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 PD "드라마, 인문학에서 경영학 됐다"

최문정 기자  |  2008.11.24 15:02
이창섭 CP <사진제공=MBC>

이창섭 MBC 드라마국 CP가 "인문학을 하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해왔는데 지금은 거의 경영학 수준이 돼 버렸다"고 성토했다.

이창섭 CP는 24일 낮 12시 서울 여의도 KBS 별관 근처의 한 식당에서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회장 이은규 전 MBC 드라마 국장) 주최로 마련된 기자간담회에 MBC 간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방송 3사 드라마 고위 관계자와 방송 출입 기자진이 방송 드라마 환경 위기 속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이창섭 CP는 이날 "이제 드라마를 통해서 구현하고자 했던 세계를 보여줄 수 없게 됐다"며 "예전에는 작품에 중심해서 만들었다면 이제는 출연료 등 제작비를 먼저 계산하게 됐다. 계산만이 가능해지고 무슨 생각을 담을 것인지를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창섭 CP는 "현재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우리(방송사의 드라마 제작진)가 일조했음을 부인하지는 않는다"며 "겸허히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가 위기에 이르게 된 주 원인으로는 "외주와 한류의 상승효과"를 꼽으며 "한류붐 이후 한류 배우를 놓고 배우에 맞춰 드라마를 제작하게 됐다. 외주사들도 배우를 중심으로 두고 그들에 높은 개런티를 주며 제작비를 높였다"고 드라마가 가장 중요한 중심을 잃었게 됐음을 토로했다.

이어 이창섭 CP는 "현재 드라마 상황은 우선 전체적으로 양의 축소가 일어났다. MBC의 경우 매년 최소 250편을 찍었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50여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일방적으로 왜곡돼 외주사에 지나치게 편향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창섭 CP는 "현재 드라마 상황은 축구와 비교하면 소위 유소년 축구단을 다 폐지하고 1군만 키우는 것과 같다. 이대로라면 대형 블록버스터 아니면 저가형 드라마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자리에 함께 한 이강현 KBS 간사, 김영섭 SBS 간사 등과 함께 입을 모아 "방송사에게는 돈으로만 따질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분명히 해줘야 할 역할이 있다. 현재로서는 작품 축소 속에 단막극 등이 다 줄어 작가, 연출자, 연기자, 중요한 제작 세 요소에서 새로운 게 나올 수가 없다"며 "봄 개편 때부터라도 단막극 부활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는 등 개선할 수 있을 방안을 하나씩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은규 한국방송드라마PD협회장은 이날 "'드라마 위기'라고는 했지만 그동안 누적돼 오던 게 있어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며 "상황이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하고 다급하다고 판단됐다. 뼈를 깎는 자기반성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회장은 "현재의 '드라마 위기'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드러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2005년 '대장금' 등이 인기를 모으며 한류붐이 본격화된 때부터 시작됐다"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불경기에 무너졌던 드라마가 경기가 회복돼도 일어나지 못하고 더 무너질 수도 있겠다 싶어 다급하다고 판단하게 됐다. 서로 간에 상황 인식과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드라마 PD협회는 이를 위해 좀 더 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의견 교환을 목표로 오는 12월 1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TV 드라마 위기와 출연료 정상화'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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