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지옥같던 시간들, 인생을 배웠다"(인터뷰)

김지연 기자  |  2008.11.20 08:03

"지난 3년간 참으로 힘들었어요. 가수로 돌아온 이 순간도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아 사라질까 두렵네요."

'발라드의 여왕'이라 불린 여인이 있었다. 애절함과 감미로움을 동시에 담아낸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들의 귀를 단박에 사로잡았다. 그동안 팔린 음반을 합치면 300만장도 넘으니, 이수영 그녀가 데뷔 후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알만 하다.

그런데 최근 1년간 이수영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항간에서는 잠행설이 제기했고,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며 이런저런 소문이 나돌았다.

"속을 다 내보일 순 없지만 소속사 등 복잡한 문제로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쉬는 동안의 상황들이 참 심각했죠.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얼굴이 알려졌으니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하고."

화장기 전혀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나타난 이수영은 담담히 그간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얼마나 아팠던 것일까. 그녀는 "가수로 복귀한 지금의 현실이 기적 같다"며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10년을 가수로 살았는데, 갑작스레 그 꿈을 누군가가 빼앗으려 했다. 얼마나 막막했을까.

"불과 석 달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죠. 내가 음반을 다시 내다니. 빛이라곤 전혀 안 보이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는데, 힘도 하나도 없을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해답이 나왔어요. 6년 넘게 알고 있던 회사를 통해 복잡했던 문제가 일주일만에 뚝딱 해결됐죠."

위기의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절망의 끝에서 빛을 봤다. 1년 2개월 만에 그녀의 목소리가 담긴 미니앨범 '원스'가 발매됐으니 말이다.

"당시에는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이번만큼은 지옥 같았던 그 시간이 안 지나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신기하죠? 내가 다시 노래를 부르게 되다니. 그래서일까요. 주변에서 지난 3년간 괴로웠던 일들은 다 잊으래요.

개인적 생각이지만 나 스스로에게 지난 3년은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었어요. 너무 어리지도 않고, 너무 나이 들지 않았을 때 이런 값진 경험을 했잖아요. 인내의 시간이 좀 길었지만 분명 그 시간을 통해 배운 게 많아요."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고전을 그녀는 체득하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을 앓았다. 그것도 아주 추운 곳에서, 따뜻한 옷도 입지 못한 채. 그래도 쓰러지려하는 순간들마다 박경림, 김유미처럼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상처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겠지만 진정으로 이수영을 아끼는 사람들 덕에 버텨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올해로 데뷔 10년째에요. 그런데 10년째 큰 고난이 왔다고 가수를 버리려 했어요. 정말 그간 내 음반을 사고, 사랑해준 분들에 대한 배신이죠. 얼마나 내가 잘못 생각했는지 크게 반성했어요. 힘들다고, 환경이 안 받쳐 준다고 다 놔버리려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요."

아무것도 아닌 자신이 잠시 안 보였을 뿐인데 '잠행설'이라는 의혹(?)까지 제기하며 관심을 가져준 이들에게 고마운 이유다.

매서운 추위가 다시 찾아오려는 11월, 이수영표 발라드가 돌아왔다. 일렉트로닉 일색이던 가요계에 단비 같은 느낌이다. 아픈 만큼 더 애절해진 목소리와 풍부해진 감성이 듣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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