편인지.

▶리플은 잘 안 보는 편이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나? 어떻게 모두 나를 좋아하겠나?

-가수와 배우로서 어떤 게 더 욕심이 나는지.

▶지금은 연기에 욕심이 더 난다. 가수도 나중에는 할 생각이다. 연기자로서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남자의 책 198쪽'으로 욕심 한 가지를 채웠다. 여백이 느껴지고 여운이 남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었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옛 남자친구에게 찾아가 잘 먹고 잘 살아라고 하는 장면이다. 은수 마음이 치유되는 부분이니까(웃음)

그리고 다이어리를 쓰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다이어리를 쓴다.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안 쓴다고 알고 있다. 은수의 하나하나가 많이 나와 비슷했다.

-실제 쓰는 다이어리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하루 일과, 오늘 뭐했는지. 다이어리를 쓰면 1년 전에 내가 뭐했는지 알 수 있다. 한때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는 게 열풍이었다. 그때부터 쓰기 시작했다. 다이어리에 스티커 붙이고(웃음). 어떤 때는 일주일을 정리할 때도 있다. 기억이 안 날 때는 그때 의상을 무엇을 입었지 생각하며 퍼즐 맞추기를 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잊혀 진다는 게 너무 슬프다. 미래는 알 수 없지만 과거는 남지 않나? 내가 망각한다는 게 슬프다. 당장 이틀 전에 뭐했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송희진 기자 songhj@


-실제 남자친구와 헤어질 때 '잘 먹고 잘 살아라'라고 이야기 해본 적 있는지.

▶나쁘게 헤어진 적이 없다. 은수의 행동이 통쾌했다. 은수가 아파했던 부분들이 정리되는 순간이니깐.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상처를 치유하지는 않는다. 부럽다.

-어떻게 실연을 극복하는지.

▶개인적인 노하우는 없다. 시간이 가는 것 밖에는 없는 것 같다. 스스로 마음을 놓는 수밖에 없다. 가령 영화에서 은수는 미련을 못 버리고 가지고 있었던 거다. 너무 좋아했으니까. 떠나간 사랑인데 다시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근데 그 사랑에 대한 미련을 판단하기가 어렵지 않나?

▶그게 집착이다. 경험상 희망을 놓지 못해서 오래가는 거다. 희망이 있나? 하다가 아니네. 아니네. 하면서 어느 순간 놓게 된다. 나는 경험을 한 이후로 미련을 버리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솔직히 다른 사람을 만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자기가 책임지고 정리해야하는 감정이다.

-영화에서 시간이 지나면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은 남는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추억을 버리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찍어둔 사진을 태워버린다고 하는데, 나는 그대로 간직한다. 함께 갔던 장소들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걸 기억한다고 현실에 충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 말은 사랑이 끝나도 친구로 남을 수 있다는 건지.

▶실제 친구로 남은 경험이 있다. 만나기 힘들 수도 있지만 안 만나는 게 좋다. 편하게 친구로 지낼 수 있으면 100% 잊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헤어진 남자친구가 1년 만에 다시 만나자고 했을 때 "난 아니야"라며 노 땡큐를 외친 적 있다.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 같다. 쉴 때는 무엇을 하는지.

▶영화 보러 많이 간다. 삼성동 메가박스가 늦게까지 상영해 자주 간다. 장르를 안 가리고 좋아한다. 드라마도 자주 본다. 요즘에는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빠져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지속적으로 보면 빠지기 때문에 영화를 더 좋아한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2는 2주 만에 다 봤다

-메가박스는 사람이 너무 많지 않나?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사람들이 다 알아본다. 하지만 신경 쓰면 아무 곳도 못 간다.

-술은 잘 마시는지.

▶술은 전혀 못 마신다. 얼굴이 빨개진다. 그래서 주량 테스트를 해본 적이 없다.

-SES 멤버들끼리 모이면 한 잔 할 것 같은데.

▶바다 언니도 술을 못 마신다. 맛있는 거 먹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 한다. 가끔 와인을 마신다. 어떤 때 보면 술이 사람을 먹는 경우도 있더라.

-성격이 쿨 한 편인 것 같다. 일탈행위로 스포츠도 즐길 거 같은데.

▶익사이팅 스포츠를 즐겨보고 싶다. 암벽등반이나 래프팅을 하고 싶다. 올 여름에 웨이크보드를 타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매년 즐길 것 같다.

-10년 후 연기자로서 자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은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연기는 재미있어서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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