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동성애, '누나들'을 정조준하다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08.10.31 10:05
사진 왼쪽부터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와 '소년, 소년을 만나다'

"네가 남자라도 상관없어."

지난해 여름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등장했던 기묘한 고백에 가장 열광한 것은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이었다. 비록 '남남 커플'은 아니었지만, 훤칠하고 말끔한 사장님 공유와 미소년처럼 중성적인 매력을 풍겼던 윤은혜 커플에 이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평범한 미남미녀 커플보다 더한 짜릿함을 느끼면서.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소년, 소년을 만나다', '쌍화점' 등 이른바 '꽃미남 동성애'를 소재로 삼은 영화들이 속속 제작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 가운데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소비하고 있는 20∼30대 여성들의 존재다. 이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동성애 소재를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영화들 그 중에서도 "케이크와 남자는 맛을 봐야 안다!"고 속삭이고 "샤방샤방 퀴어 로맨스"를 전면에 내세운 '앤티크'와 '소년, 소년을 만나다'는 이들 '언니들', 혹은 '누나들'에게 적극적이고도 분명한 구애를 보내고 있다.

꽃미남 동성애 영화의 타깃이 된 요즘의 20∼30대 여성은 미국과 일본의 드라마와 만화, 영화 등 해외 대중문화를 자연스럽게 소비하며 성장한 세대다. 이들은 동성애에 가장 너그러운 세대이기도 하다. 아슬아슬한 할리퀸 로맨스를 넘어, 꽃미남 커플들의 야릇한 관계가 펼쳐지는 야오이 만화를 즐겨 봤으며 남자 아이돌 멤버들의 로맨스까지 거침없이 그렸던 팬픽을 직접 창작하며 자라왔다.

최근 몇 년간 불어 닥친 미드 열풍의 중심에도 이들이 있다. 게이 친구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등장하는 '섹스 앤 더 시티'나 '프렌즈', 동성애자들의 삶과 사랑을 사실적이고 솔직하게 그린 드라마 '퀴어 애즈 포크' 등도 이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오즈', '튜더스', '프렌즈' 등 많은 미드들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동성애를 다룬다.

이에 대해 '앤티크'를 제작한 영화사 집 관계자는 "최근 관객들은 영화 속 동성애를 자극적인 소재로 즐긴다기보다 가볍고 즐겁게 받아들인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은 이를 다들 자연스럽게 즐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화 기획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들에 대한 수요가 반영됐다. 특히 '앤티크'는 야오이 만화 작가로 이름 높은 요시나가 후미의 대표작이 그 동명 원작. 일본에서 170만부가 팔렸고, 한국에서도 순정만화 부분 1위에 오를 만큼 소녀 팬의 인기를 모았다. 영화사 집 관계자는 "만화의 인기 자체가 이 같은 이야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지난해 화제 속에 방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은 주인공이 소년처럼 보이지만 결국 여성이라는 점에서 결론적으로 동성애 이야기란 딱지를 빗겨갔지만, 겉으로 보기엔 분명 남자인 여주인공과 멋진 남자주인공의 사랑 이야기의 대중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주 시청층인 젊은 여성들은 이준기란 스타를 배출한 영화 '왕의 남자'나 퀴어멜로 '후회하지 않아' 등에도 반응을 보였다.

한 MBC 드라마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영화로 매체가 달라진 만큼 묘사의 차이는 있겠지만, 잘생긴 배우들이 등장하는 동성애 코드가 결국 젊은 여성층에게 먹힌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개봉을 앞둔 여러 동성애 코드 영화들이 독립영화가 아닌 대중영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 영화 마케터는 "20∼30대 여성들은 대부분의 영화가 탐을 내는 타깃이다. 적극적으로 트렌드를 소비하고, 함께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같은 동성애라도 이들에게 친숙한 게이물이 먼저 꽃미남 동성애 대중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화 뿐 아니라 많은 대중문화 코드가 그들에게 맞춰져 가고 있다"며 "많은 어린 남성 아이돌 그룹들이 누나들에 대한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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