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저울' 작가 "이번엔 판만 깔아놨다"④(인터뷰)

문완식 기자  |  2008.10.23 12:12
'신의 저울' ⓒSBS


"핵심은 얘기했다. 이번엔 판만 깔아놓은 셈이다."

SBS 금요드라마 '신의 저울'(연출 홍창욱 극본 유현미)이 오는 24일 16부를 끝으로 종영한다. '법정드라마'를 표방한 이 드라마는 '법은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으며 오늘날 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한가'란 질문을 던졌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시작하며 법 앞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 드라마를 기획했다고 했다. 시청자들은 '잘 만들어진' 이 드라마에 빠져들었고 극중 인물들과 함께 고민하고 분노했다. 종영을 앞둔 지난 22일 경기도 일산 사법연수원에서 '신의 저울' 유현미 작가를 만났다.

◆"너무 많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신의 저울'의 시작은 '예기치 않은 사건'이었다. 극 초반 고시생 우빈(이상윤 분)은 우연찮게 강간 현장에 가게 되고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다. 우빈은 자수할 수 있었지만 증거를 없애고 도망친다. 오직 '신의 저울' 열쇠고리만 남긴 채. 그리고 얽힌 실타래가 하나 둘 풀리며 극은 전개된다.

"'신의 저울'을 준비하면서 연수원 교수가 참고하라고 '신림동 살인사건' 얘기를 해줬는데 소재는 순전히 상상의 산물이다. 집이 대전인데 신림동, 연수원, 대검, 법원 그리고 대전법원이나 광주법원을 자주 가서 사법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신의 저울'에선 '선택'의 순간이 많이 나온다. 앞서 언급한 우빈의 살인에 우빈의 어머니(김서라 분)가 아들을 살리고자 은폐하는 것도 그렇고, 나중에 이를 알게 된 우빈의 여자친구 영주(김유미)가 검사로서 우빈의 사건을 재수사하는 것도, 그리고 앞으로 나올 우빈의 아버지 김혁재(문성근 분)의 대의와의 갈등이 그것이다. 작가는 그간 '달의 재단'이나 '그린로즈'를 통해 '인간'에 대해 많이 얘기 해왔다.

"인간? 그건 너무 철학적이다. 난 너무 많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얘기를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많이 가진 자는 너무 눈에 띄게 많이 가진 자를 말한다. 공존하는 세상이니까."

미스터리물을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유현미 작가는 어릴 적부터 미스터리 물을 좋아하던 문학 소녀였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스터리물을 좋아했다. 왜 있잖나. 셜록 홈즈나 루팡 같은 거. 글짓기 대회 나가서 상 받고 그랬다. 대학(이대 불문과)시절 인문대 연극반에서 마당극하면서 대본 쓰는 연습을 했다. 대학 4학년 때 남들은 취업 준비하는데 나는 도서관에 쳐박혀 대본 쓰는 연습을 했다."

'신의 저울'은 그간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여타의 드라마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디테일'을 잘살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었다. 그 만큼 공을 많이 들였다는 말이다.

"살인사건이 난 옥탑방 신을 제외하고는 전부 신림동에서 찍었다. 신림동에선 장면에 맞는 옥탑방을 찾기 어려워 홍대 주변에서 찍었다."

놀랍게도 작가는 많은 부분을 스스로 준비했다. 자료 조사원을 통해 한번 걸러 들은 얘기는 '진심'을 전할 수 없다고 했다.

"만나는 사람들이 주로 부장검사나 부장판사인 점도 그렇고 가장 중요한 게 법정 가서 사법 피해자들이 얘기해주는 것을 내가 직접 듣지 않고 한번 거쳐서 들으면 그 느낌을 내게 전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가서 직접 인터뷰해야 한다. 발로 뛰어야 한다."

◆"김혁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법조인. 이번엔 판만 깔아 놓은 셈"

'신의 저울'은 소재나 극의 전개 그리고 극중 등장인물들의 용어사용을 통해 혹 작가가 고시생 출신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게 하기도 했었다.

"정작 드라마 찍으며 법 공부는 못했다(웃음). 그 때 그 때 필요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곤 했다. 로스쿨에 들어가고 싶다. 작년에 국선전담변호인이 새로 생겼다. 국선전담변호인은 주로 형사사건을 담당하는데, 국선전담변호인을 만나 취재하는데 강간이나 강도 등 얘기를 듣는데 너무 전율이 왔다.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신의 저울'에 등장했던 '신의 저울' 열쇠고리는 상품화되어 팔리고 있다. 작가는 드라마의 중요한 소품인 '신의 저울' 열쇠고리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처음엔 저울추가 떨어지면서 우빈의 피가 떨어지는 설정으로 가려했다. 근데 극 전개를 고려하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디자이너들이 나중에 상품성을 생각해 시안을 가져왔다. 많은 고심 끝에 지금의 신의 저울 열쇠고리가 나왔다."

'신의 저울'은 시청자들에게 근래 보기 드문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금요일 2회 연속 방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시청률 면에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을까.

"준비한 것에 비해 기간이 짧아 많이 아쉽다. 핵심은 얘기했다. 법조인과 일반인의 역지사지를 해보고 싶었다. 김혁재는 우리가 보고 싶은 법조인이다. 법조인의 아들이기에 오히려 역차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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