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 "이젠 영화인? 평생 만화가이고 싶다"(인터뷰)

김현록 기자  |  2008.11.04 11:35
만화가 강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원 소스 멀티 유스의 달인, 인터넷 만화의 선두주자란 설명이 결코 어색하지 않다. 만화가 강풀(강도영, 35). 2003년부터 그가 그린 7편의 만화가 모두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됐거나 제작을 준비중이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둔 '순정만화'는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3번째 영화. 공포영화 '아파트', 멜로물 '바보'에 이은 '순정만화'의 개봉을 앞두고 강풀 작가가 팔을 걷어붙였다.

"'순정만화'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처음 만화가로 시작할 때, 저는 '일쌍다반사' 같은 걸 그리는 '엽기 만화가'로 알려졌었거든요. 어떻게든 떠야 된다는 생각에(웃음) 본연의 것을 못했죠. 어느 정도 내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던 처음 만화가 바로 '순정만화'였어요. 사실 나도 순정만화 같은 거 그린다고 알리고 싶어서 제목을 그렇게 지었지요. "

2002년 10월부터 총 43회에 걸쳐 연재된 '순정만화'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칸을 구분 짓지 않은 인터넷 타이즈의 스토리 만화, 간결한 그림체를 통해 세심하게 그려진 연인들의 속내에 네티즌은 열광했다. 완결 당시 회당 클릭수를 모두 더하면 무려 6000만 건을 넘었다. 영화가 개봉을 앞둔 현재는 1억 건이 훌쩍 넘었다.

강풀 작가는 "'순정만화'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니 '순정만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에 대한 사랑이 어느 정도였을까.

"영화 '아파트'가 나올 때 만화는 내 거지만 영화는 감독 거다 싶어서 아무것도 안했는데, 영화가 시원하게 망하고 나서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서 꼼꼼히 시나리오를 봤어요. 참견이나 간섭은 하지 않더라도 의견은 꾸준히 내놓는 편이었지요. 어디까지나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니까요."

만화가 강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인터뷰를 앞두고 '순정만화'의 가편집본을 봤다는 강풀 작가는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순정만화'를 다시 읽었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썼을까 싶어 낯 뜨거울 때가 있었다"는 그는 유치할까 걱정했던 부분을 잘 덜어내 영화답게 잘 어울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유지태, 이연희, 채정안, 강인 등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캐스팅도 마음에 쏙 들었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의 '순정만화'에서 처음 시작된, 칸과 칸으로 나뉘지 않은 인터넷 만화 형식은 네티즌을 사로잡은 강풀 만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간결한 그림체 사이에는 따스한 인간애가 읽힌다. 평범해 보이는 일에서 소재를 뽑아내는 능력, 멜로물과 호러물을 넘나들면서도 느껴지는 따스한 감성은 그가 최고 인기 인터넷 만화 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데 가장 큰 몫을 했다.

"한동안 강풀이 여자인 줄 아는 사람이 많았어요. '순정만화', '바보' 그릴 때만 해도 '언니 만화 잘봤어요' 하는 댓글 많이 봤었죠. 제가 보기엔 이래도 나름 세심한 면이 있어요. 취미가 그릇 사는 거예요. 눈여겨봤다가 예쁘고 쓸모 있는 걸로 사죠. 스트레스 받으면 1000원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게 낙이에요. 물론 음식도 먹어야죠. 냉면 그릇을 사면 꼭 냉면을 해서 담아 먹어야 해요."(웃음)

'순정만화'를 필두로 '바보', '아파트', '타이밍', '26년',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웃 사람'까지, 그의 작품 전부는 영화 혹은 드라마로 제작됐거나 제작이 진행중. 연극으로 만들어진 작품도 3편에 이른다. 그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무엇보다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요? 일단 원작이 인터넷으로 발표됐을 때 반응이 좋으니까 일단 네티즌에게 검증을 받았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에 매력을 느끼신 것 같구요. 모든 이야기는 주변에서 끌어내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같은 경우는 94살이신 할머니를 보고 생각했어요. 실제 경험이 들어간 건 벌로 없지요.(웃음)

제가 공감하지 못하면 남들도 공감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내가 재미있느냐가 이야기를 쓸 때 제일 중요합니다. 그 다음엔 처음부터 결말까지 완벽한 스토리를 써 놓고 작품 연재에 들어가요. 중간에 바뀌긴 하지만 뼈대가 있는 거랑 없는 건 굉장한 차이가 있거든요."

강풀 작가는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는 점을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제일 이유로 꼽았다. 특히 목사이신 아버지는 든든한 지원자다.

"'아파트'는 귀신이 나오고, '타이밍'에서는 걔네들이 아주 떼로 나오는데 저도 아버님 눈치가 살짝 보였죠. 그런데 아버님께서 '네가 창작하는 것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것도 제 달란트라 생각해요. 귀신 이야기요? 전혀 거리끼지 않습니다."

채색을 맡은 부인 김혜정씨와 어시스턴트 1명과 작업하는 그의 1회 연재분은 작업에만 꼬박 3박4일이 걸린다. 정확히는 잠을 거의 자지 못해 '무박4일' 정도가 된다는 것이 강풀 작가의 설명이다. 빨리 그리는 동료를 보며 자괴감도 느꼈지만 지금은 더 좋은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부터는 팀제를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물론 '29년' 등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도 계속할 계획이다.

"너무 반 영화인 아니야? 그러면 아니라고 우겼는데 이제는 그렇게도 못하겠어요. 만화로 소화 못할 게 있다면 시나리오 작업을 해봐야지, 스토리텔러로 활동해 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끝까지 만화가이고 싶어요. 많은 독자들이 계시는 인터넷으로만 계속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연극으로 제작됐을 땐 모두 승승장구했던 그의 작품은 영화로 제작됐을 땐 유독 별 힘을 받지 못했다. 강풀 작가는 "만화에서 영상으로, 매체를 옮겨가면서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에 동의한다"며 "'순정만화' 원작을 잊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겨울이었던 원작의 배경이 여름으로 바뀌었지만 "정서는 그대로"란 설명도 덧붙였다.

지금 그의 바람이 있다면 27일 개봉을 앞둔 '순정만화'가 좋은 흥행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것 뿐.

"예전엔 영화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는데 요즘엔 정말 영화 쪽이 너무 힘들어서 만화 그리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원작자로서 부담이 있죠. 내 원작 영화가 잘 돼야 하는데, 안되면 마땅히 지은 죄는 없으면서 미안하기도 하고. '순정만화'는 어제 싸웠던 연인도, 오늘 만난 연인도 보고나면 없던 사랑이 피어나는 영화가 될 겁니다. 제 만화를 봤던 네티즌과 독자에겐 가서 영화를 봐주시길, 영화팬들에겐 재밌다고 평가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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